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288
퍼스(Charles Sanders Peirce)는 기호(sign)를 3가지로 분류한다. 한 가지는 도상기호(iconic sign)이고 다른 한 가지는 지표기호(index sign)이며, 나머지 하나는 상징기호(symbol sign)이다. 이러한 분류 기준은 표상체가 대상체와 어떤 관계를 나타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퍼스는 기호들의 3요소를 대상체, 표상체, 해석체로 분류한다. 대상체는 기호이자 직접적으로 지각될 수 있는 것을 말하고, 표상체는 기호가 어떤 것을 나타내거나 지시하는 대상물을 말한다. 그리고 해석체는 표상체를 대상체로 이끄는 관념과 관계된 범주로 해석된 내용이다.
1.도상기호(iconic sign)
도상기호는 무엇보다도 외부세계와 실제 사이의 유상성에 근거합니다. 그래서 도상기호는 그것이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체와 비슷하게 인식될 수 있는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다. 사진에 찍혀진 대상체와 표상체 사이에 형태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도상기호라고 부른다. 나무라는 대상체를 사진으로 찍게 되면, 사진에 나타난 나무는 표상체인 것이다. 대상체의 형태를 유추하여 우리(보는 사람들)는 나무(유사한 표상을 통해)를 인지하게 된다.
마그리트의 파이프 그림은 아래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가”라고 쓰여져 있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지시대상으로서의 실제 파이프와 파이프에 대한 그림으로서의 도상적 기호, 파이르라는 대상과 언어적 기호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다. 지시대상과 그림 그리고 언어 사이의 등가적 관계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형태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의 상징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이퀴벌런트(Equivalent)일 것이다. 구름을 찍고 그와 유사한 형태를 상상하는 것, 피망을 찍었지만 인간의 신체를 유추하는 것. 이것은 도상적 기호에서 또 다른 확장된 형태이다.
2.지표기호(index sign)
지표기호는 대상체와 실존적 연결을 이루고 있는 기호이다. 대상체와 표상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오늘 아침 온도가 5도라면 온도계의 눈금은 5도에 맞추어져서 그 온도를 나타낸다. 온도계의 눈금은 대상체와 표상체 사이의 인과관계를 나타낸다. 가을의 단풍이나 낙엽을 보고 가을임을 알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A라는 일이 일어나 B라는 일이 일어난다고 할 때, 이 명제가 참이라면 B는 A의 지표가 되는 것이다.
포토저널리즘(photojournalism) 사진에서 경제면 뉴스의 주식 사진이 한 지표기호가 될 것이다. 주식이 떨어지고 있는지 오르고 있는지의 지표와 주식시장의 인물과의 연관성을 종종 볼 수 있다.
3.상징기호(symbol sign)
상징기호는 임의적이다. 상징기호의 경우, 대상체와 표상체 사이에 어떤 유사성도 없고, 어떤 연관성도 없다. 다만 그것은 약속에 의하여 성립한다. 이때 상징은 일반적, 법칙적, 규범성에 의해 대상체를 표의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회나 공동체에서 그 의미작용을 수용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호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호등이다. 신호등은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정지, 주의, 진행을 나타내는데, 이 기호들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사회에서 그렇게 약속을 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약속은 관습에 의해 지속된다. 언어나 숫자, 신호 등은 논리적인 연관성이 없으며, 이는 문화의 관습이나 규칙에 따라서 그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만 레이의 대표적 사진 중에 ‘앵그르의 바이올린’(1924)이 있다. 이 사진은 터키식 터번을 쓴 나체 여성의 뒷모습에서 바이올린 앞판에 뚫려 있는 F자 모양의 두 울림 구멍이 새겨져 있다. 외견상 상관이 없어보이는 여체와 바이올린은 닮은 형태라는 느낌으로 누드의 곡선과 악기의 곡선은 유사해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 바이올린의 기호는 상징기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