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조지 웰즈의 <투명인간>

영화 <투명인간> 1933년

by 노용헌

투명인간 (1933), 돌아온 투명인간 (1940), 투명여인 (1940), 투명요원 (1942), 투명인간의 복수 (1944), 애벗과 코스텔로 투명인간을 만나다 (1951), 할로우맨 (2000), 인비저블맨 (2020).

영화 투명인간 03.jpg

문학 등의 창작물에 등장하는 투명인간은 매우 많으며 역사도 오래되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등장하는 요괴(?) 아리엘은 인간을 투명화하는 마법을 쓸 수 있으며, 크리스토퍼 말로의 <포스터스 박사>에서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자신과 파우스트 박사를 투명하게 만든 뒤 바티칸을 쏘다닌다. 심지어 플라톤의 <국가론>에도 착용자를 투명화하는 마법 반지가 등장하여, 이를 착용한 목동인 기게스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도록 해 준다. 하지만 마법이나 신비한 아이템을 사용한 판타지의 영역이 아니라 뭔가 과학적인 힘을 사용한 SF적 의미의 투명인간 캐릭터는 허버트 조지 웰즈의 SF 소설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에 등장하는 그리핀 박사를 그 시초로 볼 수 있다.

영화 투명인간 04.jpg

그렇게 두드러진 외모와 태도를 가진 사람이 아이핑 같은 마을에서 화제에 오르는 것은 불가피한 노릇이었다. 그의 직업에 대한 의견은 크게 나뉘었다. 홀 부인은 그 점에 민감했다. 누가 물으면 부인은 함정을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음절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그가 <실험을 주로 하는 연구자>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실험을 주로 하는 연구자가 뭐냐고 물으면, 배운 사람이라면 그게 뭔지 알 거라고 한껏 뻐기는 태도로 말한 다음, <무언가를 발견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설명을 보태곤 했다. 홀 부인은 자기네 손님이 사고를 당해서 일시적으로 얼굴과 손의 색깔이 변했는데, 원래 성질이 예민한 사람이어서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홀 부인이 듣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견해는, 홀 부인네 손님은 범죄자인데 경찰의 눈에 들키지 않도록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다는 것이었다. (P36)


“그건 유령이었어.” 홀 부인이 말했다. “나는 그게 유령이었다는 걸 알아. 신문에서 유령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 탁자와 의자가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춤을 추었지!”

“한 모금만 더 마셔, 여보. 그러면 마음이 안정될 거야” 홀이 말했다.

“그 사람이 못 들어오게 문을 잠가 버려요.” 홀 부인이 말했다. “다시는 그 사람을 안에 들여놓지 말아요. 나도 반쯤은 짐작했어요. 미리 알았을 수도 있었는데, 커다란 색안경을 쓴 눈과 붕대 감은 머리, 일요일에도 교회에 가지 않고, 게다가 그 많은 유리병 --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병을 가지고 있는 건 정상이 아니에요. 그 사람은 가구 속에 유령을 집어넣었어요. 내 소중한 가구에! 그 의자는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즐겨 앉았던 바로 그 의자였어요. 그 의자가 이제 나한테 대들다니, 생각해 보세요!” (P52-53)


영화 투명인간 05.jpg

“당신 손가락이 내 눈에 띄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소.” 공중에서 나는 목소리가 무례하게 훈계하는 투로 말했다. “사실 나는 온전한 상태로 여기 있소. 머리, 손, 다리, 그리고 나머지 몸도 모두 여기 있지만, 공교롭게도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지독하게 불쾌한 일이지만, 난 투명 인간이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핑의 멍청한 촌뜨기들이 나를 꼬치꼬치 캐고 들어도 되는 건 아니오. 안 그렇소?”

이제 단추가 모두 풀려서 눈에 보이지 않는 몸 위에 느슨하게 걸쳐져 있는 옷이 두 팔을 구부리고 일어섰다.

다른 사람 몇 명이 방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제 방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투명 인간이라고?” 헉스터가 낯선 사내의 비아냥을 무시하고 말했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 (P66)


마블 씨의 표정은 그의 속마음을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었다.

“...... 그러다가 멈추었어. 나는 말했지. <여기에 나처럼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가 있구나. 이자야말로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돌아서서 너에게 다가갔어. 그리고.....”

“맙소사! 하지만 나는 지금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어. 한가지 물어봐도 될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거지? 투명 인간!”

“옷과 거처를 구해야 하는데, 그걸 도와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른 물건들도. 내 물건은 아주 먼 곳에 놔두고 왔거든, 네가 도와주지 않겠다면....... 좋아! 하지만 도와줄 거야. 도와주어야 돼!” (P79)

영화 투명인간 08.jpg

“가만히 누워 있어, 이 멍청아!”

