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221. 故 김기찬 사진가의 사진인생-‘골목안 풍경’

by 노용헌


故 김기찬(1938~2005) 사진가는 30여년간 서울의 ‘골목안 풍경’을 찍었다. 사진가의 유족으로부터 지난 10일 필름 10만 여점과 사진, 육필원고, 작가노트 등 유품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그의 사진들은 서울의 도화동, 행촌동, 공덕동등의 골목안의 풍경을 주제로 도시화과정에서의 골목길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재개발과 도시화로 달동네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뛰어 놀던 아이들도 이젠 보기가 어려워졌다. 70~80년대 비만 오면 흙탕길이었던 곳도, 도시의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아이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코로나 시기 특히 더 집콕은 일상화된 현실이다. 그의 사진을 보면 웃음을 머금게 한다. 낯선 사진가가 골목안의 마주친 대상들은 한결같이 웃고 있고, 스스럼없이 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가 이웃으로 자주 찾아와 말을 걸고, 골목이웃들에게 기념사진을 찍어 나누어줬다고 한다. 브루스 데이비슨(Bruce Davidson)이 할렘가를 찍을수 있었던 것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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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들어서면 늘 조심스러웠다. 특히 동네 초입에 젖먹이 아기들을 안고 있는 젊은 엄마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은 동네에서 쫓겨나기 알맞은 행동이었다. 사실 젊은 엄마들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은 내 나이도 오십이 넘어서였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골목안 풍경 전집, 590P) 그에게 있어서 피사체는 대상물이 아니라 그와 함께 숨쉬는 이웃이었다. 한 동네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그의 사진들은 그의 사진속에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집을 계단집이라고 했는데 아주머니들이 많이 모여들어 정담을 나누는 곳이었다. 오른쪽에 앉아 이가 아프신지 인상을 쓰고 계신 분이 왕초 할머니시다. 이곳에 모이는 분들 중에 연세가 제일 많아 왕초 언니라고도 했다 … 11년 후, 그동안 왕초 할머니와 나는 많이 친해졌다. 왕초 할머니가 사진 촬영하는 나를 놀리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골목안 풍경 전집, 5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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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콥 리스(Jacob Riis)의 뉴욕의 빈민가의 사진들은 슬럼가의 열악한 환경들을 고발하기 위해 사진은 사용되었다. 그의 사진은 골목길의 대한 그의 애정이 엿보인다. 최민식 사진가의 자갈치 시장에서 보여주었던 가난한 자의 삶에 대한 애정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또 다른 차이점을 보인다. 이를 두고 사회학자 윤일성은 ‘분노하는 자의 시선’(최민식)과 ‘그리워하는 자의 시선’(김기찬)의 차이로 구분하기도 했다.(‘도시빈곤에 대한 두 가지 시선-최민식과 김기찬의 사진 연구’) 그의 사진은 따듯함이 느껴진다. 그의 사진이 예술성이 뛰어나거나, 그림 같은 사진이 아니더라도, 그가 30년간 골목안의 풍경을 주제로 기록했다는 것은 경이롭다. 그의 사진은 거리 사진(street photography)이며, 거리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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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한다. “참으로 가난한 시절이었다. 고급과자는 없었어도 훈훈한 인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있었다. (…) 문명의 이기 속에 스러져가는 나의 고향 서울의 한 모퉁이를 뒤늦게나마 소중히 여기며 정직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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