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간과 공간의 얽힘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347

by 노용헌

사진의 3요소는 라이팅Lighting, 타이밍Timing, 프레이밍Framing이다. 여기서 빛은 기본바탕이 되는 요소이고, 두가지 타이밍과 프레이밍은 시간과 공간을 뜻한다. 사진에서 빛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고, 사진가는 시간적인 것과 공간적인 것에서 그 얽혀있음을 표현하게 된다. 조리개와 셔터의 작용으로. 셔터는 시간을 좌우하고, 조리개는 공간(프레임)을 좌우한다. 사진가가 촬영하는 것을 슈팅Shooting이라고 한다. 한 샷Shot에는 시간과 공간이 담겨진다. 시간과 공간의 의미는 또한 대상의 존재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있음과 없음, 메를로 퐁티가 말하는 몸(Le corps)과 살(La chair)이다. 재현과 표현이라는 경계에서 사진가는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을 사진에 담게 된다. 몸은 우주 내의 일체의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힘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럴 때 몸은 만유의 진리인 근원적인 존재와 교섭하는 가시적인 것이고, 살은 몸과 세계가 함께 살아 오르는 근원적인 상태를 칭한다. 즉 살이란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시성-보이는 것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 보여지게 되는 실재하는 가능성, 형태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시성이라고 함-내에서의 보이지 않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퐁티의 말이 어려워 보이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결국,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보는 것과 보이는 것, 감각하는 것과 감각되는 것, 재현과 표현의 얽힘이다.

사진 3요소.jpg

삶이란 시간과 공간의 얽힘이 아닐까. 조리개와 셔터가 얽혀 있듯이. 양자의 두 축은 얽혀 있다. 물리학에서도 양자 얽힘이란 용어가 있다.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양자 역학에서 발생하는 비고전적 상관관계로,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입자가 마치 하나의 시스템처럼 행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진은 광자(光子, photon)로 이루어진다. 사진의 픽셀은 기본적으로 은입자에 반응의 관계인 셈이다. DNA가 이중나선구조인 것처럼, 두 입자가 얽혀 있는 상태, 시간과 공간은 서로 얽혀 있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의 이해이다. 시간적인 것과 공간적인 것. 두 상관관계에서 사진가는 존재의 의미를 이해한다. 사진가는 거기-있음,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사진가가 보여주는 것은 사실Fact과 허구Fiction의 경계에서 이야기하게 된다. 뒤얽히고 엉클어진 세상에서 사진가는 양쪽 측면에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것이 마치 시간과 공간의 얽힘 안에서.


다시 메를로 퐁티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돌아와서, 얽힘-교차는 서로가 뒤얽히며 뒤섞여 드는 그런 사태이다. 그럴 때 몸과 대상 사이에는 서로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메를로 퐁티는 그걸 살의 두께라 표현한다. 살은 기존 철학의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에 메를로 퐁티는 원소라는 용어를 쓴다.

"살은 물질이 아니고, 정신이 아니며, 실체(substance)가 아니다. 살을 지칭하기 위해서는 ‘원소(élément)’ 라는 옛 용어를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P200)

"살은 이러한 의미에서 존재의 한 ‘원소’이다. 살은 사실이 아니고 사실들의 합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장소와 지금에 유착되어 있다. 유착 이상이다: 어디서[장소]와 언제[때]의 개시, 사실의 가능성과 요구, 한 마디로 사실성, 즉 사실을 사실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동시에 사실들이 의미를 가지게 하는 것, 단편적인 사실들이 ‘어떤 것’의 주변에 배치되게 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P200-20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외눈박인 거인 키를로페스(Cyclop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