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60. 남겨진 것 (What Remains)

by 노용헌

사진의 방식이 빛을 잡아내고 남기듯이 우리의 기억은 얼마만큼 남겨질까. 기록도 마찬가지다. 남겨진다고 해서 당장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형상들이 사진에 담겨진다. 나는 무엇인지도 모른채 매일 수많은 형상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일시적 중지(Pause), 무언가는 끊임없는 빛의 축적으로, 무언가는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간헐적인 파편들이 어떤 기록을 만들어낼 것이고, 어떻게 남겨질까.


‘나는-여기에(카메라)-기록한다-그리고 남겨진다’


남겨진 사람들, 남겨진 사물들, 그리고 남겨진 필름의 기록들. 남겨진 것들은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실체란 무엇인가? 바로 이 ‘생각하는 것(res cogitans)’이다”라고 메를로 퐁티는 말한다. 내가 ‘남긴 것’, ‘남겨진 것’은 과연 무엇인가? 화가의 시선은 화가의 눈으로 세계와 연결된 의식적 활동이다. 우리를 세계에 연결하는 지향적 단서를 찾기 위해 메를로 퐁티는 사색을 권한다. 지각은 남겨진 현상과 우리의 원초적 지각인 ‘선험적 근거’로서 발견된다. 우리가 지각한 세계는 남겨진 것들의 얼마만큼을 알고 이해하고, 나와 연관된 것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나는 남기려는 행위를 하고 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은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다.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이다. 남겨진 통화기록,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이건, 형사이건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사건을 푸는 열쇠인 것이다. 세월호참사의 여러 가지 의혹들이 있었다.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한 의혹들, 감추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을 구하고 배만 침몰시켜도 숨길수 있을텐데 왜 아이들은 구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남긴 핸드폰, 발견된 노트북, 인양을 하고 그 안에 남겨진 무언가. 그것은 남겨진 것들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우리는 기억을 지우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헤어진 연인들은 과거의 사진을 불태운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사진을 불태우고 내 머릿속에서 기억을 리셋을 해야지 기억을 지울 것이다. 불편한 기억 그것은 남겨진 것들이다.


듀안 마이클의 사진 <나는 욕망을 꿈꾸고 싶다>에서 그는 사진 밑에 이렇게 적고 있다. “This photography is my proof” “이 사진이 보증한다. 분명히, 우리의 좋은 관계가 있고, 그녀가 나를 안고 있고, 우리가 너무도 행복해보이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감싸는 오후의 햇살이 있다. 그런 일이 분명있었으며, 그녀가 분명 나를 사랑했었다. 이 사진은 그때의 우리를 보증한다.” 이 사진에서처럼 행복했던 순간을 보증하며 남겨져 있다. 사진은 과거의 시간이 남겨진 상황일뿐 현재는 아무것도 보증하지 못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사진가는 사진이 갖는 사실성(남겨진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남겨진 것들은 시간의 흔적들이다. 공간 속에 남겨진 낙서와 낡은 물건들과 같은 과거의 흔적들은 그 속에 시간이 녹아져 있다. 시간은 지속되기도 하지만 회귀하기도 한다. 오래된 시간성은 작가에게 있어서 과거의 상징물이 된다. 모든 것은 존재했다가 사라지고, 흔적만이 남고 존재와 사라짐의 경계에서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홀로 남겨진 것들. 그것은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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