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사울 레이터 ‘서두를 것 없다’
2005년, 업무 차 뉴욕을 찾은 한 독일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독일의 유명 출판사 ‘슈타이들’의 대표였던 그가 약속 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들린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에서 뜻밖에도,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한 사진가를 만났다. 그리고 60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작가는 사울 레이터(1923~2013)이다. 영화 <캐롤>의 토드 헤인즈 감독이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사진가이다. 그는 80대가 되어서야 명성을 얻기 시작한 은둔의 사진가이고, 뚜렷한 목적 없이 세상을 관찰한 사진가이다.
“중요한 것은 장소나 사물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이다.”
사울 레이터는 좋은 사진을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이국적인 장소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평범한 일상 속에 삶의 핵심이 들어 있으며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23세에 화가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가서 평생을 뉴욕에 머무른 그는 거리로 나가 주변을 찍으며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1923년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나 랍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던 그가 랍비를 포기하고 사진을 택한 것에 대해 그는 “세상에 가르침을 주기보다 그저 바라보고 싶었다”고 대답한다.
2021년 12월 18일부터 3월 27일까지 피크닉piknic 전시관에서는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라는 주제로 그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또한 2013년 제작된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In No Great Hurry: 13 Lessons in Life with Saul Leiter>가 12월 29일 개봉되었다. 전시회와 영화관에서 그의 사진작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난 그저 누군가의 창문을 찍는다. 그게 뭐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괜찮은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런 걸로 잘난 척 하면 안돼죠. 근사한 작품을 만든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남들이 추켜 세운다고 혹하는 사람이 아니예요.”
“나에겐 유명한 사람들 사진보다 빗방울이 맺힌 유리창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며, 젖은 창문에 맺힌 빗방울이 얼마나 오묘하고 아름다운지 들려준다. 사진의 좋은 점은 ‘보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라며, 세상의 모든 것은 사진으로 찍을 만하다고. 미리 계획하고 사진을 찍은 적은 없다는 그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드러나 있는 것들도 있고 숨겨진 것들도 있는데, 우리는 눈앞에 드러나 있는 게 현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숨겨진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인생의 지혜를 들려줬다.
“나는 내가 사는 동네를 찍는다. 친숙한 장소에서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늘 세상 반대편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건이란 한 때 내 것이었다가 다른 사람한테 가는거예요. 죽을 때 가져갈 수 없잖아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뭘 갖느냐가 아니라 뭘 버리느냐 입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들도 실은 그리 걱정할 게 아니예요.”
“저는 우연히 단순한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재미없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름다움을 찾는 게 중요해요. 세상의 근사한 것들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거요. 변명하지 말고 당당하게 즐겨야 합니다.”
“나는 대단한 철학은 없다. 카메라가 있을 뿐.
I don’t have a philiosophy. I have a camera.”
“세상에서 잊히기를, 별거 아닌 사람으로 남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