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 그들이 있던 시간The Times They Were
작고한 사진가 이노우에 코지Inoue Koji(1919-1993)의 아들인 이노우에 하지메 씨는 2008년 대구사진비엔날레를 관람차 방문했다가 사진가 한영수(1933-1999)의 사진을 처음 보았다고 한다. ‘마치 아버지의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고 큰 감동을 받은 하지메 씨는 아버지 이노우에 코지의 사진집을 한영수의 딸 한선정(한영수문화재단 대표)에게 선물로 우송하였고, 이를 계기로 살아생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 두 사진가의 사진전이 6월 15일부터 7월 25일까지 사진위주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렸다. 각각 서울과 후쿠오카의 일상을 두 사진가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들이 있던 사진의 시간은 전후 1950년대 60년대의 한국과 일본의 일상들이다, 공간적으로는 다르지만, 두 사진가가 전달하는 이미지는 언뜻 보기에 닮아있다. 두 사람의 사진은 광고나 순수사진과 같은 전혀 다른 성격이 아니라, 일상의 휴머니티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두 사진가의 시선은 흑백사진이다. 흑백사진은 그들이 있던 시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하고, 향수(鄕愁, nostalgia)를 불러일으킨다. 두 거장들의 사진은 그들이 있던 시간에, 우리가 그곳에 서 있게 만든다. 그가 있던 자리에 우리도, 나도 그곳에 있다. 시간은 70년이 훌쩍 지났지만, 같은 공간에 우리는 서 있고 그들을 본다. 전후시기 힘들었던 시간속에도 슬픔과 기쁨, 희망과 웃음을 사진을 통해서 함께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사진의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거장들의 사진을 보면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것은 그만큼 자연스럽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정감이 든다. 흑백사진의 묘미는 색(color)이 주는 설명적인 요소들을 걷어내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들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진가의 사진들에는 많은 부분을 유추하게 만든다. 그것이 이 두 사진가의 힘이 아닐까. 서울과 후쿠오카의 공간적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여기에 있는 그들의 일상은 생활방식이라든지, 시대상황, 문화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흑백사진속에 그들의 존재는 그것을 보는 지금의 나와도 다르지 않아보인다. 사진은 재현성[再現性]과 서사성[敍事性]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여성의 의상에서도, 시장과 도심의 거리에서도, 장소와 시간에 따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들은 거기에 있었다. 그들이 있던 시간은 70년이 지난 우리들에게 보여지고, 우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한영수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현실을 총체적으로 포착했다. 한국은 희생자들의 나라도 아니었고, 또한 영웅들의 나라일 필요도 없었다. 사람들은 하루하루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 뿐이었다.” 한영수 책 서문을 쓴 LA카운티 미술관(LACMA) 한국미술담당 큐레이터 버지니아 문의 <무의식적 순간>의 글이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풍경은 시간이 지나고, 시간이라는 항아리에 푹 담겨진 된장처럼 발효된 무언의 침묵이 말을 건다. 기록은 그만큼 중요하고,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볼 때, 시를 두 번 읽고 싶을 때 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어.’
ROBERT FR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