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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3.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75.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HOW TO TAKE A PICTURE

보여지는 것그 자체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아직 이르다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의미는 없다오로지 사물만이 존재할 뿐이다.

-윌리엄스W.C.Williams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사진을 왜 찍으며, 무엇을 찍고 있는 것인가. 나는 사진을 무의식적으로 찍으면서도 순간 순간 어떻게 찍을 것인가하고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의미하려고 하는지, 어떤 상징을 담으려고 하는지 순간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필립 퍼키스는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카메라 파인더에 보이는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빛을 느껴보라고 역설한다.     

  

사진이 찍혀지는 순간까지 그것과 함께 머물러야 한다그러나 삶 전체를 통틀어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은 이 머무름과 반대 선상에 있었다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공간거리 사이의 관계공기울림리듬질감운동의 형태명암, ... 사물 그 자체... 이들이 나중에 무엇을 의미하든 아직은 사회적이지도정치적이지도성적性的이지도 않다.(여송연cigar은 아직 여송연이 아니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실상을 보는 것, 실상을 꿰뚫어 불이의 눈(깨달음)으로 보는 것. 말이 쉽지 사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심을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내 이기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아마도 득도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면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과학자들은 실험에서 실험대상자에게 어떤 물체를 보게 했고 뇌를 컴퓨터로 PET 스캔했다. 그 결과 뇌의 일정부분이 반응하는 것을 측정했다. 그리고 실험대상자에게 눈을 감고 똑같은 물체를 상상하게 했다. 이때 대상자가 같은 물체를 상상하자 뇌의 같은 부분이 반응했다. 이 실험은 과학자들에게 대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보는 것은 누구인가? 뇌인가? 눈인가? 그리고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가 뇌로 보는 것이 현실인가? 이 실험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던진다. 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수많은 정보에 폭격당하고 있는 셈이다. 뇌는 초당 4천억 비트의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중 단지 2000여가지만을 인식한다. 그리고 이 2000여가지의 정보들은 대부분 몸과 주위환경 그리고 시간에 관한 것들이다. 어쩌면 우리는 빙산의 일각만을 보며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뇌는 정보를 계속 받아내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통합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눈은 렌즈와 같다. 시각피질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바로 이 뒤에 뇌신경망이 있다. 그것은 마치 카메라와 테잎과 같다. 뇌가 볼 수 있다고 하는 것들만 뇌안에 저장해두며, 그것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카메라는 반대의견이나 판단이 없다. 그 판단은 카메라를 든 사람이 한다. 우리는 조건화를 통해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과 맞는 패턴만을 연결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세계는 의미 있는 것도 부조리한 것도 아니다세계는 단지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세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다

-알랭 로브그리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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