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라는 집착(obsession)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339

by 노용헌

“Obsession”이란 영어단어는 ‘집착’, ‘강박’, ‘관심’, ‘집념’이란 말로 해석된다. 강박관념은 흔히 예술가들에게 보여지는 욕망(desire)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의 속성은 모방에서 출발하여, 집착에 이른다. 플라톤의 동굴에서의 모방은 그림자의 세계에서 이데아의 세계로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또는 욕구일 것이다. 풍요를 기원하거나, 실제를 모방하려는 욕망에서 바쟁은 재현, 욕망, 존재라는 세 가지 신화(myth)를 설명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사성에 대한 집착(obsession)이다. 예술가는 모방적 욕망, 원근법의 발견,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모방(가상현실의 기술적 발전)을 추구해왔다. 아마도 욕망의 근원에는 집착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언가에 집착한다는 것은 수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표를 수집한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수집은 일종의 집착일 것이고, 과도한 집착은 정신질환으로서는 편집증[偏執症]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 달리 말하면 집착이 없다면 삶은 아마도 모든 걸 초월한 것이 아닐까. 누구나 걱정과 불안을 가지고 살아간다. 미래의 희망을 꿈꾸며. 집착은 삶의 원동력일지 모르겠다. 돈을 버는 행위도, 사랑을 하는 행위도. 욕망이 없는 삶이란.... 집착을 좋게 이야기하면 열정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중독일지도. 중세 이후 서양의 성풍속을 집대성한 푹스의 <풍속의 역사>는 발터 벤야민에게 수집가로서 역사가로서의 에두아르도 푹스의 자료 수집은 놀라운 것이었다. 또한 전시도록을 모았던 김달진의 자료수집도 우리나라 미술의 역사를 정리하게 된 사례일 것이다(김달진 미술연구소).


사진은 과거를 붙잡아 두려는 집착에서 시작된다. 바르트는 앵커(anchor)라는 개념어로 시간을 고정시킨다고 말한다. 고정된 시간은 바쟁에서 미라 콤플렉스(mummy complex)로 역사적으로 보존하고, 방부제 처리된 사진으로 발전한다. 보존하려는 집착, 시간에 고정시키려는 집착은, 사리지는 것들을 붙잡아 두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집착한다는 것, 그것이 시간이든 공간이든,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남겨 두려는 것일까.


예술에서 집착은 예술가의 주제인 셈이다. 나무만 평생 그린 화가이든, 사진가이든, 예술가의 정체성은 한 가지에 집착된 주제의 일관성이다. 그는 한 주제에 꽂혀, 그것만을 집착한다. 형식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에게서도 패턴이든, 장식이든, 색채이든, 일관되게 집착하는 무언가가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모두 삶에 대한 욕망의 근원에는 집착성이 있지 않을까. 수석가에 돌 수집은 돌에 대한 집착에서 출발하고, 오타쿠(otaku)들에게도 집착은 자신만의 주제, 관심사이다. 새로운 사진기를 사고자 하는 욕망도, 누구에게나 강하든 약하든 집착성을 가지게 마련이다. 철학자들은 버리라고 말하는데 못 버리는 나는 아직도 집착을 하는 것일까.


“동시에 계속 따라붙는 그 존재로 인해 나는 강렬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녀로 인해, 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내면의 움직임을 알게 되었고,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온갖 것들을 꾸며낼 힘과 에너지를 발휘하게 되었고, 열에 들떠 끊임없이 움직이게 되었다. 이중의 의미로, 난 사로잡힌 상태였다.” -아니 에르노, 집착,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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