켐프는 잠시 더 버둥거리다가 잠잠해졌다.

“소리 지르면 얼굴을 때리겠어.” 투명 인간이 박사의 입에서 시트를 빼내면서 말했다. “나는 투명 인간이야. 어리석은 장난도 아니고 마술도 아니야. 나는 정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이란 말이야. 그리고 자네 도움이 필요해. 자네를 해치고 싶지는 않지만, 자네가 미친 촌뜨기처럼 나오면 해칠 수밖에 없어.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나, 켐프?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그리핀을?”

“나를 일으켜 주게.” 켐프가 말했다. “여기 그대로 있을 테니까. 잠시만 조용히 앉아 있게 해줘.”

그는 일어나 앉아서 목을 문질렀다.

“나는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그리핀이야. 내가 나 자신을 투명 인간으로 만들었어. 나는 자네가 알고 있는 보통 사람과 똑같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야.”

“그리핀?” 켐프가 물었다.

“그래, 그리핀.” <목소리>가 대답했다. (P131)


"그래. 하지만 생각해 보게. <가시성>은 빛에 대한 가시적 물체의 작용에 달려 있네. 물체가 빛을 흡수하느냐, 아니면 반사하거나 굴절시키느냐, 아니면 그 세 가지 작용을 다 하느냐, 물체가 빛을 반사하지도 않고 굴절시키지도 않고 흡수하지도 않는다면, 그 물체는 눈으로 볼 수 없어. 예를 들면 자네가 불투명한 붉은색 상자를 보는 것은 그 색깔이 빛의 일부만 흡수하고 나머지, 즉 빛의 붉은색 부분은 자네한테 반사하기 때문일세. 상자가 빛의 어떤 부분도 흡수하지 않고 모두 반사하면, 그것은 빛나는 하얀색 상자가 되겠지. 바로 은이야! 다이아몬드 상자는 빛을 많이 흡수하지도 않고 표면 전체에서 빛을 많이 반사하지도 않고, 여기저기 알맞은 표면에서만 빛을 반사하고 굴절시켜 반사광이 반짝반짝 빛나고 반투명한 눈부신 외관을 띠게 되지. 그건 말하자면 빛의 뼈대야. 유리 상자는 굴절과 반사가 다이아몬드보다 적을 테니까. 다이아몬드 상자만큼 화려하지도 않고 그만큼 분명히 눈에 띠지도 않을 거야. 그건 알겠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아주 또렷이 유리 상자를 꿰뚫어 볼 수 있네. 어떤 종류의 유리는 다른 유리보다 더 잘 보이지. 납유리 상자는 보통 창유리로 만든 상자보다 더 반짝거릴 거야. 아주 얇은 보통 유리로 만든 상자는 빛을 거의 흡수하지 않고 굴절과 반사도 조금밖에 하지 않으니까. 희미한 빛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네. 보통의 하얀 유리를 물속에 집어넣으면, 또는 물보다 밀도가 놓은 액체에 집어넣으면 그 유리는 거의 완전히 사라질 거야. 물에서 유리로 가는 빛은 거의 굴절되거나 반사되지 않고, 사실상 어떤 식으로도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물속의 유리를 볼 수 없는 것은 공기 속에 섞여 있는 석탄 가스나 수소를 볼 수 없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라네. 게다가 정확히 같은 이유로!“ (P149-150)

영화 투명인간 18.jpg

“그래서 지난 1월 눈보라가 시작되었을 때, 춥고 지치고 아프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나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네. 나는 비바람을 피할 집도 없고, 실험 기구도 없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도 없었지. 내 비밀을 털어놓는 것은 내 정체를 드러내는 거나 마찬가지였을 거야. 그것은 나를 단순한 구경거리와 희귀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었지. 그런데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을 붙이고 그 사람의 자비에 매달려 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 하지만 내 접근이 불러일으킬 공포와 야만적인 잔인성을 나는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었지. 그래서 길거리에서는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네. 내 유일한 목적은 눈보라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 몸을 감싸서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이었어. 그러고 나면 뭔가 계획을 세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투명 인간인 나에게도 런던의 집들은 빗장과 자물쇠가 채워진 난공불락의 요새였다네.

내가 분명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눈보라 속에서 추위에 떨며 비참한 밤을 보내게 되리라는 것뿐이었지...........” (P180-181)


“식욕을 채울 수만 있다면 악마들을 후려갈길 수도 있었을 거야. 마침내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으로 현기증이 나서, 다른 식당에 들어가 독방을 요구했네. <나는 얼굴이 추하게 손상되었습니다. 아주 심하게>하고 말했지. 사람들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물론 그것은 그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었네. 그래서 마침내 나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네. 별로 맛은 없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어. 점심을 먹은 뒤, 나는 시가를 피우면서 행동 방침을 세우려고 애썼지. 그때 밖에서는 눈보라가 시작되고 있었어.

