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42. 크리스틴 발터스 페인트너-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노용헌

“마음의 눈으로 아름다움을 본다는 것은 다른 눈보다 많은 것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의 처음에 있는 글이다. 우리는 사진을 잘 찍고 싶고, 나의 마음이 담긴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 그러하기 위해선 글의 문법을 배우듯, 사진의 문법을 배우고,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사진가는 어떤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사진을 촬영할까? 문법을 배우는데 정해진 규칙과 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심미안(審美眼)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의 마음을 거울에 비출 때 알게 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사진은 무엇인가? 크리스틴 발터스 페인트너는 마음의 눈을 뜨게 만드는 사진 찍기에 대해 이 책에서 말한다.

1. 마음의 눈으로 보기

진정으로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얻는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우리는 세상을 눈을 통해서 본다. 시각적 경험을 주는 ‘눈eye’은 육체적인 눈이라면, 이 눈을 통해서 그 이상의 것을 볼 때 진정한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꽃은 너무 작고 우리는 시간이 없다. 그리고 친구를 사귀는 데 시간이 드는 것처럼 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꽃을 ‘제대로 보려면’ 시각적 훈련이 필요하다. 단지 ‘본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본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본다’는 것은 ‘바라본다Behold’는 것이다. 마음의 눈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을 단지 풍경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보고 꿰뚫어 볼 수 있다. 머리로 사진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제3의 눈으로 바라보기, 즉 마음의 눈 또는 영적 감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2. 시각을 기르는 수행과 도구

내가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단순한 비밀. 오로지 마음으로만 제대로 볼 수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기 싫은 장면과 불편한 장면은 애써 외면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흘깃 보고나 참된 것이 아닌 거짓된 것, 또는 본질보다는 가면인 허위를 본다. 진정으로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되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사진을 ‘취하거나Taking’, ‘쏘거나Shooting’, 심지어 ‘만들기Making’ 보다 이미지라는 선물을 ‘받아들이는Receiving’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사진을 받아들이는 행위를 할 때만이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본다는 것은 관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으로 애정을 갖고 사물을 관찰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의 귀를 열고 깊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사진은 피사체에서 반사된 빛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받아들이는 것이다. 렌즈를 통해서 받아들이는 것처럼, 우리는 세상을 카메라라는 도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3. 빛과 그림자의 춤

마음의 눈으로, 영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빛과 그림자는 달리 보이게 될 것이다. 머튼은 믿음으로 세상을 보고 아름다움을 영혼으로 느끼는 생활을 불투명에서 투명으로 가는 여정으로 보았다. 빛의 밝음이든, 그림자의 어둠이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름답든 추하든, 불완전하든 미완성이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틀에 박히지 않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문화적 전통 미의식중의 하나인 와비사비(わび・さび(侘・寂)))란 말이 있다. 이 말에서처럼, 평범한 사물도 아무리 불완전하고 초라한 것일지라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또한, 칼 융은 창조적 잠재력을 ‘황금빛 그림자’라고 말한다. 황금빛 그림자는 우리에게 영혼의 눈으로 보게 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영혼의 눈으로 봄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능성과 함께 직관하는 여정에 이르게 할 것이다.


4. 무엇이 숨겨지고 무엇이 드러나는가?

무엇을 숨기고 드러낼지의 과정은 선택의 과정이고, 사진에서 이 과정을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말한다. 프레이밍의 과정은 프레임 안의 어떠한 요소들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형성하는 것으로 스토리텔링의 과정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선택의 과정은 시각적 분별(Discernment)의 과정이다. 예술이란 관념을 버리면 모든 것이 예술이 되듯이, 마음의 눈으로 분별이 가능하다면 모든 존재의 의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분별심이 생길 것이다.


5. 우리 안에서 신성함을 발견하기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모두 가공의 페르소나, 즉 거짓 자아를 지닌다. 이러한 거짓 자아를 벗어나 우리 안에서 참된 자아(신성함)를 발견해야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자신의 작품이 명성을 갖길 원한다. 진실하기보다는 ‘잘 팔리는’ 것, 또는 평론가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만들고자 타인의 눈을 의식한 거짓된 예술작품을 만든다. 아름다운 이미지만을 쫓는 사진가들 또한 진정한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거짓 자아에 의한 바라보기인 것이다. 스스로 받아들이는 사진들을 살펴보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판단에 연민으로 함께하며 자신에 대한 관대함을 수행해야 한다.

당신의 사진은 어떤 의미에서 당신의 자서전이다.-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


6. 모든 곳에서 신성함을 보기

이미지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선물로 받아들일 때 모든 곳에서 신성함은 드러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촬영하는 풍경사진가들은 자신의 사진에 찍혀진 아름다운 풍광들이 자신이 잘 찍어서 나왔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물론 풍경사진 모두가 예술작품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촬영한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결코 자신이 만들어낸 풍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이 준 자신의 선물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진가는 자연을 왜곡시키고, 거짓된 자연을 담고 있는 것이다. 더 심한 경우는 프레임에 방해가 된다고 소나무를 베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하며, 심하게 플래시를 터뜨려 동물들에게 방해를 주기도 한다. 자신의 예술작품이라면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게 된다. 모든 곳에서 신성한 자유가 있고, 그러한 사물들의 존재들에 연민을 느끼고 마음에서 바라보는 훈련이 될 때 진정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 것이다. 또한 아름다운 사진이란 그 사진을 감상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할 때 그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은 “카메라는 사람들에게 카메라 없이 보는 법을 가르치는 도구이다”라고 했다. 당신은 사진을 찍지 않을 때 스스로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알고 있는가? 당신에게 주어진 선물을 받아들이려고 서둘러 카메라를 잡았지만, 그사이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완전히 놓쳐버린’ 순간이 있는가? 사진은 다만 세상에 ‘제대로’ 존재하기 위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도구이다. 순간을 ‘포착’하려고 항상 카메라에 손부터 뻗는 당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이제 카메라는 잠시 내려놓고 삶을 그저 ‘신성하게 바라보고’ ‘존재의 기쁨을 얻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당신의 시각이 더 뚜렷해지기를, 당신의 마음이 더 자유로워지기를, 당신의 마음의 눈이 언제나 세상의 새로움을 드러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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