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90. Respect와 Reflex

by 노용헌

인권은 아마도 존중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존중(尊重)이란 서로간의 존엄에 대한 예의이자 배려가 아닐까.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고, 누군가의 말을 이해해주고, 서로가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싸움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Respect라는 말의 뜻에는 존중, 존경, 경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Respect라는 말을 풀어보면 ‘다시 봄’(re:다시+spect:봄)의 의미를 가진다. 다시(Re)라는 말은 왔던 길을 되돌아 올수도, 새롭게 다시 시작할수도, 되풀이해서 행동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물을 관찰하는 데에서도 보고 또 보고, 다시 볼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볼 때 그 의미를 새롭게 이해할수 있다. 다시 본다는 것은 쉽게 간과하지 않고, 진중하게 그 의미를 판단할수 있는데 중요한 점이 될 것이다.


사진의 카메라는 일안리플렉스 카메라이다. 영어로 말하면, SLR(single lens reflex)이다. Reflex라는 뜻은 반사라는 의미를 가진다. 사진은 태생적으로 빛의 반사를 이용한다.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사진(photography: 光畵)은 다시 봄(Respect)을 의미하는 것을 뜻한다. 렌즈를 통해서 들어온 빛은 반사경(mirror)의 다시 봄으로 인지되고, 각인된다. 그리고 사진(print)으로 남는다(remain). 그만큼 다시 본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거울을 통해서 본다. 거울을 통해서 반사된 나의 모습을 통해서 되새겨 본다. 우리의 그림자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명암으로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다시 보여진다. 필름을 되감고, 오래된 앨범의 사진들을 통해서 과거로, 다시 되돌아간다.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고. 다시 한다는 것은 여전히 새롭다.


존중은 사진가에게 기본적인 윤리가 아닐지 생각이 든다. 출사지에 많은 사진가들이 더 좋은 구도와 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 자리다툼이 심하다. 무리가 모여있을 때, 사진기자들이 특종을 하기 위해서 사실 누구는 물을 먹지 않기 위해서 생존은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게임은 공정해야 하고,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포토라인을 만들고, 서로를 견제한다. 사진가에게 있어서 존중은 무엇인가. 사람을 촬영하는 인물사진가에게 있어서 누군가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 누군가의 모습을 존중하고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얼마나 내가 촬영하는 대상에 대해 존중하고 있는 것일까.


대학때 사진수업에서 사진레포트를 수없이 Reshoot당했다. 재촬영(再撮影), 다시 촬영해야 한다는 것은 내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문사의 데스크와 같은 분들이나, 클라이언트(client)와 같은 분들의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 재촬영을 많이 하게 된다. 그것은 내자신 먼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결과물에 대해 얼마나 많이 다시 보는 것일까. 내가 찍은 사진을 다시 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은 이렇게 바뀐다. “나는 다시 본다. 고로 존재한다”

다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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