생각하면 할수록, 춥고 더러운 날씨와 북적거리는 문명사회의 도시에서 투명 인간이 되는 것이 얼마나 부자유스럽고 어리석은 짓인지를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네. 이 미친 실험을 하기 전에는 수많은 이점을 꿈꾸었지. 그런데 그날 오후에는 완전히 기대에 어긋난 것처럼 여겨졌다네. 나는 사람이 원하는 것들을 꼽아 보았네. 눈에 보이지 않으면 확실히 그것들을 손에 넣을 수는 있겠지만, 손에 넣은 것을 즐길 수는 없어. 높은 자리에 올라도, 거기에 나타날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여자의 이름이 들릴라일 수밖에 없다면, 그 여자의 사랑을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나는 정치에는 전혀 취미가 없고, 유명한 망나니짓이나 자선 활동이나 스포츠에도 전혀 취미가 없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았을까? 그 때문에 나는 몸을 완전히 감싼 수수께끼, 몸을 감싸고 붕대로 감은 인간 캐리커처가 되어 버렸어!” (P202-203)

영화 투명인간 17.jpg

“.......지금까지 내 방침은 막연하고 불확실했어. 우리는 불가시성이 의미하는 것과 의미하지 않는 것을 모두 생각해야 해.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남의 말을 엿듣거나 할 때는 거의 이점이 되지 않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소리는 내니까. 남의 집에 침입하거나 할 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그래도 아마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 일단 자네가 나를 붙잡으면, 나를 감옥에 넣기는 쉬울 거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붙잡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사실 이 불가시성은 두 가지 경우에만 도움이 된다네. 도망칠 때 쓸모가 있고, 남한테 접근할 때 유용하지. 따라서 사람을 죽일 때 특히 쓸모가 있어. 나는 상대가 어떤 무기를 갖고 있든 간에 그 사람을 간단히 이길 수 있어. 목표를 선택하고, 내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지. 내 마음대로 피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달아날 수 있어.” (P208-209)

영화 투명인간 13.jpg

“악의적이고 무자비한 살인이 아니라, 현명하고 신중한 살해일세. 문제는 투명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그 투명 인간은 지금 <공포 정치>를 확립해야 해. 그래, 물론 깜짝 놀랄만한 일이지.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공포 정치, 투명 인간은 버독 같은 도시를 점령해서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지배해야 돼. 그리고 명령을 내려야 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수천 가지나 되지. 종이쪽지를 문 밑으로 밀어 넣기만 해도 충분할 거야.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모조리 죽여야 해.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을 보호하려 하는 자도 모조리 죽여야 해.” (P209-210)

영화 투명인간 16.jpg

켐프는 기름으로 더렵혀진 종이에 연필로 쓴 기묘한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자네는 놀랄 만큼 정력적이고 약삭빨랐다. 하지만 그것으로 자네가 무엇을 얻을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자네는 나를 배신했다. 꼬박 하루 동안 자네는 나를 추적했고, 하룻밤의 휴식을 나에게서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자네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먹었고, 자네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잠을 잤다. 그리고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공포 정치를 시작하는 수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이것은 공포정치의 첫날을 알리는 글이다. 포트버독은 이제 더 이상 여왕의 통치를 받지 않는다. 경찰서장과 나머지 사람들에게 그렇게 전하라. 포트버독은 나의 지배를 받는다. 공포 정치의 지배를 받는다! 오늘은 새 시대, 즉 투명 인간의 시대가 시작되는 원년의 첫날이다. 나는 제1대 투명 인간이다. 통치부터 시작하는 것은 쉬울 것이다. 첫날은 본보기로 한 사람을 처형할 것이다. 바로 켐프라는 자이다. 오늘부터 그에게는 죽음이 시작된다. 그는 문을 꽁꽁 닫아걸 수도 있고, 어딘가에 숨을 수도 있고, 주위에 경호원을 둘 수도 있고, 원한다면 갑옷을 입을 수도 있다. 죽음, 보이지 않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그가 대책을 강구하게 하자. 그것은 내 백성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줄 것이다. 죽음은 정오에 우편함에서 시작된다.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우편함에 떨어뜨리고 떠날 것이다! 게임이 시작된다. 죽음이 시작된다. 나의 백성들이여, 그를 돕지 마라. 그를 도우면 당신들에게도 죽음이 닥칠 것이다. 오늘 켐프는 죽을 것이다.>

켐프는 이 편지를 두 번 읽었다. (P224-225)

영화 투명인간 01.jpg


keyword
이전 16화아오키 신몬의 <어느 장의사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