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헌 Apr 08. 2024

그림형제의 <라푼젤>

애니메이션 <라푼젤>  2011년

[개구리 왕자] [백설공주] [라푼첼] [헨젤과 그레텔].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익숙한 동화의 제목이자 오늘날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형태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독일의 유명한 학자이자 작가인 ‘그림 형제’가 약200년 전 수집했던 이야기들이다. 18세기 헤센-카셀 방백국의 하나우에서 태어나 19세기에 학자로 활동한 형제로 둘 다 동화 작가 겸 언어학자였다. 형은 야코프 그림(Jacob Grimm, 1785–1863), 동생은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1786–1859)이다. 성이 그림(Grimm)이라서 '그림 형제'라고 불린다.     

옛날에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아이를 갖고 싶어 했지만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아내에게 기미가 보여 자비로운 하느님이 소원을 들어주리라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부부의 집 뒤쪽에 있는 작은 창에서는 아름다운 꽃이며 식물들이 가득한 멋진 정원이 내다보였습니다. 그 정원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데다, 많은 능력을 지녀 누구나 두려워하는 여자 마법사가 주인이었기에 아무도 그 안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그 창가에 서서 정원을 내려다보다가 아주 먹음직한 상추가 심긴 밭을 보았습니다. 상추들이 어찌나 싱싱하고 파릇파릇한지 그녀는 입에 군침이 돌았고, 상추가 몹시 먹고 싶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상추를 먹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므로 몰라보게 여위어갔고, 얼굴도 보기 딱할 정도로 창백해졌습니다.             (P100)    

 

남편은 두려운 나머지 그렇게 하겠다고 동의했습니다. 마침내 아내가 아기를 낳을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여자 마법사가 나타나 아이에게 상추라는 뜻의 ‘라푼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기를 데려갔습니다.

라푼젤은 무럭무럭 자라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소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소녀가 열두 살이 되자 여자 마법사는 라푼젤을 숲 속에 있는 어느 탑에다 가두었습니다. 그 탑에는 계단도 문도 없었고, 맨 꼭대기에 조그만 창만 하나 있었습니다. 여자 마법사는 탑 안에 들어가고 싶을 때면 탑 아래 서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라푼젤라푼젤,

네 머리카락을 늘어뜨려주렴.

라푼젤의 머리카락은 금실처럼 길고 탐스러웠습니다. 여자 마법사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라푼젤은 땋아 올린 머리를 내려서 위쪽 창문 고리에 걸고 10미터도 넘는 아래로 늘어뜨렸습니다. 그러면 여자 마법사는 그것을 타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어떤 왕자가 말을 타고 숲 속에 들어와 우연히 탑 옆을 지나다가 노랫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참으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고는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노래를 부른 이는 바로 라푼젤이었습니다.          (P102)     

그러던 어느 날 왕자는 나무 뒤에 서 있다가, 여자 마법사가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에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라푼젤, 라푼젤,

네 머리카락을 늘어뜨려주렴.

라푼젤이 길게 땋은 머리채를 내려뜨리자 여자 마법사는 그것을 타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저 머리카락이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구나. 나도 한번 운을 시험해 봐야겠어.”

다음날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자 왕자는 탑 아래로 가서 외쳤습니다.

라푼젤, 라푼젤,

네 머리카락을 늘어뜨려주렴.

곧 길게 땋은 머리채가 내려왔습니다. 왕자는 그것을 타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처음에 라푼젤은 어떤 남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습니다. 소녀는 남자를 난생처음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P103)     

왕자는 그녀에게 자신을 남편으로 받아들여 주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라푼젤은 젊고 잘생긴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저분은 늙은 어머니 고텔보다 더 나를 사랑해 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자신의 손을 그의 손에 맡겼습니다.

“기꺼이 당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 그렇지만 난 여기서 어떻게 내려가는지 몰라요. 그러니 당신이 올 때마다 비단실을 한 타래씩 가져오세요. 그것으로 사다리를 엮어 다 만들어지면 그걸 타고 내려가겠어요. 그러면 저를 당신 말에 태워 데려가세요.”

그는 사다리가 다 만들어질 때까지 매일 밤 찾아오기로 약속했습니다. 노파는 낮에만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한편 여자 마법사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어느 날 라푼젤이 무심코 이런 말을 꺼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젊은 왕자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지니 왜 그렇지요? 제가 그분을 끌어 올릴 때면 순식간에 제 곁으로 올라오거든요.”

여자 마법사가 외쳤습니다.

“이런 몹쓸 것! 그게 무슨 말이지? 너를 바깥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떼어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나를 속였구나!”

노파는 너무 화가 나서 라푼젤의 아름다운 머리채를 움켜잡고 왼손에 몇 번 감은 뒤, 오른손으로 가위를 움켜쥐고 싹둑싹둑 잘라버렸습니다.           (P104)     

라푼젤을 쫓아낸 날 밤, 여자 마법사는 가위로 잘라낸 라푼젤의 머리채를 창문 고리에 단단히 붙잡아 맸습니다. 그때 왕자가 와서 외쳤습니다.   

라푼젤, 라푼젤,

네 머리카락을 늘어뜨려주렴.

여자 마법사는 머리채를 내려뜨렸습니다. 그런데 왕자가 위에 올라가 보니 눈앞에는 사랑스러운 라푼젤이 아니라 성난 눈초리로 독살스럽게 노려보는 여자 마법사가 서 있었습니다. 그녀는 비아냥거리며 말했습니다. 

“오호, 왕자님께서 사랑하는 아내를 데리러 오셨군. 하지만 그 아름다운 새는 이제 노래를 부르지도. 둥지에 앉아 있지도 않아. 고양이가 새를 물어가 버렸어. 이제 그 고양이가 네 눈도 할퀴어 버릴 거야. 너는 라푼젤을 잃어버렸어. 다시는 그 아이를 볼 수 없을 거야.”

왕자는 너무 슬퍼 제정신을 잃고 절망한 나머지 탑에서 뛰어내렸습니다.          (P105)  

   

어디선가 사람의 음성이 들려왔고, 그는 아주 귀에 익은 목소리라 그 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왕자가 다가가자 라푼젤이 그를 알아보고 단숨에 달려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그녀의 눈물 두 방울이 그의 눈을 적시자 두 눈이 다시 맑아져, 왕자는 예전처럼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왕국으로 데려갔습니다. 왕국 사람들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들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후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P106) 


작가의 이전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