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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Aug 22. 2024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영화 <오델로Othello>  1995년

오슨 웰스 감독<오델로>(1951), <오델로>(1955), <오델로>(1986), 안소니 홉킨스 <오델로>(1981)  

   

공작      말해 보오, 오셀로.

오셀로    그녀의 부친은 저를 아껴 여러 번 불렀고 제 인생 얘기를 한 해 한 해 짚어 가며 늘 물어보셨지요. —전투, 공성, 운명 같은 제 과거 경험을요.

저는 그걸 저 소싯적에서 얘기를 명받은 바로 그 순간까지 쭉 훑어 나갔지요. 그러면서 불길한 우연과 물과 또한 뭍에서 벌어진 돌변하는 사건들과 임박한 죽음의 돌파구를 겨우 빠져나온 일, 오만한 적에게 잡힌 뒤 노예로 팔렸다가 그러한 상황에서 구출된 일과 같은 그달픈 제 이력서의 행위들을 말했지요. 그러면서 거대한 동굴과 메마른 사막들 험악한 돌산과 하늘 닿은 바위와 언덕을 얘기할 기회였고 —그렇게 진행했죠— 또 서로를 잡아먹는 식인종들이며 인육 호식인들과  머리가 어깨 아래쪽으로 자라는 인간들도 말했지요. 이것을 듣고자 데스데모나는 진지하게 마음이 쏠렸지만 늘 집안일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걸 급히 처리할 수 있었을 땐 언제나 되돌아온 다음 굶주린 듯 제 담화를 경청하곤 했습니다. 전 그걸 알아채고 한번은 적당한 시간 잡고 알맞은 방법 찾아 그녀의 진지한 마음의 기도를 끌어냈죠. 그녀가 조금씩은 뭔가를 들었으나 주의 깊게 못 들었던 제 인생 순례를 쭉 펼쳐 달라고 하게끔. 저는 동의하였고 젊었을 때 겪었던 괴로움 가득한 삶의 타격 얘기로 그녀의 눈물을 여러 번 정말 훔쳐 냈습니다. 제 얘기가 끝났을 때 수고의 대가로 그녀는 세상 한숨 다 쉬었고 참으로 이상해요. 대단히 이상해요. 불쌍해요. 놀랍도록 불쌍해요, 라고 장담했으며 얘기를 안 들었길 바랐지만 그래도 하늘이 자기를 그런 남자 만들길 바랐죠. 그녀는 감사하며 이르기를, 그녀를 사랑하는 제 친구가 있다면 제 얘길 가르치는 것만으로 자기를 얻을 거라 했지요. 이 귀띔에 말했는데, 그녀는 제가 겪은 위험 땜에 절 사랑하였고 전 그녀가 그걸 정말 동정해서 사랑했죠. 이것이 제가 쓴 유일한 마법이랍니다.              (P32-34)     

오셀로      저도 못 하겠습니다.

데스데모나  저 또한 거기에 머물면서 아버지 눈에 띄어 심기를 불편하게 해 드리긴 싫습니다. 관대하신 공작님, 제 말씀을 호의를 베풀어 들으시고 직접 인가하시어 저의 어리석음을 지원해 주십시오.

공작         무엇을 원하느냐. 데스데모나.

데스데모나   제가 이 무어인과 살려고 사랑한 사실이 거침없는 제 폭거와 운명 조롱 행위로 온 세상에 퍼지기를, 제 가슴은 주인님의 바로 그 성품에 철저히 정복당했답니다. 오셀로의 얼굴을 전 그의 마음에서 보았고 또 그의 영예와 용맹스러운 자질에 제 영혼과 운명을 헌납하였습니다. 그런데 의원님들, 그이는 전장으로 나가고 전 평온한 나방처럼 뒤에 남아 있다면 둘이 나눌 사랑의 의식을 빼앗기고 그이의 가혹한 부재로 어려운 시간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함께 가게 해 주세요.

