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235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 이른 아침 6시정도 눈이 떠져 집 앞을 나와 골목길을 지나 숲길을 가고 있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스름한 가운데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들이 먼지처럼 날라 다녔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작은 초등학교 같은 건물이 보였고 담장너머로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여러 명이 공 하나에 몰려다니고 나는 사진을 찍어 볼까하고 카메라를 눈에 가까이 대고, 이놈들 파인더 안에서 이리 와야지 저리 가면 어떡하냐하고 혼잣말을 해댔다. 하늘에서 내리던 눈은 점점 싸리눈에서 함박눈으로 크기가 커졌고, 뭔가 새 같은 물체가 공중에 내리는 눈 사이로 유영을 하고 있었다. 동공이 커지고 자세히 볼려고 애쓰고, 아니 새가 아니라 해마인데. 웬 해마가 물 속이 아니라, 눈 사이로 헤엄을 치듯 날라 다니네. 사진을 찍고, 망원으로 확대해서 찍어보기도 하고, 아 이 장면은 동영상으로 찍어야겠다하고 급히 동영상 모드로 바꿔 찍으려고 하니 그새 눈 앞에 날아다니던 해마가 없어졌다. 엥 초점이 나간나. 초점을 맟추고 이리저리 움직여 봐도 없었다. 아 이놈 어디로 갔지. 한참 찾으려고 뒤척이다 꿈에서 깼다.
사진을 그렇게 찍으면 어떡하니, 초점도 나가고, 노출도 틀렸고, 구도도 엉망이고. 수직수평도 못 맞추고, 사진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 프린트 된 사진을 박박 찢으면서 말한다. 이리 해 가지고 밥 먹고 살겠니, 다른 직업을 찾던지 해. 이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고 나는 제대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딱 한명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머리 좋고 감각 좋은 사람은 금방 터득하겠지만 둔한 나는 이리해보고 저리해보고 그래도 모르겠더라. 10년은 찍으면 좀 알까나. 그래도 모르면 하산해야겠지. 세상은 내가 볼려고 하는 것만 보인다. 보고 싶지 않은 장면도 보게 되지만, 내가 기억하고 의미를 두려고 했을 때 사진에 남는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만, 찍히는 것은 사물이 아닌 내 생각, 내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이쁜) 사진일지라도 그 사진이 진실하지 못하다면 아무소용이 없다. 헛된 꿈일 것이다.
너는 노래를 부를 때 삼박자를 맞추어 불러야지. 멜로디, 리듬, 가사를 잘 맞추고 노래를 불러야 되는 것 아니니. 그것도 딱딱 못 맞추고. 삼박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천지인,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의식주, 입고 먹고 잘수 있는 곳, 원방각. 원 세모 네모. 네모난 프레임속은 사람, 동물, 나무. 그것의 모양들은 동그랗고 세모나고 네모지다. 조리개 수치를 확인하고, 셔터 수치를 확인하고, 감도를 확인한다. 그리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은 정지되고, 사진은 타이밍과 라이팅, 그리고 프레이밍이다. 네모난 프레임속 현실은 언제나 꿈속에서 보았던, 꿈꾸었던 그 장면일까. 오늘도 내일도 현실은 내게 무언가를 선물해 준다. 무언가를 보여준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네모난 아버지의 지갑엔 네모난 지폐
네모난 팜플렛에 그려진 네모난 학원
네모난 마루에 걸려 있는
네모난 액자와 네모난 명함의 이름들
네모난 스피커 위에 놓인 네모난 테잎
네모난 책장에 꽂혀 있는 네모난 사전
네모난 서랍 속에 쌓여 있는 네모난 편지
이젠 네모 같은 추억들
네모난 태극기 하늘 높이 펄럭이고
네모난 잡지에 그려진 이달의 운수는
희망 없는 나에게 그나마의 기쁨인가 봐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