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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un 18. 2024

키리도시 리사쿠의 <미야자키 하야오論>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  2004년

미국의 <디즈니 社>가 있다면, 일본에는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가 있다. 여기 주역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가 있다. 타카하타 이사오(Takahata Isao, 1935~2018) 감독의 작품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1974)>, <엄마 찾아 삼만리(1976)>, <빨강머리 앤(1979)>, <반딧불이의 묘(1988)>, <추억은 방울방울(1991)>,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1994)>, <이웃집 야마다군(1999)>, <가구야 공주 이야기(2013)>등이 있다. 올해 4월 26일부터 8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 <아야와 마녀(202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2017)>, <빨간 머리 앤:네버엔딩스토리(2014)>, <바람이 분다(2013)>, <코쿠리코 언덕에서(2011)>, <마루 밑 아리에티(2010)>, <벼랑 위의 포뇨(2008)>, <마녀 배달부 키키(2007)>,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2006)>, <폼포코 너구리대작전(2005)>,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천공의 성 라퓨타(2004)>, <붉은 돼지(2003)>, <고양이의 보은(2003)>, <모노노케 히메(2003)>,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이웃집 토토로(2001)>, <바람계곡의 나우시카(2000)>, <온 유어 마크(1995)>, <미래소년코난 특별편 거대기 기간트의 부활(1984)> 등이 있다.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공식적인 첫 번째 제작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제목과 모티브의 유래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하늘을 떠다니는 섬 라퓨타. 그러나 실질적인 원안은 미야자키가 소학생 시절의 아이디어로 보물섬을 원안으로 하늘에 떠있는 보물섬을 생각해냈다. 초기 원안의 타이틀은 '소년 파즈와 비행석의 수수께끼'였다. '비행석'은 하야오가 초등학교 4~6학년때 좋아했던 그림이야기책 [사막의 마왕]에 나오는 아이템이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석을 서로 뺏고 빼앗는 모험이야기다. 「라퓨타」 라는 이름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라퓨타가 하늘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그 이름에서 빌려 온 것이다.     

옛날부터 전해져 온 이야기라는 것은 모두실은 삶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입니다진짜로 인생이라는 것은 그렇게 하여 그들은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다음부터 시작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기저귀를 빨거나 하는 그런 일이 시작되는 것은그것은 여러분 자신들이 직접 체험하라고 하면서 이야기는 끝납니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들에겐 그런 것만으로도(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그들에겐 오히려 그런 것이 희망을 주는 것이죠.”

-만화수첩, 1982년 겨울 10호 미야자키 하야오의 발언에서- 

    

나우시카는 바람을 다루는 소녀였다. 그 다음 작품인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도 바람은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제목이 나오면, 계속해서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바람의 여신이 숨을 내쉬는 모습이 에칭(etching) 풍으로 그려지고, 흘러가는 구름과 흔들거리는 풀을 배경으로 천천히 돌고 있는 풍차가 보인다.

타이틀의 자막과 함께 바람을 이용하던 풍차의 시대로부터 이윽고 바람을 사용하지 않고 엔진의 힘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하늘을 나는 비행선의 시대로 변천하고, 웅대한 공중 도시의 위용(偉容)이 나타난다. 과학의 발전이 연속되는 그림을 통해 단계적으로 전개되어가면서 히사이시 죠의 웅장한 음악이 왠지 구슬프게 들리기 시작한다.

이전 작품에서는 나우시카가 바람을 타고 나르는 비행정 메베가 인상적이었지만, 이번에는 해적이 사용하는 플랩터라고 하는 2인승의 비행기구가 등장한다. 몸을 중간 부분에 고정시키는 것이 전부인, 오토바이 느낌의 비행기구이다. 이 플랩터는 크랭크를 회전시켜 시동을 걸어 하얗고 반투명한 두 개의 날개를 파리나 등에와 같이 앵앵거리면서 진동시켜 날고, 활공하는 동안에는 날개 짓을 멈추고 바람을 탄다. 또한 돌진할 때는 지면이나 수면에 닿을 듯 비행한다. 모함 해적함인 타이거 모스호의 중심부 격납고에 들어가면 좌우로부터의 갈고리에 의해 정지되고 날개를 접는다고 하는 묘사도 귀엽다. 그리고 타이거 모스호는 중심골격과 외장판 이외에는 주로 나무와 직물로 만들어진 아날로그 구조이며, 내부에서는 전성관(傳聲管)을 통해 말을 주고받는다.             (P35-36)    

