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217. 지속의 순간들

by 노용헌

제프 다이어(Geoff Dyer)의 “지속의 순간들”은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진들의 주제들을 시간이 지나가도 그 의미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일련의 주제들이나 모티브들을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생각을 유도한다. 이를 테면, 눈먼 걸인, 누드, 모자, 계단, 침대, 벤치, 울타리, 창문, 길, 자동차극장, 컬러, 주유소, 이발소, 문으로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 사진가들이 다루었던 사진들(순간)에서 지금도 어딘가 있을 지속을 이야기한다. 그는 또한 동시성과 연속성에 대한 물음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 것들은 종종 실제로 그곳에 있던 것이 아니라 카메라라는 대리물을 통해, 바로 카메라에 내장된 거울을 통해 프레임 안에 반사된 것들이다. 거울은 기억하고, 증거와 원한을 보존한다.” <101P> 사진이라는 매체는 거울과 창문의 역할을 동시에 수반한다. 거울에 비쳐진 기억들을 기록(시간)하기도 하지만, 렌즈라는 창문을 통해서 사회(장소)를 본다.


“웨스턴은 사진에서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사진가는 모델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카메라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의 세가지가 필수적으로 일치해야만 한다는데 있다..... 그는 사진이란, 자연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편향된 의견이나 해석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들과 중요한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여 드러내는 것이라 말했다.” <125P>

“우연한 사건은 얼마나 지속되는것일까? 우연은 반드시 순간적인 것이어야만 할까? 순간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지속의 순간들은?” <216P>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프랭크는 하퍼가 “사이의 순간들in-between moments”이라 부르며 애호하던 순간들을 공유한다. 이 경우, 그럼에도 사이의 순간들은 중경에 위치한 길과 마찬가지로, 무한히 확장한다. 우연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 에반스는 곧 과거처럼 보이게 될 현재의 시간에 흥미를 느꼈고, 웨스턴은 재건될 미래를 기약하는 과거의 시간을 보존하고자 했다. 이 두 사진가의 작업에서 시간이 지속되고 있음을 본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의 미학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한 <지속의 순간>으로 이어진다. <결정적 순간>이 푼크툼(punctum)이라면, <지속의 순간>은 스투디움(studium)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사진으로 찍히고, 죽는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돌아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시 사진으로 찍힌다. 이는 환생의 한 방식이다. 20년 전 랭의 사진에서 볼 수 있었던 남자가 갑자기 디캐러바의 사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렇게 긴 시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의미 없는 질문이다. 케르테스와 그가 헝가리와 뉴욕에서 각각 찍은 아코디언 연주자의 사진들을 다시 생각해보자. 사진에서 “그동안”이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순간들만이 있을 뿐이며, 그 순간들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진은 이런 방식으로 연대기를 부정한다.” <225P>


“사진가는 가능성들을 이해한다..... 그가 사진을 찍었을 때, 그는 아마도 모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가 제대로 사진을 찍었는지, 그가 찍은 것이 어떤 사진이 될지를 알 수가 없다. 그는 단지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자신이 찍은 것이 사진처럼 보일지 아닐지를 알 수 없다. 내 말은, 그가 본 것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찍은 것이 사진처럼 보일 수 있을지 없을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가.... 사진을 찍는 행위와 결부된 무언가가 변화를 일으킨다.” <368~369P>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찍은 사진도 피사체는 무언가 극적인 장면을 이야기해준다. 사진은 그 우연을 재현해 준다.


“모든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방식을 갖고 있지만, 그들은 결국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이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사람들이 관찰하는 방식이다. 당신은 거리의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보는데, 이때 당신의 주목을 끈 것들은 필연적으로 결점들이다. 우리가 이러한 특이점들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저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만족과는 별개로, 우리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창조한다. 우리가 자신을 위장하는 방식은 우리를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지만, 당신이 사람들에게 당신에 관해 알기를 바라는 것과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 알 수밖에 없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88P>

- Diane Ar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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