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61. 반영 (Reflections)

by 노용헌

사진애호가들이 즐겨 촬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반영이다. 물가에 비친 반영, 유리에 비친 풍경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마도 실상과 허상이 동시에 찍혀져 있다는 것에 많은 사진가들이 유행처럼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방법중의 하나이다. 실상과 허상의 의미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실상(real image)은 렌즈나 거울에 의해 실제로 광선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허상(virtual image)은 물체에 반사되어 나온 빛으로 실제로 빛이 지나가는 것이 아닌 경우이다. 실상의 반영은 2차 물질(물, 유리, 반사물)에 의해 비친 형상의 그림자이다. 어쩌면 실상 자체도 현실의 물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실상인지 모르는 사진, 사진의 복제성은 사물의 실상을 복제하는 복제품이기 때문이다.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세계에서의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제3의 시뮬라크르일 것이다. 현실은 사진을 찍는 순간적인 시점에서의 겉모습의 복제이다. 이때의 실상은 사라지고 허상만을 사진은 담아내게 된다. 현실과 허구와의 관계, 유(有)와 무(無)의 관계, 이 둘의 모습이 반영으로 동시에 표현되기 때문에 아마도 사진가들에게 매력적인 표현방법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보이는 것이 실상인지, 보이지 않는 것이 실상인지. 과연 인물사진에서 보이는 형상만을 찍은 사진인데, 우리는 사진에서 정신적인 것들을 읽어내고 느끼고 감동받는다. 인물의 허상에서 우리는 실상의 보이지 않는 내면을 담아내려고 한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리스 신화에 목동인 나르키소스(narcissus)는 양떼를 몰고 가다 우연히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셀카는 나르키소스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자신의 실상을 보고자 한다. 신디셔먼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스스로 연출하여 자신의 실상과 허상의 경계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라캉의 거울처럼, 셀카 속에서 대중은 완전해진 자신을 본다. 아름다운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은 나르키소스의 욕망속에, 그리고 사진에 반영된다.


현실을 반영한다. 사진은 시대를 반영한다. 사진은 현실을 반영하는 비판적 거울(critical mirror)이다. ‘반영’의 문제는 철학의 출발점이자 인식론의 기본 주제이다. 루카치의 문학적 형태에 관한 관심은 예술적 형상화의 문제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의 반영이론은 변증-유물론적 인식 자세에서 “문학적 체계도 전체적 역사 발전 과정의 한 부분일 뿐 아니라 문학 작품의 심미적 본질과 가치도 이러한 사회적 과정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역사 사회적 연관성에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사회적으로 ‘현실’은 어떻게 포착되고 구현되는가? ‘객관적 현실의 올바른 반영’의 문제에 예술은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르포르타지와 예술은 실상과 허상의 경계마냥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대상(텍스트)과 주체(해석자) 사이의 대화내지 변증법적 상호작용이라는 자각, 이것이 루카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문화는 어느 누구의 생명도 살려낼 수 없으며, 아무 것도 구해낼 수 없다. 문화는 그 스스로 정당하지도 못하다. 그러나 문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은 문화를 통해 자신을 투사한다. 이 비평적 거울만이 인류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사르트르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

- 자기의 모습을 물에 비추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보라 -

묵자( 墨子)에 나오는 구절로 ‪#신영복 선생이 자주 인용하셨던 말씀.


6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