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233. 로베르 브레송과 까르띠에 브레송의 노트

by 노용헌

영화감독 로베르 브레송Robert Bresson의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 자신의 생각에 대해 1950~1974년에 쓴 짧은 글을 모았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영화들을 시네마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라고 불렀다. “영화에는 두 종류가 있다: 연극의 방법을 사용하고(배우, 연출 등) 복제하기 위하여 카메라를 돌리는 영화들; 시네마토그래프의 방법들을 사용하고 창조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구사하는 영화들이 그것이다.” (P.20) 그는 시네마와 연극과 달리 자신만의 영상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진실과 거짓의 혼합물은 거짓을 드러내고 만다(사진적 연극 혹은 시네마). 거짓도 그것이 일관적일 경우 진실로 비쳐진다(연극).” (P.35), “시네마토그래프란 움직이는 이미지들과 소리들을 가지고 하는 글쓰기이다.” (P.20) 감독은 또한 배우들도 유명배우들을 캐스팅하지 않고, 배우와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화면내 구성을 감독이 의도적으로 결정하는 ‘꾸밈’ 미장센을 거부했다. 불필요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던 것 같다. 그의 공식적인 작품수는 14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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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중에서 톨스토이의 <위조지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돈(1983)’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영화에서 보면, ATM기에서 돈을 뽑는 손, 인물들의 손의 클로즈업, 손과 손으로 전달하는 클로즈업 장면등 노동의 손에서 범죄의 손으로, 손에 관한 이미지들의 흐름이 있다.(https://youtu.be/uk_yKYhBjKA) 손에 대한 감정과 시선의 흐름이 이어진다. ‘바흐는 오르간 연주 후에 찬미하는 한 학생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중요한 건 적절한 순간에 정확한 음조들을 두드리는 거란다."’ (P.146) 영화와 사진의 차이는 아마도 흐름에 있을 듯 싶다. 손에 대한 이미지에 최근 사진전이 열렸었다. 전민조 작가의 ‘손의 이끌림’ 사진전에서 그는 “로댕의 신의 손이라는 작품을 보고 손에 집중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신문사에 들어갔고, 전체를 찍되 손을 부분적으로 집중해서 찍으려고 노력했다”며 “손은 정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손, 환자를 돌보는 손 등 다양한 손이 있는데 이렇듯 참 중요한 손을 보면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얼굴의 표정만큼이나 손에서 보여지는 삶의 표정을 엿볼 수 있다. 손은 인물에게 있어서 바디랭귀지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 메타포로서도 작용한다. 사실 사진을 찍을 때 대상에게 포즈를 취하게 하면 손의 위치는 상당히 중요하다. 때론 손의 부자연스러움에 당혹케할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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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자신의 사진 미학을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이라고 불렀다. 까르띠에 브레송에게서 보여지는 손의 이미지는 구도안에 녹여져 있다. 전체적인 프레임 안에서 손은 흐름을 만들고, 시선을 이끌어낸다. “무엇보다도, 나는 사진 한 장의 테두리 안에서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어떤 상황의 본질 전체를 붙잡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결정적 순간은 상황에 대한 맥락이자, 흐름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의 결정적 순간으 시간, 앵글, 포지션을 넘어서 대상과 주체간의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교감의 순간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 교감의 순간을 이어주는 손의 흐름이 이어준다. 1933년 스페인에서 촬영된 머리 빗는 세여인의 모습은 각각 표정은 다르지만 손의 연결로 상황이 연출되어 있다. 프레임 안에서 세명의 피사체의 연결은 손의 흐름에 따라 시선이 흘러간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한 남자를 향해 뻗어 있는 신의 손처럼, 손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것처럼, 손의 흐름을 보여준다. 또 다른 사진(Natcho Aguirre)은 초현실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1934년 멕시코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한 남성의 손의 모양과 여성의 하이힐 구두의 모습에서 성적인 뉘앙스의 두 장면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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