 

그 군인들과 공중 해적 양쪽으로부터 쫓기는 소녀 시타는 천애고아이다. 비행석의 결정체가 담긴 팬던트를 목에 걸고 있는 그녀는 라퓨타 왕족의 피를 이어받았다. 죽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비행석은 시타의 손에 있을 때 이외에는 위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능력을 그녀 자신은 아직 모르고 있다. 플레어 원피스에 단화, 붉은 머리띠를 하고 있는 시타는 가련한 모습이지만, 깊은 산 속에서 자라나 어릴 적부터 바위 지대와 가파른 언덕을 뛰어다녔던 겁이 없는 소녀다.

쇠퇴해 가고 있는 탄광 마을에서 무뚝뚝하지만 사람 좋은 주인 밑에서 일하고 있는 견습 기계공 소년 파즈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로부터 마치 수중을 내려오는 것처럼 소리도 없이 내려온 소녀 시타와 우연히 만난다. 과학을 좋아해서 새처럼 날개를 젓는 비행기 오니소프타를 동경하는 그는, 라퓨타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간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죽은 아버지의 꿈을 이으려하고 있다. 시타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둘은 드디어 천공의 성 라퓨타를 향한 대모험의 여행을 떠난다.

파즈가 사는 마을은 계곡의 바위에 갱(광물을 파내기 위하여 땅 속을 파 들어간 굴)의 입구가 찰싹 달라붙듯이 만들어져 있고, 계곡 밑에는 폐허가 된 공장, 언덕 위에는 사람들의 거처가 있다. 한 눈으로 훑어보면 하늘과 땅의 중간에 살고 있는 듯한, 어떤 의미로는 불안정한 장소다. 그곳에 있는 광산마을은 난잡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식당과 선술집이 북적거리고, 길거리에 눌러 앉아 있는 술에 취한 사람, 돌아다니는 개, 마당에 말리고 있는 세탁물까지 정성껏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P36-37)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다뤘던 환경문제의 바통을 타카하타에게 넘기는 형태가 된 미야자키는, 자신은 순수한 모험활극을 만들기로 한다. 그리하여 스위프트가 1726년에 저술한 <걸리버 여행기> 제3장에 등장하는 하늘에 떠있는 섬 라퓨타(더욱 더 거슬러 올라가면 플라톤의 유실된 지리지(誌) <천공의 서(書)>에 기재된 라퓨타리치스)의 이미지를 빌려, 자유롭게 부풀린 <천공의 성 라퓨타>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것은 원작 만화조차 지니지 않은 최초의 오리지널 작품이었다.

제작은 토쿠마서점이라는 단 하나의 회사로 덴쯔(電通)의 협력에 의해 총 제작비 4억 엔을 투입했다. 1985년 7월부터 각 스태프가 스튜디오에 참가, 총 인원 150명이 투입되어 1986년 7월에 완성, 같은 해 8월 2일에 전국에 공개되었다. 관객 동원 수는 77만 5천명.  (P38)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PART 2>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던 중에,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의 대상 연령이 올라가고 있는 것을 염려했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뇌세포의 수가 성인과 같아지는 연령인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를 메인 타깃층에 놓고, 주인공을 전작의 소녀에게서 소년으로 되돌리려고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로 만들어진 작품은 소년 파즈와 소녀 시타를 한 쌍으로 해서 전개한다.

