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55. 표면의 재질

by 노용헌

매끄럽고 반짝이는 재질이 있는가 하면, 거칠고 불투명한 재질, 여러 질감(texture)들은 시각적으로 다르게 표현된다. 손의 감촉을 통해서 느껴진 질감에 대한 경험은 시각적으로 표현된 사진에서 심미적으로 전달되어진다. 인물사진에서도 노인의 주름살이나 거친 손의 느낌은 우리에게 표면의 재질을 넘어서 인생의 고뇌를 느끼게 해 주곤 한다. 또한 화가들은 작품제작에 사용할 물감의 특성에 따라서도 질감을 표현하곤 한다. 캔바스나 종이의 재료는 물론, 유화물감이나 수채화등의 물성에 따라서도 질감(matiere)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물감의 재질이 회화의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이듯, 사진도 여러 가지 인화지의 종류에 따라서도 표현될 수 있지만 인화지의 재질을 떠나서 여기서는 피사체, 대상물의 재질이 주는 시각적 표현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표면이 주는 거칠고 매끄러움, 딱딱함과 부드러움, 습함과 건조함, 광택과 무광택, 차가움과 따뜻함의 질감이다. 또한, 대상의 명암, 색, 결, 대상의 윤곽에 따라서 대상의 느낌은 다르게 전달된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질감의 표현에서도 빛의 방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의 빈민가 구역의 삶을 촬영하던 아론 시스킨드(Aaron Siskind)의 사진은 1940년대에 들어 변화를 가졌고, 버려진 물건들과 낙서, 오래된 것들의 표면을 클로즈업한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그의 사진의 추상성은 클로즈업된 표면의 재질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거리의 오래된 벽면과 찢어진 포스터, 말라 벗겨진 페인트등이 그의 추상성을 보여준다.


“내가 주관적인 추상작품을 주로 다루고 있는 것 같이 보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 발상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객관적 기록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인 것이다. 다만 표현의 양식이 시각적 추상으로 되어 있는 것은 나의 체질에서 온 것에 불과하다.” 그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일상에서 오는 추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현실에 대하여 타협하는 일이 없다. 항상 대상을 선명하게, 그리고 질감을 극명하게 묘사하며, 조금이라도 대상을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한다.”


영화 바톤 핑크[Barton Fink]에서 흘러내리는 벽지에서 습한 느낌과 촉각적인 느낌이 영화는 사운드와 함께 시각적으로 전달되어진다. 이와 같은 물체가 지닌 표면의 촉각적 느낌(거칠다, 부드럽다, 매끈하다 등)은 사진의 시각에 어떻게 표현될까? 사진은 소리나 스토리의 전개가 없다. 물론 이러한 표현들을 연작사진이란 것으로 듀안 마이클이 표현하고 있지만, 한 장에 사진에서 물체가 지닌 촉각적 느낌은 어떻게 표현될까? 표면은 재질은 사진가에게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란 표면의 재질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낡고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이란 그만큼 시간의 흐름, 지나간 세월과 흘러간 자취가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항상 시간이 덧칠되는 순간, 낡고 오래된 것들의 표면은 부식되고, 변화를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한 느낌들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긴다는 것. 우리는 껍데기 넘어서 표면의 재질을 통해 그 넘어서의 세계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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