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 사진의 명암(明暗)
조선시대 당파계보는 동인(영남학파)과 서인(기호학파), 동인은 북인과 남인,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져 있다. 이 둘 동인과 서인은 진보적인 성향과 보수적인 성향으로 달랐지만, 여기서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다시 둘로 나뉘어졌다. 해방이후 남과 북은 서로 둘로 나뉘어졌다. 79년 10.26사건이후 판매금지 되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책은 역사의식에 비판적 시각을 일깨워준다. 해방이 우리 손으로 자주적으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미국과 소련에 의해 신탁통치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어수선한 해방정국은 좌파우파로 나누어졌다. 소위 우파는 자유를 좌파는 평등을 앞세운다고 하지만, 해방정국은 복잡한 시대였다. 봉건주의에서 농지개혁을 통한 평등세상에 있어서 좌우 각기 다른 관점들이 혼재되어 있던 시기. 자주도 이루지 못하고, 자유도 평등도 불균형의 시대, 혼탁한 시대인 것 같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에서 양극단으로 좌우를 나누고, 중도에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한국전쟁 때 납북된 김규식, 안재홍, 조소앙 등 독립운동가들 이외에 중도좌파 몽양 여운형선생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남한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명암(明暗)은 바뀌었다.
사진의 명암은 존시스템에 따르면 10단계이다. 순흑색과 순백색 사이의 계조가 풍부한 사진과 중간계조 없이 콘트라스트가 강렬한 사진이다. 무엇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계조가 풍부한 안셀 아담스의 사진과 달리 명암이 극명한 알렉스 웹(Alex Webb)의 사진도 있다. 그의 초기사진은 흑백사진으로 시작했지만, 80년대 들어서면서 그의 컬러사진들 또한 극명한 명암대비를 화면에 구성한다. 강렬한 햇빛과 그로인한 디테일을 볼수 없는 그림자, 이런 배치법은 백인과 흑인의 극심한 대립, 제3세계 민중이 갖고 있는 고민들, 그리고 유색인종이 살고 있는 제3세계의 고통을 명암으로 보여준다. 1986년 그가 발표한 <열광, 절반만 이루어진 세계 Hot Light/Half-made Worlds>는 그의 주제와 표현을 엿볼 수 있다. 원색적이지만, 전반적인 빛과 그림자(Light and Shadow)라는 음영, 명암의 전개는 가난과 부, 극심하게 대립적인 이미지는 직설적이고 강렬한 표현이다. 여기에 더해진 컬러는 더욱 전율을 일으킨다.
열 개의 손가락으로 셈을 하는 10진법에서 컴퓨터 언어는 0과 1로 처리된다. 0과 1은 전기가 통하는 on과 전기가 통하지 않는 off인셈이고, 인간의 사고는 yes와 no로 표현된다. 사실 아닌건 아닌거고, 긴건 긴거이지 않는가, 백로와 까마귀 사이에서, 우린 양극단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빼고, 한국당은 아예 제껴놓고, 두 거대 정치집단 사이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된다. 투명하지 않으면 명암은 서로 뒤바뀐다. 하이키(High key)사진과 로우키(Low key)사진 사이에서 두 명암은 차이를 보여준다. 우리의 감정선은 하이키의 섬세한 미묘함과, 로우키의 우울한 신비함으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밝음과 전체적으로 어둠은 그 분위기의 감정들을 표현한다. 사진은 그런 명암에서 출발한다. 빛을 받은 은입자는 검어지고, 빛을 받지 못한 은입자는 하얘지고, 이것은 네가(negative)와 포지(positive)로 다시 뒤바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