기억을 잃은 채로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시타는, 다음날 아침 낯선 작은 방에서 트럼펫 소리를 듣고 깨어난다. 밖을 보니 파즈가 지붕 위에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지붕은 떼 지어 모인 비둘기로 가득 차있다. 파즈에게 미소를 짓는 시타는 자신도 지붕 위로 올라간다. 그러자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를 소개하는 파즈. 미야자키가 그리는 소년, 소녀는 서로의 거리를 줄이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P39-40)     

이 작품은 미야자키 애니메이션판 <보물섬>을 지향했던 것이지만, 제작당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미야자키는 이것을 단순한 꿈 이야기로 끝내지 않았다. 주인공이 발견하게 될 보물은, 인간에게 행복과 함께 불행도 가져오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타는 어릴 적에 ‘좋은 주문의 힘을 알기 위해서는 나쁜 주문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할머니에게 듣곤 했다. 비행석은 예로부터 인류가 동경해 온 공중 부양의 꿈이며 라퓨타의 많은 나무들을 풍성하게 성장시켜 온 힘인 동시에, 구약성서에 있는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킨 하늘의 불인 벼락의 탑 에너지의 근원이기도 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표리일체의 것으로 그리는 시점은 전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의 부해를 파악하는 방법과도 상통하고 있다. 타이거 모스호의 파수대에서 아침을 맞은 파즈와 시타는 아침 안개 저편에 회전하는 구름의 탑을 본다. 라퓨타의 입구인 용의 둥지이다. 두 사람이 전성관을 통해 도라에게 알리자 파수대 난간의 바가 솟아오르고, 안으로부터 접혀있던 우산이 펴지면서 글라이더와 같은 연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위로 떠오른 파즈와 시타는 용의 둥지로 돌진한다. 

안개에 휩싸인 공중 정원의 테라스에 표착하는 연. 커다란 구름이 푸른 대지에 스치듯 이동하는 공기의 느낌은 관객을 압도한다. 라퓨타에 도착한 두 사람이 우연히 내려다보니, 구름이 아래로 흘러가고 기류가 발 밑으로부터 전해져 온다.                (P41)     

스위프트의 작품에 묘사된 라퓨타는 완전한 원형으로 중심에 왕궁이 있지만, 여기서의 라퓨타는 상층부는 녹음이 풍성한 성이고 하층부는 검은 반구형의 외관을 하고 있고 중심에는 거대한 비행석을 지니고 있다. 하층부에는 번데기 같은 상태로 격납되어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는 로봇을 비롯한 초과학력의 모든 것이 숨겨져 있다.

그 힘에 사로잡힌 것이 야심가 무스카다. 무스카 역시 라퓨타 왕국의 후손으로 시타와 같은 왕가였다. 라퓨타에 도착한 무스카는 무수한 블록이 기하학 모양처럼 맞춰져 있는 중심부에 군림해, 반구체 아래 부분에서 일곱 개의 돌기둥으로부터 발사되는 초과학병기 라퓨타의 벼락을 사용한다. 그리고 아래쪽 전망실에 모여 있던 동행한 장군과 병사들을 아래로 떨어뜨려 버린다. ‘봐라! 사람이 쓰레기같이 보인다’라며 기뻐하는 무스카를, 미야자키는 콘티에 ‘TV 게임에 정신이 없는 남자’라고 표현하여 기록해두었다. 모험활극이지만 그것을 즐기는 관객들에게는 꿈 이야기의 정반대에는 당신의 나쁜 마음이 있는 것이라는 듯 일순 현실을 들이댄다. 미야자키의 작가로서의 양심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파르스!’

시타의 손에 파즈의 손이 겹치고 할머니로부터 전해 받은 멸망의 주문을 외우자, 무스카의 야망은 붕괴된다. 소년, 소녀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함께 살아요’라고 하는, 소녀의 고향에서 불려지고 있던 노래 속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일찍이 ‘라퓨타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며, 아직 보지 못한 내일에 자신을 맡기는 마음을 버리지는 않는다. 주문으로 하부가 붕괴돼 버렸어도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비행석을 지탱해 아득한 하늘로 올라가는 라퓨타. 그곳으로 미야자키가 작사한 주제가 “그대를 태우고”가 흐른다.

