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43. Let Us Now Praise Famous Men의 역사적 의의

by 노용헌

제임스 에이지[James Agee]는 1936년 잡지 <포춘 Fortune>에 근무하는 중에 앨라배마주(州)의 소작인의 실태를 그린 르포르타주를 써 내기로 결심하고 사진가 에반스의 협력을 얻어서 <Let Us Now Praise Famous Men>(1941)을 출판하였다. 1930년대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에 있어서 FSA(Farm Security Administration)는 큰 획을 그었다. 미국 농림부는 서부개척을 위해 사진을 홍보의 한 방편으로 사용, 이때 작업했던 작가들로는 도로시어 랭, 워커 에반스, 벤 샨, 헬렌 레빗 등이 있었다. 각자 다른 스타일을 가진 여러 사진가들이 함께 공동으로 작업했다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워커 에반스는 1930년대 FSA의 일원으로서 다큐멘터리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 준 중요한 미국의 사진가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사진이 단순히 미국의 기록사진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기간 중 농업안정국에서 당시 소작농, 황폐해진 대평원 지역의 이주민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어려운 농촌 현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 보려는 정부의 후원아래 미국 사진가들을 고용하였던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1935년부터 1942년까지 워커 에반스, 도로시어 랭, 벤 샨, 아서 로드스타인등의 사진가들이 대거 참가해 2만 7천점이 넘는 사진을 수집하였고, 홍보의 수단으로 사진을 이용하였다. 이 사진들은 그 목적을 훨씬 뛰어넘어 사진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한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그것은 당시의 사회 비평가들뿐만 아니라 포토저널리즘과 시각적 의사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제 유명인들을 칭송하자Let Us Now Praise Famous Men는 남부 소작인들의 그 조사를 통하여 1930년대 미국의 역사적인 이벤트에 대한 많은 통찰을 제공한다. 구체적인 역사의 현상을 조명하는 것에 더하여, 그 작업은 기본적인 태도의 변화들을 조명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것들의 주제를 다루는 제임스 에이지와 워커 에반스의 방법은 빅토리아시대 풍이고 진보적인 가치의 거절, 그리고 사회의 이슈를 전달하는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을 모두 보여준다. 그들 전에 썼던 많은 사람들과는 다르게, 에이지와 에반스는 소작인의 생활양식을 비판하지 않았고 꾸짖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각 가족이 직면했던 곤란을 민감하게 나타내지만 윤곽을 드러내보이었던 가족들의 존엄성을 존중했다.


이제 유명인들을 칭송하자와 비교될 수 있는 한 작업은 자콥 리스Jacob Riis의 <다른 절반의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How the Other Half Lives>(1890)이다. 후자의 작업은 50년 전에 출판되었었지만, 그 단편들은 약간의 중요한 성질을 공유한다. 예를 들면, 둘 다는 가난한 자에 관해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써졌다. 이제 유명인들을 칭송하자와 다른 절반의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연대기에 싣는 동안 주택, 일, 그리고 교육과 같은 이슈들에 이야기를 한다. 이와 같이, 그 작업들은 그들의 기본적인 목적과 형식에서 유사하다. —Matt Coogle


이 구조상의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두 작업들은 표현presentation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있어서 현저하게 다르다. 리스의 이주민과 에반스의 이주민, 또는 소작농의 사진은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촬영하였지만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리스나 에반스가 찍은 대부분의 대상은 누추한 빈민들이었다. 그러나 리스의 사진이 르포에 가까운 신문사진과 유사하다면 에반스의 사진은 주로 직접적인 정면시각으로 조형적인 공간추구와 감정이입을 특징으로 한다. 리스의 사진은 예술로써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기보다는 사실적 증거에 입간 포토캠페인, 프로파간다의 성격을 띄고 있다. 이에 반해 에반스는 8×10판의 대형 사진기를 이용했다는 점이 특이 하다.


35mm의 기동성보다는 작가의 관점이 철저히 계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대상에 접근하는 이런 방법을 고집한 것은 작가의 주관을 가능하면 개입 시키지 않고 일정한 거리에서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제 유명인들을 칭송하자Let Us Now Praise Famous Men> 이 책의 에반스의 사진은 다큐멘터리 역사에서 하나의 고전이 되었다. 이 책에서 기록과 예술과의 문제를 핵심으로 다루면서 에반스는 그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한다. “경찰사진과 같이 기록하는 스타일이 있다. 여기에서 예술은 아무 쓸모가 없고 기록만이 유용하다. 따라서 예술은 하나의 기록이 아니라, 기록에서 스타일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작업이 바로 이것이다.”


에반스의 말에서 보듯이 그는 기록성을 넘어서 예술적 표현을 하려고 했으며 현실세계를 있는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조형의 틀 속에서 재구성하려 했던 것이다. 에반스 사진의 특징 중 하나는 정지된 조형적인 공간 속에 시적(詩的)인 감성을 투영시키는 것이다. 그의 조형적인 미는 다큐멘터리 사진에서의 미적인 요소를 발전시켰다. 기록이 가지는 내용성의 의미 전달에서 시적인 방법은 은유와 추상, ‘다의미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들은 은유적인 사실로 가득차 있고, 명백한 것에서 암시를 끌어 낼 수 있으며, 내적인 것에 호소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또한 기존의 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록적인 측면을 뛰어 넘은 에반스 만의 스타일, 주관적 다큐멘터리 사진의 미래를 개척한 면에서 의의를 가질수 있을 것이다. 이후 로버트 프랭크로 사진적 전통을 계승하게 되었다.


‘사진은 어떤 공공적 목적이나 개혁, 정치적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사진가 개인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에반스는 생각했다. ‘사회적 다큐멘터리’나 ‘포토저널리즘’과는 달리 그의 사진관은 서정적이고, 주관적이었다. 그의 사진은 앗제의 서정성과는 또 다른 성격이었다. 에반스의 사진의 빈곤한 소작농을 다루고 있으며 이 사진들은 결코 감상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경과 그들의 존엄성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의 서정적 다큐멘터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에서 1940년대까지는 미국 포토저널리즘의 황금기이다. 벤 샨(Ben Shahn), 아더 로스타인(Arthur Rothstein),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 마가렛 버트 화이트(Margaret Bourke-White) 같은 사진가들은 어스킨 콜드웰(Erskine Caldwell)의 <담배 길Tobacco Road>,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arth>, 아치볼드 매클리시Archibald MacLeish의 <자유의 땅Land of the Free>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창조적인 시각적 결과물들을 발표했던 시기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American Photographs>로 이미 전시회를 가졌던 사진가인 워커 에반스는 매우 존경받는 사진가이다.

앨라배마 농부의 아내의 사진은 이 책에서 그의 대표적인 사진이다. 에반스는 농민의 실태, 소작농의 생활 실태를 기록했는데 비록 가난할지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있다. 정공법적 묘사와 정확한 디테일을 통해서 그 시대 소작농 여성의 얼굴을 함축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면으로 굳게 다물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강한 의지와 결심과 함께 고단함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에이지Agee가 이 책에서 소작인의 교육 수준을 묘사할 때, 그는 교육받지 못하고 무지한 것으로 앨라배마 소작인들의 포괄적인 특징 묘사를 피한다. 그 대신에, 그는 더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 소작인의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한 이와 같은 노력은 에반스의 사진에서 반영되고 있다.

이 책은 FSA의 많은 사진가들 중에서 에반스의 사진으로 쓰여진 책이다. 에반스의 인물사진이 가지는 스타일 외에도 많은 사진가들의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에반스의 사진은 많은 사진가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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