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335

by 노용헌

광화문 광장을 10년 동안 찍으면서 나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광장은 변하지 않는 듯 싶기도 하지만 조금씩 뭔가가 변하고 있다. 매일 같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관성(慣性)때문일까. 매일 우리는 숨을 쉬고, 매일 밥을 먹는다.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늘 반복되어진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이 똑같은 사진 같아 보이지만, 사실 조금씩 달라져 있다. 그것을 찍을 당시의 느낌들, 그것을 대하는 자세들, 본인의 감정, 날씨의 요인, 모든 것들이 달라 있다. 나는 마지막까지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나에게 힘든 시기에 사진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다.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생활을 하다, 잠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개월 아르바이트겸 일을 했었다. 한국일보 주최의 ‘피카소 전시회’의 전시관 기록 이었다. 미술관을 찾아온 VIP나 관람객들을 찍는 일이었는데, 시립미술관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매일 같은 기록을 하던 중, 나는 생각을 달리 했었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 사진을 공부했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사진을 다시 처음 접하던 학생처럼 오늘은 조리개를 테스트해야겠다. 내일은 셔터를 테스트해야겠다. 그 다음날은 구도를 연구해보자, 등등 하루 하루를 테스트도 하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것이 나에게 자생적인 내공을 쌓는 시기가 되었다.


피카소 전.jpg

하루 또 하루가 지나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하루 하루 살아있다는 데 감사하면서, 그런데 그 하루가 나에게 사진으로 다가온다. 피카소전시장의 피카소의 눈에 빗방울이 맺혀있다. 마치 비에 젖은 눈처럼 눈물을 글썽인다. 피카소 전시장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찍고 있는 걸까.


1989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거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장-다니엘 폴레(Jean-Daniel Pollet)는 자신의 마지막 영화들을 준비한다. 2000년 장-다니엘 폴레는 자신의 마지막 영화 <마주 선 사람들>(Ceux d'en face)을 발표한다. 이 영화는 은둔생활을 하는 음악가와 사진으로 가득 찬 가방을 찾으러 온 젊은 여인의 만남을 통해 우리 시대의 야만성을 고발하는 한 편의 고통스러운 시와 같은 작품이다. 2006년 장-폴 파르지에(Jean-Paul Fargier)는 장-다니엘 폴레가 죽기 직전 남긴 메모에 따라 그의 유작 <하루 또 하루>(Jour après jour)를 완성한다. 이 영화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감독이 자신의 마지막 순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장 다니엘 폴레-하루 또 하루.jpg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늘 한 편만 더, 하면서. 오직 영화를 위해서만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영화를 찍을 수 없는 그는 사진을 찍는다. 그는 그의 스틸 이미지들을 연결하여 영화로 만드는 것을 상상한다. 그렇게 한 해, 네 번의 계절, 하루 또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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