오셀로       그녀를 지지해 주십시오. 하늘을 증인 삼아 저는 이런 부탁을 제 욕심의 혓바닥을 즐겁게 해 주거나 제게는 퇴화된 젊은 열정, 음욕과 그 적절한 충족에 응하려는 게 아니라 그녀의 마음에 관대해지려고 합니다. 또 그녀가 제 곁에 있다 해서 여러분의 중대한 업무를 소홀히 할 거란 생각은 하늘이 금할 테니 마십시오. 예, 만약에 날개 달린 큐피드의 경박한 희롱에 저의 시각 기관이 방탕으로 흐려지고 그래서 놀이로 제 할 일을 썩히고 망친다면 주부더러 제 투구를 냄비로 쓰게 하고 부끄럽고 추잡한 역경은 모조리 제 명성을 향하여 돌진토록 하십시오!

공작         그녀가 가든 남든 그 결정은 그대가 사적으로 내리시오. 사태가 긴박하여 빨리 대처해야겠소.                 (P37-38)    

 

로데리고    난 어떡해야지? 이토록 반하는 게 수치란 건 고백해. 하지만 난 천성적으로 그걸 못 고쳐.

이아고      천성? 씹이다! 우리가 이리되고 저리되는 건 다 우리한테 달렸어. 우리 몸은 정원이고 우리의 의지는 그 정원사야. 그래서 우리가 쐐기풀을 심거나 상추 씨를 뿌리거나, 꿀풀은 꽂아 놓고 백리향은 뽑아 버리며 한 가지 약초로 거기를 채우거나 여러 가지를 마구 심어 놓거나, 태만을 부려 불모로 만들거나 부지런히 비료를 주거나 간에 — 글쎄, 그렇게 할 힘과 바로잡을 권한은 우리의 의지에 있다네. 우리의 삶이라는 저울에서 한쪽의 이성이 다른 쪽의 욕정과 균형을 맞춰 주지 않는다면 우린 본성의 저급한 욕정에 이끌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맞을 거야. 하지만 우리에겐 이성이 있어서 발광하는 충동, 색욕의 자극, 무절제한 쾌락을 식혀 주는 데, 내가 보기엔 당신이 사랑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것들 가운데 한 줄기나 가지야.

로데리고     그럴 리가 없어.

이아고       그건 순전히 피 끓는 성욕이고 욕심이 허락한 결과야. 자 남자답게 굴어! 빠져 죽어? 고양이와 갓 난 강아지나 빠뜨려. 난 내가 자네 친구임을 공언했고 고백건대 이 몸이 쇠밧줄에 묶이더라도 자네가 보답을 꼭 받게 해 주겠네. 내가 자네에게 지금보다 더 쓸모있을 순 없어. 지갑에 돈을 넣고 이번 전쟁을 쫓아가, 가짜 수염으로 얼굴을 바꾸고 그렇지. 지갑에 돈을 넣어. 데스데모나가 이 무어인을 계속 오래 사랑한다는 건 있을 수 없어. —지갑에 돈을 넣어— 그도 마찬가지고, 그녀로선 격정적인 출발이었으니까 그에 걸맞은 결별을 보게 될 거야. —지갑에 돈을 넣어. 이 무어인들은 욕심이 변하는 자들인데— 지갑을 돈으로 채워, 지금은 그에게 캐롭처럼 맛있는 음식도 머지않아 땡감처럼 떫은맛이 날 거야. 그녀는 그를 젊은 남자와 바꿔야 해. 그의 몸에 물리게 되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알 테고 사람을 바꿔야만 해. 반드시. 그러니까 지갑에 돈을 넣어. 지옥에 떨어질 필요가 있거든 빠져 죽는 것 말고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해봐. —모을 수 있는 돈은 다 모아. 만약 이 떠돌이 야만인과 이 닳고 닳은 베네치아 여자 사이의 허례와 덧없는 맹세가 내 재주로도 또 지옥의 모든 족속들도 깨지 못할 만큼 굳은 게 아니라면, 자네가 그녀를 즐길 거야. —그러니까 돈을 모아. 빠져 죽긴, 염병할! 얼토당토않아. 빠져 죽어서 그녀를 못 차지하느니 차라리 환락을 성취하면서 목매달려 죽겠다고 해.

로데리고     내가 그 결말을 기다리면 희망을 꼭 이루게 해 줄 텐가?

