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결정적 순간에서 감정적 순간으로
프랑스의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1932년에 선보인 사진집 《결정적 순간 Images à la sauvette》이라는 책 제목에서 자신의 미학적 관점을 이야기했다. 결정적 순간이란 내적의미와 외적의미가 합일되는 의식과 비전이 하나로 되어 내용과 형식이 합치되는 순간을 가리킨다. 그러나 참으로 오묘한 말이다. 무수의 긴 시간 영겁의 시간중에 찰나의 순간인 결정적 순간이란 과연 있을까?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쳤으나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이었다”고 브레송은 말한다. 이런 찰나의 순간을 사진은 찍는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한다. 우리의 삶 순간 순간, 시시각각이 모두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그 어떤 아름다운 장면도 찍히는 순간 모두 다 과거의 화양연화가 되어 버린다. 찰나의 순간은 순식간에 우리의 기억속에 과거로 남게 된다.
저자 박순기 선생의 <결정적 순간>을 보면 브레송의 시공간의 합일된 그 시점인 결정적 순간을 기호학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은 프레임 구성에 있어서 거의 완벽하리 만큼 많은 사진가들에게 교본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가의 미의식과 정서·철학·신념 등이 맞아떨어지는 그 순간의 미학으로 사진을 순간의 예술이라고 통용되어 말한다. 또한 35mm 소형카메라로 거리에서 스냅으로 찍는 사진에서 비롯되어 사진은 순간 포착이라고도 말한다. 이러한 결정적 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에게 있어서 결정적 순간은 어떤 순간일까? 사진을 찍다 보면 호흡도 중요하다. 긴 호흡을 하고 나서 숨을 멈추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또는 긴장을 하다가 잠시 고요한 상태에서의 순간에 사진을 촬영한다. 또는 카파처럼 떨리는 순간에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 모든 행위, 사진을 찍는 순간은 나의 감정적 순간이다.
감정적 순간이란, 나는 나의 감정이 차분하고 고요할 때, 긴장하고 흥분할 때에 따라서 상황은 달리 보이게 된다. 아름다운 장면도 나의 감정에 따라 달리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직관과 이지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감정적 존재이다. 칸트는 “너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을 결코 단순히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도록 행위하라.”고 말했다. 칸트는 <판단력비판>이란 책에서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과정을 선험적 원리에 기인한 것으로 보았다. 미는 주관적이라고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쾌와 불쾌의 감정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또한 쾌와 불쾌에 대한 감정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이 세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쾌/불쾌에 대한 감정은 아름다움/추함과의 논의와 상관없지만, 이 둘의 감정은 외부 사물의 성질에 기인하기보다 사람들 각각의 고유한 감정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선험적 능력, 즉 판단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매순간마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어서, 어느 하나도 오래 가지 못한다. 나는 선악이 묘하게 혼합된 존재여서, 나를 묘사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내가 언제나 변치 않고 간직하고 있는 감정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자유에 대한 강한 애정이고, 또 하나는 위선에 대한 혐오이다.” -바이런-
사람의 감정은 변하고, 그 마음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러나 변치않는 참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그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메를로 퐁티는 “세계는 우리가 보는 그것이란 점은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럼에도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점 역시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앎(知)이란, 우리의 시각(vision)이란,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는지, 철학은 답을 말하지 않는다. 질문을 던질 뿐이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드러남이며,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깊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