지구는 돌고 있어요 그대를 태우고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요 우리들을 태우고

비행석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라퓨타가 날아가 버린 후에도 소년, 소녀의 가슴속에 확실한 등불이 되어 남는다. 영화는 그러한 것들을 느끼게 하면서 끝난다.                         (P42-43)     

대체로 혼자서 시나리오를 쓰고그림 콘티를 정하고끝난 레이아웃을 다시 전부 살펴보고원화에 연기를 붙이고수정한 것을 체크하고방침을 정하는 것까지 전부 혼자서.... 보통 단편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개인이 만든다고 하는데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우도 혼자서 전부 체크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장편 개인 영화죠구석구석 미야자키 하야오의 손길이 들어간 개인작품을넓은 작업실에서 스태프들이 거드는 정도랄까그럼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요따르려는 사람들도 모두 좌절하죠각본과 그림 콘티까지는 그렇다 해도 연출에서 원화 수정까지 전부 한다는 것은미야자키 앞에 미야자키 없고 미야자키 뒤에 미야자키 없는 형국이죠.”

-1998년 8월 간행 “유리카” 임시 증간 “총특집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에 수록된 전(前) 스튜디오 지브리 제작데스크 키하라 히로카즈 인터뷰 ‘특등석에서 본 미야자키 하야오’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의 정부 특무장교 무스카와 <미래소년 코난>에서 계급사회인 인더스트리아의 행정국장 레프카 같은 악역으로, 자연을 중심으로 한 생활관을 가진 주인공 측에서 본다면 고도의 문명을 목표로 하는 부류다. <미래소년 코난>에서의 태양에너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의 비행석과 달리, 현실사회는 핵폭탄에 필적할만한 강력한 힘을 가졌다.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에게 적대하는 존재는, 이런 강력한 힘을 제어하고 의지대로 조작하는 근대의 표현체이다.

여기에 더해 그들은 ‘야심가’라는 면모도 갖추고 있다. 비판력을 상실한 채 무기력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정점을 노린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무기력한 문명인을 상징한다기보다는, 여기에서 일탈한 스타일의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레프카도 무스카도, 타인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명령적이고 누군가에게 복종해야 할 경우에는 하극상을 일으킬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이런 것 외에 인간적 측면이라 할만한 것은 묘사되지 않고 있다. 또 군인이라기보다는 관료적 존재이며, 포식으로 인한 비만도 없고, 소박하고 근면한 특성도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권력지향성은 가지고 있지만 일상적으로는 수수하다.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 폭력이 아니라 머리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며, 섬세한 것에 집착하다 기습을 당하는 면도 있다. 레프카 역을 연기한 카유미 이에마사는 레프카란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결국 이런 스타일의 인간은 히틀러는 아니고, 그렇다고 엘리트도 아니죠. 예를 들어 그 나라가 전쟁으로 멸망하기 전에 어떤 나라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나라에서 그가 대 재벌의 자식이라든가, 혹은 세간에서 주목받는 대 예술가나 유명한 교수 집안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느낌이에요. 그에겐 강한 콤플렉스가 있죠. 가난한 가정에 형제도 많아서 어린 나이에 가계를 돕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는, 즉 일본식으로 생각하면 아침에 신문을 배달하고 급히 학교에 가야 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겠죠(웃음). 학교 성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고 물론 머리는 좋은 아이였겠죠. 그냥 일상적인 발상을 해본다면, 이런 일들이 쌓이다 크게 굴절돼서 열등의식과 연결된 형태로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FILM 1/24 별책 미래소년 코난’ 수록 인터뷰에서-             (P310-311)  

    

역시 1980년대라고 하는 때에는저에게는 종말조차 감미롭게 보였어요그런 감미로운 종말은 오지 않겠지만뭐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 ‘불타버린 들판이 되어버리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라고 생각해 봤었어요실제 일어나면 엄청나게 소란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그런 기분이 들더군요그러나 불타버린 들판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빌딩의 설계가 진보하고 있었으니까 결국 다 남게 되지요.”

-‘쿠로사와 아키라-미야자키 하야오-키타노 타게시: 일본의 3인의 연출가’ 수록 인터뷰에서-  

   

국가의 틀민족의 벽역사의 무게에서 자유스러워지면서 조엽수림 숲의 생명의 숨결이 떡이나 나토(삶은 콩을 발효한 식품)의 찐득찐득함을 좋아하는 나에게로 흘러 들어왔어요.”