이아고       날 굳게 믿게 —가, 돈을 모아. 자네에게 자주 말했지만 그리고 다시, 또다시 말하지만 난 이 무어인을 미워해. 그 이유는 내 가슴에 맺혔고 자네도 못지않은 까닭이 있으니 우리 복수할 때 서로 내통하세. 자네가 그에게 오쟁이를 지울 수만 있다면 그건 자네에겐 쾌락이고 내겐 오락이야. 시간의 자궁 속엔 태어날 사건들이 많이 들어 있어. 앞으로 가, 돈을 마련해. 이 얘긴 내일 더 하고, 잘 가.                (P41-43)  

   

이아고      허 참, 잘 가게, 지갑에 돈을 충분히 넣어.     (로데리고 퇴장)

            난 항상 이렇게 바보를 내 돈줄로 만든다. 저따위 멍청이와 시간을 보내는 게 내 재미와 내 이득 때문이 아니라면 난 내가 애써 얻은 지식과 경험을 모독하는 셈이지. 나는 이 무어인을 미워해, 그리고 쫙 퍼진 소문으론 그가 내 침대에서 남편 일을 했다는데 사실인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런 일에 혐의만 가지고도 확실한 것처럼 행동해. 그는 날 좋게 본다. 그래서 내 의도가 더 잘 먹혀들 거야. 카시오는 멋쟁이야. 그러니 어디 보자, 그 자리를 차지하고 내 뜻도 다 이루는 이중의 악행이라. 어, 어떻게? 어디 보자. 좀 있다가 오셀로의 귀를 속여 카시오가 제 아내와 지나치게 친하다고 해 볼까. 그는 풍채 좋은 데다 몸가짐이 점잖아서 의심받게, 여자가 바람나게 생겼고 무어인도 수수하고 탁 트인 성품이라 겉만 정직한데도 속까지 그렇다고 여긴다. 그래서 코뚜레로 부드럽게 끌 수 있어. 나귀처럼 말이다. 알았다. 떠올랐다! 지옥과 밤 둘이서 이 끔찍한 착상이 빛을 보게 해야 한다.     (퇴장)        (P44-45)    

 

카시오      저 봐요, 오십니다!

오셀로      오, 내 고운 무사여!

데스데모나  사랑하는 오셀로!

오셀로      내 앞의 당신을 여기서 보다니 만족만큼 놀라움도 크다오! 오, 내 영혼의 기븜이여, 폭풍 뒤에 언제나 이런 평온 깃든다면 바람은 죽음을 일으킬 때까지 불고 불어 고생하는 돛단배를 바다 언덕 저 위로 올림포스만큼 올렸다가 천국에서 지옥 가듯 다시 내리꽂아라. 난 지금 죽어도 지금이 가장 행복할 것이오, 왜냐하면 내 영혼은 절대 만족 맛봤기에 이 같은 안락이 미지의 운명 속에서도 이어질 것인지 염려하기 때문이오.       (P55)  

   

이아고     맞는 말씀입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부관님, 전 경계 서러 가야 합니다.

카시오     잘 자게, 정직한 이아고,         (퇴장)

이아고     근데 누가 나더러 악역 한단 말하지? 내가 하는 충고가 너그럽고 정직하고 그럴듯한 생각이며 무어인을 다시 얻는 확실한 길인데? 왜냐하면 정직한 청으로 유순한 데스데모나를 굴복시키는 것은 최고로 쉬우니까, 그녀는 넉넉한 자연처럼 풍요롭게 빚어졌다. 그래서 무어인의 승낙을 얻는 일은, 그가 자기 세례와 속죄의 확인 및 상징물을 다 포기한대도 그 영혼이 그녀의 사랑에 너무나 꽉 붙잡혀 그녀가 쥐락펴락 맘대로 할 수 있다. 그녀를 지향한 욕망이 그의 약한 본능 위에 신처럼 굴 테니까. 그러면 카시오의 이익과 직결되는 이 노선을 권하는 내가 왜 악당이란 말인가? 지옥의 신학이여! 악마들이 가장 검은 죄악을 부추길 때 처음엔 지금의 나처럼 천국의 모습으로 넌지시 말한다. 이 정직한 바보가 행운을 되찾아 보려고 데스데모나를 조르고 그녀가 그의 청을 이 무어인에게 강권할 때 난 그의 귓속에 독을 부어 넣을 테다, 그녀가 육욕 땜에 그를 다시 부른다고. 그러면 그녀는 그에게 잘해 주려 하는 만큼 무어인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며 —그래서 난 그녀의 미덕에 먹칠할 것이고 그녀의 선심으로 그들을 모조리 옭아맬 그물을 만들 테다. 

