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 사건, 상태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284

by 노용헌

1952년 프랑스 베르부사에서 간행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프랑스 원본 제목은 “Image a la Sauvette”이고 영어판에서는 “The Decisive Moment”이다. 프랑스어 “à lasauvette[alasovεt]”은 ‘재빨리, 부랴부랴, 남몰래, 살짝’이란 의미이다. 일본 사진평론 시게모리 히로시는 ‘도주하는 듯한 이미지’로 쿠스모토 아키는 ‘사라지는 이미지’, 이마바시 에이코는 ‘뜻밖에 쟁취된 이마주(이미지)’로 번역한다. 도망가는 이미지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디서 시작하여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숲속에서 숨어 있는 꿩을 찾는 사진가는 이미지 사냥꾼인 셈이다.


우리네 인생도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과정(process)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사건(event)을 만들어내고, 그 사람의 상태(state)를 좌우한다. 피터 월렌Peter Wollen의 매혹적인 에세이 <불과 얼음Fire and Ice>에서, 그는 사진과 시간에 대해, 의미하고 있는 세 가지 카테고리의 사진과 각각의 가능성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뉴스 사진은 의미 있는 사건으로 인식된다. 예술과 대부분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상태를 나타낸다. 일부 다큐멘터리 사진들과 특히 머이브리지의 시리즈들은 의미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여진다. 우리가 최소한의 내러티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이상적인 최소 이야기 형태는 다큐멘터리 사진, 그 다음 뉴스 사진, 그리고 예술 사진(과정, 사건, 상태)으로 구성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Photography-The Key Concep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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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정(process)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머이브리지의 말의 뛰는 모습은 말의 뛰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정은 골프 공을 치는 사람이 공을 치기 전과 치기 후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정이 있을 수 있고, 사건이 벌어지기 전과 사건이 벌어진 후의 과정이 있을 수 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유명한 사진 물 위를 건너뛰는 장면은 건너뛰기 전과 후를 상상할 수 있는 한 순간을 표현했다. 전과 후는 과정이고, 찍혀진 순간은 사건이며, 최종적 판단은 상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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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건(event)

보도사진의 대부분은 사건을 다룬다. 사건의 정점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보도사진의 특종사진들이다. 1971년 12월 25일 대연각 호텔 화재사건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을 포착한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화재 현장의 극적인 순간을 사진기자의 눈으로 포착하고 있다. 바르트의 용어 푼크툼(Punctum)과 스투디움(Studium)에서 사건은 푼크툼이고, 상태는 스투디움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순간적인 자극인 푼크툼은 사건의 순간적 정점일 것이다. 사진을 이해하고 해석인 스투디움은 과정과 사건을 통해 해석되는 상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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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상태(state)

유진 스미스의 미나마따(MInamata) 사진 <도모꼬를 목욕시키고 있는 어머니>는 미나마따의 심각한 상태를 보여준다. 미나마따병(수은중독)의 원인은 일본의 기업(치소)의 공해물에서 원인이 될것이고, 이과정으로 주민들의 시위가 있었고(사건), 해결되지 못하는 분쟁으로 남아진 상태이다. 이 상태를 스미스는 병에 걸린 도모꼬를 목욕시키는 장면으로 미나마따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상태(狀態)’는 사물ㆍ현상이 놓여 있는 모양이나 형편이고 ‘상황(狀況)’은 일이 되어 가는 과정이나 형편을 뜻한다. 상황은 사건의 순간을 말한다면, 상태는 그 순간이든, 결과이든 처해진(그 결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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