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94. 사진의 맥락

by 노용헌

사진은 순간의 예술이고, 지속되는 내러티브를 사진 한 장에 읽기에는 쉽지 않다. 앞뒤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에 그것은 파편화된 순간이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시간의 언덕>이라는 영화를 보면 뒤죽박죽된 서사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 일본인 모리(카세 료 분)는 권을 찾아서 서울을 찾고 모리가 권에게 쓴 13장이나 되는 편지지를 계단에서 떨어뜨리고, 페이지 숫자가 없어서 이 편지를 뒤죽박죽인 상태로 읽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설정이다. 시간은 과거-현재-미래의 순으로 진행되어지는데, 이것은 맥락의 중요한 요소이다. 원인과 결과, 이것을 뒤집어 다시 역순으로 읽던, 그것을 푸는데 뒤죽박죽이 된 상황에서 맥락을 풀어내는 것은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과 같을 것이다. 사진 한 장은 그 얽힌 부분이다. 얽혀있는 사진 한 장의 프레임을 읽어내는 것은 앞 뒤 사진의 맥락이 빠진채 해석해내는 것이다. 유진 스미스의 포토스토리나, 듀안 마이클의 연작사진은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장의 사진으로 맥락을 전달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물론 한 사진가의 사진은 사진집이라는 전체 사진들의 연관성을 보지 않고서는 그 작가의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사진의 의미는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사진은 어떤 기억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파편화된 기억을 인출(retrieve)하기 위한 전후 맥락적 단서(contextual cue)를 제공한다. 시각적 의미와 텍스트의 의미는 상호보충적인 관계이다. “사진과 말의 관계에서, 사진은 해석을 부탁하고 보통은 말이 그 해석을 제공한다. 사진은 반박할 수 없는 증거이지만 의미에 있어 취약하기 때문에 말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말은, 그 자체로는 일반적 의미의 영역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사진의 반박 불가능성 덕분에 특정한 권위를 얻는다. 이 둘이 합쳐지면 대단한 힘을 얻는다. 해결되지 않던 문제에 대한 답이 거의 다 나온 것처럼 보인다.” - 존 버거, [사진의 이해], 열화당 80P. 이러한 맥락적 단서들은 관계속에 연결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 공간또한 이공간에서 저공간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시간과 공간을 프레임안에 가둬두기 때문에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모순을 담고 있다. 결정적 증거이기도 하고, 증거를 회피하거나 숨기기도 한다.


“기억된 무언가에 다가가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기억된 것은 선로 끝에 있는 종착지가 아니다. 수많은 접근과 자극들이 그 위에 겹쳐지고, 또 그것으로 이끈다. 인화된 한 장의 사진에 맥락을 만들어 주려면 말이나 비교, 기호들이 필요하다. 즉, 다양한 접근들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열려 있어야 한다. 사진을 중심으로 하나의 급진적인 체계가 구축되어, 개인적이면서, 정치적이고, 경제적이고, 극적이고, 일상적이면서 동시에 역사적인 차원에서 동시에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 존 버거, [사진의 이해], 열화당 74P. 관계에 의한 맥락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외양적인 것들과 내양적인 것들에 대한 맥락의 이해가 필요하다. 내심외경(內心外境)은 이 관계의 총체성을 이해하는데 있다.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세상풍경들은 맥락속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시각도 사실 관계속에서 만들어진다. 사진은 그 맥락을 전달하는 한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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