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74. 사진과 텍스트

by 노용헌

사진은 만국공통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징적이며, 비언어적이어서 사진설명이 없이는 보는 이의 경험과 느낌으로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사진은 일정부분 언어로서의 역할을 한다. 어떠한 대상을 지시하는 수단으로서 기능을 가진다.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식하지만, 사진은 지극히 주관적인 사유세계의 산물이다.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할 때 사진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애매모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에 제목을 달거나(untitle), 캡션을 달아 작가의 의도에 가깝도록 유도한다. 사진은 너무나 사실적이고 지시적이어서 또한 특정한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그 의미가 전달되지 않고 그 장면의 기표만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전(前)과 후(後)가 생략된 ‘지금 그 순간’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것이 사진의 맹점이다. 유진 스미드는 포토에세이나 포토스토리와 같은 연작사진을 저널리즘에서 사용하기도 했고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은 초현실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연작사진을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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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사회적인 발언을 했을 때 이슈가 되려면 텍스트의 힘을 빌려야 효과적이다. 그것은 예술사진에도 적용될 때가 있다. 사적인 관념의 세계나 주관적인 세계를 시각화한 작품은 대체로 작품의 내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텍스트가 필요하다.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는 이미지에 텍스트를 넣음으로써 이 둘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 과연 충돌인가, 새로운 제3의 효과를 증명하는 것일까?, 사진은 자체로만 보면 코드없는 메시지라고 한다. 그 자체 현실은 기표와 기의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하지만, 크루거의 사진 위의 텍스트는 대중적 명언, 정치 문구, 광고 선전문구로부터 유래된 강력하고 풍자적인 글들이다. 크루거의 사진속의 풍자적인 글들은 기표이자 기의를 모두 담고 있다. 그녀의 관념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텍스트는 이용된다.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은 텍스트와 이미지가 작품의 내부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자 수사적인 장치다.


사진의 힘이 부각되기 위해서는 텍스트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진이 텍스트와 결합되면 그 의미가 분명해지고 더욱 강력해진다. 물론 사진 자체만으로도 그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저널리즘에서 사진과 캡션으로 그 의미를 전달한다. 텍스트는 사진설명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신문의 제목과 사진, 그리고 사진설명, 기사를 보면서 이해하게 된다.


AP의 스타일북은 사진 캡션의 문장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첫 문장에는 사진 속에 누가 등장하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현재형 문장으로 써야 한다. 또한 시간과 장소도 함께 명기해야 한다’ 고 정하고 있다. 둘째 문장은 ‘사진과 관련된 context를 써줘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지침은 ‘가능한 한(whenever possible) 사진 설명을 두 문장 이상 넘기지 말라’는 것이다.


사진과 텍스트는 각각 독자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결합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와는 반대로 사진에 대한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진과 텍스트는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 ‘소통의 도구’로서의 사진과 텍스트가 ‘예술’로서의 사진과 텍스트 그 무한한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듀안 마이클은 초현실적인 예술로서 사진과 텍스트를 결합한다. 그의 연작사진과 텍스트는 사진에서 새로운 방식을 표현해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사진은 시퀀스(sequence)를 통해서 전개되고, 영화의 자막처럼 텍스트는 그 의미를 더해간다. 베르나르 포콩도 이러한 방식을 차용하기도 했다. 텍스트를 이용해 작업한 시리즈가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Les ecritures 시리즈이고 다른 하나는 La fin de L'image 시리즈이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된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이외에도 많다. 그중 소피 칼[Sophie Calle]은 1979년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일상을 카메라로 추적해 《베니스에서의 추적 Suite Vénitienne》이라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된 작품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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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칼, 베니스에서의 추적


'언어와 사진은 그 둘 중 한 가지로만 소통할 때보다

함께 소통할때 훨씬 파워풀해 질 수 있다'.

- Wilam Albert All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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