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미나마타와 유진 스미스

소설과 영화, 그리고 사진

by 노용헌

2020년 개봉한 영화 <미나마타>는 조니 뎁이 주연과 제작까지도 맡은 작품으로 미나마타 병과 관련한 내용이다. 미나마타 병은 수은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이며,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의 미나마타 시에서 메틸수은이 포함된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에게 집단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메틸수은은 인근 화학공장에서 바다에 방류한 것으로 밝혀졌고, 2001년까지 공식적으로 2,26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다. 1950년대부터 이 미나마타 병에 대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고, 이 병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미국의 사진가 유진 스미스(Eugene Smith) 때문이었다. 그는 이곳에 1971년부터 73년까지 미나마타에 거주하며 사진을 찍었다. 스미스는 이곳에서 에일린 미오코 스미스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스미스 부부는 미나마타 병 희생자들을 위해 싸웠고, 공해책임회사인 칫소가 고용한 폭력배에게 폭행당하여 척추 손상 및 한쪽 눈 실명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1978년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유진 스미스의 사진책 <Minamata>는 유진 스미스의 사진에 그의 부인 에일린 미오코 스미스(Aileen Mioko Smith)가 글을 썼다. 환경을 무시하고 산업화로 인한 기업들에 의한 직업병으로 우리에게는 이황화탄소 중독의 원진 레이온 사태를 기억한다. 카드뮴 중독에 의한 ‘이따이 이따이 병’, 2008년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까지 우리는 환경오염에 노출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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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미나마타>는 2007년 일본의 소설가 이시무레 미치코가 쓴 기록 소설이다. 평범한 주부가 환자들과 그들 가족을 만나며 취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기록이다. 가족과 친구를 ‘미나마타 병’으로 잃고 뒤틀린 몸과 보이지 않는 눈으로 혼자 야구 연습을 하는 소년, 후처로 들와 아뜰살뜰 살아가다가 ‘미나마타 병’에 걸린 후 버림받은 여자, 그리고 ‘태아성 미나마타 병’을 앓고 있는 아기 등 ‘미나마타 병’으로 인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미나마타병'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1656년이었지만, 일본 정부가 폐수 때문에 유기수은중독이 발생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968년이다. 이시무레 미치코의 『슬픈 미나마타』는 미나마타 병에 걸려 죽어간 사람들의 진혼가(鎭魂歌)이다. 질소공장이 얼마나 모질었는지, 관료기구를 비롯한 언론들까지 얼마나 비정할 수 있었는가를 낱낱이 기록했다. 이 책을 쓸 때까지 그녀는 16세가 될 때까지 정규교육을 받아 보지 못한 평범한 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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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침대가 있는 병실에 다다를 때까지 몇 사람이나 되는 환자들과 일방적인 만남을 가졌다. 일방적이 만남이라고 한 것은, 그들 또는 그녀들 중 몇 명인가는 이미 의식을 상실한 상태거나, 그나마 의식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육체나 영혼 속으로 파고든 죽음과 싫든 좋든 코를 맞대고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머잖아 자신의 것이 되려하는 죽음을 찬찬히 뜯어보기라도 하려는 듯 열린 동공을 더 크게 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하지만 아직은 숨을 쉬고 있는 그런 모습은 너무 당혹스럽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슬픈 미나마타,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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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스미드는 다큐멘타리 사진에 있어서 새로운 형식을 발전시킨 사진가이다. 라이프(Life)지의 종군 사진기자(photojournalist)로서의 사진은 시골의사의 포토스토리를 계기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휴머니스트(실천적 이상주의자)로 발전하게 된다. 그는 저널의 기록성(단순히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려는 형태)을 넘어 두 가지 방법(photo story, photo essay)으로 따뜻한 인간애를 표현하였다. <도모꼬를 목욕시키고 있는 어머니>라는 사진을 보면, 미나마타 병으로 고통 받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종교적인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이 사진에 대해 미국의 평론가 수잔 손탁은 "주민 대부분이 수은 중독으로 신체장애를 일으켜 서서히 죽어 가는 모습을 기록한 유진 스미스의 이 사진은 우리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고뇌를 기록했으며, 어머니 무릎 위에서 온몸을 비틀며 빈사상태에 있는 딸은 현대 각본연출법(Dramaturgie)의 참된 주제로서 탐구된 페스트의 희생자가 넘치는 세계를 찍은 한 장의 피에타(Pieta : 성모 마리아가 예수의 시체를 무릎에 안고 있는 그림상)이다."라고 격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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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현실의 해설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것은 사실을 주의 깊게 탐구하는 일이며,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되는 일이다. 따라서 내가 찍는 사진은 진실을 꿰뚫은 것이라야 하며, 또 나의 판단력을 집중하여 진실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또한 상징화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주의 깊은 연구와 이해가 가능한 광범위한 감성을 통한 정직한 해석에 있다. 만약 내가 나의 내부에 존재하는 재능을 좀 더 심화시킬 수 있고, 그 정밀도를 보충하면 내가 이룩한 이미지는 문자 그대로의 진실을 능가하고 더 나아가 그 이상의 진실과 상징을 나타낼 수 있다. 나의 유일한 편집자는 나의 양심이고 나의 양심은 나의 책임이다”(Eugene Smith Photography, Exhibition catalogue of University of Minnesota, 1975)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도덕적 양심에 기초로 그의 종교적 원칙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진실을 정확히 표현하려 하였으며 이러한 믿음을 완강하게 지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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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마타>는 유진 스미스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 아니라 미나마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의 이야기이다. 이방인인 그에게 조력자로서 에일린의 역할과, 엄청난 돈으로 회유하는 칫소 사장의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노력하던 스미스는 이 회사에 몰래 침입해서 그 회사의 폐수로 인해 사람들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들을 취재한다. 그러나 기업이 고용한 사람들에 의해서 집단 구타를 당하고 그는 이방인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과의 연대하는 사진가로 인식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스미스의 사진 한 장이 세상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사진 한 장으로 환경과 공해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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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병으로, 수명을 다하고 죽은 사람의 영혼은 부처님이 거둬주신다지만, 유기수은에 녹아 없어진 영혼은 누가 거둬주신 답니까? 회사가 거둬주신 답니까?” <슬픈 미나마타,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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