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사진의 복제성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 논쟁의 핵심 역시 사진의 복제성에 있다. 판화도 복제성을 매체의 차별적인 특성으로 삼고 있으나 사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만큼 사진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복제성이다. 디지털의 시대에선 파일의 원본 개념이 사라진 만큼 복제성은 사진의 예술개념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기계복제예술의 시대에서 벤야민은 사진의 복제성에 대해 일찌감치 예견했다. 사진 이전의 예술이 가졌던 아우라, 오리지날리티(Originality)에 대한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다. 예술작품이 지니는 아우라(진품성)는 대량복제됨으로써 전통적 가치였던 종교의식적 가치는 상실되었다고 벤야민은 말한다. 복제는 어떤 의미일까? 소수만이 경험하고 향유하는 종교적 가치(일회성)에서 벗어나 복제는 대중이 함께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전시적 가치, 대중성을 확보해주는 것일까? 앤디 워홀의 팝아트라는 장르는 대중에게 예술작품이라는 것이 고급예술에서 벗어나 복제된 상품의 이미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 소비시대의 산물이며 대중성과 상업성을 지닌 작품들이 우리가 삶에서 쉽게 접하는 것이며, 창작이라는 오리지널리티(유일성)가 아니라 복제되었다는 것의 가치는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의 원본과 복제는 수없이 만들어진다. 어쩌면 원본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에서 시뮬라크르(simulacre)들은 원본 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원본과 복사본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결국 복제물이 원본을 대체하게 되는 사회가 바로 현대 사회라고 정의한다. 예술작품에 대한 원작(창작성)은 사라지고 복제 작품에 대한 표절과 모방에 관한 문제가 남았다. 어디까지 표절이고, 어디까지가 복제인가.
복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예술작품의 희소성 측면, 벤야민의 유일한 원본의 느낌 아우라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사진가들은 에디션(edition)을 매긴다. 작가는 인화할 작품의 수를 한정함으로써 원본에 대한 희귀성을 강조한다. 많은 예술작가들과 컬렉터의 경우 이 에디션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는 복제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름은 악보이고 사진은 연주다’라는 안셀 아담스의 말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들리십니까? 기계 복제시대에서 현재는 디지털 복제시대이다. 디지털 확장자(jpg. mp3. mp4)는 사진, 음악, 영화를 인터넷과 디지털로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디지털 미디어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가장 핵심적인 미디어인 셈이다. 여러 단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복제는 예술 창조의 영역과 가능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열어놓는다. 탈물질성과 복제성은 기술적인 조건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하고 네트워크 사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 디지털은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SNS로 자신의 생각,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기존의 거대한 미디어는 이제 1인 미디어의 시대로 전환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 이상 카메라라는 전문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카메라보다 더 좋은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이다. 안셀 아담스의 말은 ‘디지털은 악보이고 네트워크는 연주다’로 바뀌게 되었다. 디지털은 이제 우리에게 어떻게 사용하고 공유하며, 나눌지를 묻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서있는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디지털 사진은 사진이라는 복제성을 더욱 쉽게 했다. 모바일을 통해서 보내진 사진들은 꾹 눌러 모바일에 저장하고 다시 모바일을 통해서 메일이나 전송을 하면서 무한하게 공급할수 있다. 디지털 사진은 현대인들에게 셀카처럼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에 알리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디지털 사진은 공격용 무기도 될 수 있고, 방어용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단순한 사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편리함, 기능들이 융합되는 시대이다. 디지털시대에 사진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더 이상 아니다. 모두가 사진을 찍으며, 사진을 감상하고, 사진을 공유하는 시대이다. 사진의 복제성은 대중성을 넘어 복제의 의미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위대한 사진이란 가장 깊은 의미에서 피사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완전한 표현이고 그럼으로써 삶 전체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의 진정한 표현이다.’ -안셀 아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