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풀 수 없는 수수께끼 (Insoluble Enigma)
영화 〈다이하드 3〉에서 악당 사이몬은 형사 맥클레인에게 수수께끼를 내며 범죄를 즐긴다. 사이먼은 전화를 걸어 게임을 제안하고 형사 맥클레인은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영화속에서처럼, 신화에서도 수수께끼는 영웅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과 같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괴물이나 관문 수호자가 통과를 전제로 수수께끼를 내고 성공하면 통과시켜 주고, 실패하면 죽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 많이 사용된다. 이처럼 수수께끼는 풀수 있는 것도 있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전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도 있다.
나에게 사진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간단할 수도 있지만, 풀 수 없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질문이다. 보도사진을 제외한 예술사진이라고 말하는 사진들은 극히 주관적인 관념이 작용하여, 여전히 질문만 던지고 답은 없는 수수께끼같은 경우일지 모르겠다. 1차세계대전 이후 스위스에서 시작된 다다(Dada)이즘은 ‘무의미함의 의미’를 암시한다. 새로운 예술이라며 시도된 것들은 사진에서 예외는 아니었고, 만 레이의 초현실주의와 모홀리 나기의 포토그램, 포토몽타주, 추상표현주의등 많은 예술사조를 낳았다.
팝아트를 거치면서 특히나 그중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은 더욱 복잡한 관념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아 놓았다. 그것을 관람하는 대중은 당혹스럽게도 마치 풀 수 없는 수수께기를 바라보게 만든다. 물론 나만 어렵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1)개념미술(Photo-Conceptualism): 뒤샹의 샘이란 작품에서 그 근원을 가질수 있는, 개념예술Conceptual art, 때때로 개념주의Conceptualism라고 불리우며, 그 작품에 관계하고 있는 개념concept 또는 관념idea가 전통적인 미적, 물적 관심에 우선시하는 예술이다. 개념 예술의 미국 예술가 솔 르윗Sol LeWitt은 “개념예술에 관념 또는 개념은 그 작품의 가장 중요한 모습이다. 예술가가 예술의 개념적인 형태를 사용할 때, 그것은 모든 계획과 결정이 사전에 만들어지고 그 제작은 형식적인 것을 의미한다. 개념은 예술을 만드는 기구가 된다.”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미국 출신의 조작가이며, 1960년대 뉴욕에서 진행된 미니멀리즘과 개념주의를 미술의 지배적인 사조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개념예술과 미니멀리즘은 쌍둥이와도 같은 개념일지도 모르겠다.
노무라 히토시Hitoshi Nomura의 작품세계는 개념주의와 사진을 접목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노무라는 덧없이 사라지는 자신의 조각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활용했다. 네덜란드 예술가 얀 디베츠Jan Dibbets의 작품 <거대한 혜성 3°-60°-하늘/바다/하늘> 이들은 사진가라고 부르기보다 예술가라 불리길 바랬다. <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메리 워너 메리언>
Jan Dibbets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의 “One and Three Chairs (1965)” 작품은 개념미술이 언급될 때 빠지지 않은 것으로, ‘세개의 의자’에서 ‘실제의자’, ‘의자의 사진’, ‘의자의 정의(텍스트)’는 개념미술이 어떤것이지를 제시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업에서 그는 ‘의자란 무엇인가’ ‘미술과 재현이란 무엇인가’를 관람객에게 묻는다. 동의반복적인 개념의 다른 형태(표현)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설치미술가이기도 한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는 사진과 텍스트를 결합하는 독특한 예술형식을 통해 대중매체와 자본주의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Joseph Kosuth
2)미니멀리즘(Minimalism): ‘최소한도의, 최소의, 극미의’라는 뜻의 ‘미니멀(minimal)’과 ‘주의’라는 뜻의 ‘이즘(ism)’을 결합한 미니멀리즘이란 용어는 196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예술적인 기교같은 군더더기 없애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최소화해서 보여준다는 것이 오히려 더욱 어려운 예술이 아닌지 모르겠다.
미니멀리즘의 창시자 미국의 조각가 도널드 저드(Donald Judd)는 주로 상자 모양의 매우 단순한 조각을 벽에 규칙적으로 붙이거나 바닥에 늘어 놓고, 작품의 제목은 ‘무제(Untitled)’라고 했다. 또 다른 조각가 모리스Robert Morris는 1961년 <두 기둥>을 통해 최초의 미니멀리즘 작품을 선보였다. 《무제(L자 빔) Untitled(L-Beams)》(1965), 《증기 Steam》(1967), 《매달린 펠트 Hanging Felt》(1968), 《청동 문 Bronze Gate》(2005) 등 그의 미니멀리즘 작품들은 조각,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등으로 조각이란 특성과 공간에서 벗어나 영역을 확장시킴으로서 관람자를 당혹케한다.
Robert Morris, <두 기둥Two Columns>(1961)
포스트 모더니즘의 철학은, 전달하고자하는 메세지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메세지의 뜻은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확실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어떠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게 된다. 무의미의 의미도 그러한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해체와 해체를 거듭한 철학자들의 동의반복의 개념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고, 그것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