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참구(話頭參究): 그대들은 무슨 경치를 보았나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338

by 노용헌

사진의 화두(話頭)는 무엇인가? 사진가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이다. 보고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마음(감성)과 머리(이성)는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사진가는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이것 또한 주관적인 봄(해석)이다. 보는 것은 선택적이다. 고개를 어느 순간 돌리게 되면, 그 모습은 다른 각도에서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본다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인식한다. 사물의 속성은 어떠한지, 지금의 상태는 어떤 건지. 그의 시선으로 사진은 기록되어진다.


“우리는 결코 한 가지 물건만 보지 않는다. 언제나 물건들과 우리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우리의 시각은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우리를 중심으로 하는 둥그런 시야 안에 들어온 물건들을 훑어보며, 세계 속에 우리가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 가늠해 보려 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볼 수 있게 되자마자, 타인도 우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이렇게 타인의 시선이 우리의 시선과 결합함으로써, 우리가 가시적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게 된다.”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 p11-


미술의 시선은 원근법의 시선으로 이해된다. 원근법이 이야기하는 하나의 소실점으로서 세계를 바라보고 인지한다. 노상관찰학은 ‘관찰’과 ‘기록’, 그리고 ‘수집’ 활동을 기본으로 한다. ‘노상관찰자’들은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수집가’들과는 달리 소유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물질을 소유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대상들을 알아보고, 분석하고, 문화적 코드를 읽어내는 작업에 더 가깝다. 길거리에 놓여진 사물들이나, 건물들, 그리고 맨홀 뚜껑의 모습.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 가로수의 나무를 가지치기하는 모습, 우연히 구성되는 사건들, 계절의 변화 등이 관찰의 대상이다. 이런저런 활동들은 노상관찰자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런 활동들을 관찰 기록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이 화두인 셈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보기를 <노상관찰학 입문>은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광화문광장이라는 특정한 공간을 사진을 찍고, 기록하면서 느꼈던 것들이다. 단지 수집가로서, 기록자로서, 이것저것을 찍어왔다. 노상(路上)은 공간적으로서도 시간적으로도 의미를 가진다. 광화문광장은 재구조화 조성되었고, 건물은 리모델링중이다. 조선시대의 육조거리는 현재라는 시간에 변모(變貌) 하고 있다.


“후지모리 재해가 일어나면서 도시는 전부 잿더미가 되어버렸죠. 인간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도시 생활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함석으로 지붕을 만들고 찌그러진 냄비 하나로 밥을 먹었어요. 어떻게 보면 서툴고 낯선 첫 발이었죠. 모든 것이 신선했어요. 반대로 말하면 그때 처음 세상이 시작된 듯한 천지창조의 느낌을 받은 거예요.... 게다가 자신들도 거기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천지창조의 현장을 목격한 듯한 감동을 받았고 그것이 그들의 눈을 정화해 신선하게 되돌려준 거죠. 반대로 말하면 고현학이나 노상관찰에서는 눈, 즉 보는 사람의 관점에 신선도가 떨어지면 단순한 작업으로 전락하게 되니 어렵죠. 그러니 개안의 계기가 된 것이 간토대지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카세가와 겐페이의 <노상관찰학 입문>


“이 세상에 실재하는 것은 정의(定義)가 아니라 실례(実例)다. 이와 같은 훌륭한 격언을 서두에 넣고 싶었다. 박물학에 대략 다음과 같은 사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미리 독자에게 밝혀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물학자는 근시고 사생활이 비참해야 한다.” -아라마타 히로시, 「박물학은 노상관찰의 아버지」, P367-


아마추어적일 것.

초보처럼 풋풋할 것.

내가 스스로 할 것.

시스템화하지 않을 것.

관찰 주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

평생 아무 쓸모가 없을 것.

같은 것을 두 번 할 수도 없을 것.

두 번 하면 바보 같아짐.

물건을 모으는 게 아님. 기록하는 것임.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모으는 셈.

컬렉터는 사회의 인정을 받지만 우리는 아님

체계를 세우거나 깊게 파고들면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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