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2021년 신축년(辛丑年)_공사중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날이 지루하게 지나간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다고 말뿐인 허상들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사중에 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나가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공사판이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조선시대 유구가 나왔고, 육조거리의 건물터가 묻혀 있지만, 올 6월1일부터 우기를 빌미로 보존조치를 한다고 땅을 도로 묻었다. 그러나 사실상, 어떻게 보존하고 보완할지는 내년 4월 개장을 해봐야 알 수 있다. 광풍처럼 헤집고 지나갔던, 조국사태, 박원순 시장의 죽음, 정의연 윤미향 사태. 또 다른 정치적 광풍들은 우리마음을 찢겨놓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은 더더욱 오징어게임의 환상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코로나도 진정되지 않고 서로간의 의심의 거리는 여전히 공사중에 있다. 부끄러움의 몫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이란 말이 있다.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은 사라진지 오래된 것 같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혼돈스러운 세상이다.
내로남불이란 말이 그 단면일 것이다. 최치원의 격황소서의 한 문장이다. “대개 옳고 바른 길을 정도(正道)라고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는 것을 권도(權道)라 한다. 슬기로운 자는 정도에 입각하여 이치에 순응하므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권도를 함부로 행하다가 이치를 거슬러서 패망하는 것이다. 인간이 한평생을 사는 동안 살고 죽는 것은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양심이 주관하여야 옳고 그름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고발사주와 대장동개발의혹은 두 거대양당 대선후보들에게 이목이 쏠리고, 화살은 어디로 향할지, 누구에게 득이 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반성과 성찰 없이 미래는 한치 앞도 진보하기 어렵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를 뜻하고,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 내가 살길인 것인가. 인생은 게임의 연속이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인지.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게임을 하는 것인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위해 죽고자 하는가. 광화문의 땅은 파헤쳐졌다가 다시 묻혀졌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무진의 명산물은 안개다. 자하문고개에서 내려다본 광화문은 안개에 싸여 있다. 속물들이 모여 있는 광화문의 빌딩 숲사이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낀 광화문이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고 말한다. 광화문광장은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으로 탁한 공기가 쌓여져 있다. 오래된 시간의 흙의 퇴적층처럼, 시간은 눌러져 쌓여 있다. 겹겹이 쌓인 흙이 파헤쳐졌다가 다시 묻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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