-‘세계(世界)’, 1988년 6월 임시 증간에 수록된 ‘속박에서의 해방-재배식물과 농경의 기원’에서-     

인간이 조심스럽게 생활하고 있을 때는 자연과 공존할 수 있고 욕심을 내면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조심스럽게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연을 파괴한다고 생각하면 어쩔 줄을 모르게 되죠어쩔 줄 모르는 상태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생각지 않으면 환경 문제나 자연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모노노케 공주’의 팜플렛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대체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 따위는 사람이 머리로 생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생명을 구해주지 않은 에바에게(신이치서방)’에 수록된 ‘에바를 따르는 그대들에게’에서-   

   

인간이 자기들의 것이라고 정했을 뿐 모든 것이 이 세상의 반영일지도 모르고바깥세계가 내면으로 투사돼 만들어진 것을 인간은 지성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짚신벌레는 처음부터 지성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COMIC BOX’ 1995년 1월호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청정하게 완성된 풍경이 지금 우리들이 자연이라고 말하는일본에서 본 기억이 있는 듯한 풍경이라고 생각해요이것을 우리는 자연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제로 그 이전에 깊고 무서운 자연이 있었고그 때의 기억은 자신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다는 거죠산 속에는 사람들이 들어간 적이 없는 청정한 땅이 있고우거진 숲과 맑은 물이 있죠실제로 이런 형태가 일본의 가장 중심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이것이 바뀜에 따라 현재와 같이 익숙한 형태가 되었는데일본인의 정원이라는 것이 심산유곡(深山幽谷)을 모토로 했다는 것은 이런 자연관을 반영하고 있어요그러므로 숲을 깎아서 산의 모습을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신이 있어요그곳에 가장 청정한 부분이 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 있는 거죠나에게도 이런 기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어져 있어요.”

-‘모노노케 공주 읽기’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역시 고통이나 괴로움은 있다어떻게 해서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전후 50년의 일본 민주주의의 첫 번째 근간은 정치나 국가가 틀리지 않는다면 개인의 비참함은 최소한으로 경감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었다개인의 비참함을 최소한으로 경감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괴롭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그러나 그때 무엇을 놓쳐왔는가 하면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괴로움이다’, ‘생존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라고 하는 시점이 제거되어 있는 것이다그것은 피폭자가 된 사람이나 여러 가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그것을 안고 살아가야 하지만그 사람들도 식품이나 환경의 오염또는 원폭 등 다른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저질러 놓은 것의 결과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의료나 생명의 문제도 거기서부터 시작된 듯 보여지지만 그것은 틀리다인간이 살아가는 본질 그 자체가 그러한 괴로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COMIC BOX’지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95년 1월호-  

   

자연과 인간의 항쟁이 만약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라고 한다면어느 한쪽이 멸망해 버리는 일은 없다세계의 모든 것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모든 인간의 삶은 적어도 객관적으로는 무의미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갈 근거도 없어지고 만다그러한 세계가 제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 아닐까영화의 마지막지코 승이 바보에겐 당할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그는 정말로 바보이다.”

-‘모노노케 공주를 그린다, 말한다’ 수록 ‘미야자키의 모노노케 공주의 야심과 혼란’에서-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정의의 입장은종래의 권선징악의 어린이용 판타지나 만화애니메이션이 도식적으로 묘사해 온 것처럼 어떤 특정한 입장의 정당성을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라다양한 입장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그렇다고 해서 가치상대주의는 아니며 그러한 입장의 다원성을 가능한 한 실현시키기 위해각각의 입장이 공유되는 하나의 근원으로서의 현실세계의 객관적인 사실구조에 맞서는 자세입니다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있어서 주인공 나우시카의 입장은 그러한 것입니다이것이 나우시카에게 있어서의 정치란 것의 전제인 것입니다.”

-‘나우시카 해독-유토피아의 임계’, 이나바 신이치로-  

   

“‘어느 쪽이 진짜의 사건인가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여기서는 실패와 성공을 병립시켰다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것이다언제라도어디서든누구라도 자신이 결정한 스타트 라인에 서서 성공일까 실패일까를 신경쓰지 않고 액션을 반복한다.”

-‘On Your Mark’, 20111년 도록, 후지쯔 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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