로데리고 등장.

웬일인가, 로데리고?

로데리고       난 이번 사냥에서 뛰지도 못하고, 무리나 채워 주려고 따라다니는 개 같은 신세지 뭐야. 돈은 거의 바닥이 났고, 오늘 저녁엔 아주 흠씬 두들겨 맞았어.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결론은 고생한 만큼 많은 경험을 얻고 나서, 그래서 돈은 한 푼도 없지만 정신은 좀 더 차려서 베네치아로 되돌아가는 거야.

이아고         못 참는 인간들은 얼마나 딱한가! 단번에 치유되는 상처가 어디 있나? 자네는 우리가 마술 아닌 기지로 일하며 기지는 느림보 시간에 의존함을 알고 있네. 잘되고 있잖아? 카시오가 자네를 때렸고 그 작은 상처 덕에 자넨 그를 확 파면시켰어. 딴 것들은 햇빛 받고 잘 자라겠지만 먼지 꽃 핀 과일이 먼저 익을 것이네. 잠시만 진정하게, 원 이런, 아침이군. 쾌락과 행동 중엔 시간이 짧아지지. 물러나서 배정받은 숙소로 가 보게, 아, 아서, 나중에 더 알려 줄 테니까. 아니, 가라니까.          (로데리고 퇴장)

두 가지 할 일이 남았는데 아내가 카시오 편에서 마님에게 조르도록 내가 부추겨야지. 그런 한편 무어인을 옆으로 불러내어 카시오가 자기의 아내에게 조르는 바로 그때 보게 하자. 그래 바로 그거다! 계략을 차갑게 미루어 김새게 하지는 마!        (퇴장)         (P79-81) 

    

오셀로     기필코 그 생각을 알 테다!

이아고     제 심장을 손안에 쥐었대도 못 하시고 제가 그걸 보관하고 있는 한 안 됩니다.

오셀로     하!

이아고     오, 장군님, 질투심을 조심해요! 그것은 희생물을 비웃으며 잡아먹는 푸른 눈의 괴물이랍니다. 오쟁이 진 자가 운명을 꼭 믿고 가해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지복 속에 살지요. 하지만, 오, 혹했는데 의심하고 수상한데 그래도 강렬히 사랑하면 그자는 얼마나 저주받은 분초를 헤아리겠습니까!

오셀로      오, 비참하다!

이아고      가난하나 족하면 부자에다 넉넉한 부자지만 가난해질까 봐 언제나 두려운 사람에게 한없는 재산은 겨울처럼 가난한 법이죠. 선하신 하느님, 우리 친족 모두의 영혼을 질투 않게 지키소서.

오셀로      왜 —왜 그러나? 자넨 내가 질투하며 살 거라고 생각하나? 언제나 변하는 달을 따라 새로운 의심을 일으키며 말이지? 아냐, 만일에 의심하면 단번에 해결이야. 자네의 추정에 들어맞는 그따위 엉터리 불어 터진 억측을 내 영혼의 본분으로 삼는 일이 생긴다면 염소와 날 교환하게. 내 아내가 아름답고 잘 먹고 친구들 좋아하고 자유롭게 말하고 노래와 연주와 춤 재주가 있다 해서 질투 안 해. 이런 건 미덕이 있으면 덕을 높여 주니까. 또한 내게 매력이 메말라 있다 해서 좀이라도 두렵거나 배신을 염려 안 해. 그녀는 두 눈 뜨고 날 택했으니까. 아냐, 이아고, 난 의심에 앞서 보고, 의심하면 입증하고 증거가 있으면 이렇게 할 수밖에 —사랑 아님 질투를 당장에 없앨 거야!

이아고      이거 반갑습니다. 이제야 당신께 품고 있는 사랑과 복종심을 조금 더 솔직히 보여 드릴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그러니 받으시죠. 드리게 돼 있는 걸. 아직은 증거가 아니지만 부인을 카시오와 더불어 잘 지켜보십시오. 눈빛은 이렇게, 질투도 과신도 않으면서, 너그럽고 귀한 분이 선심 땜에 속는 것은 제가 원치 않으니 유념해 주십시오. 자국인의 성향을 저는 잘 압니다. —베네치아에서는 여자들이 남편들에게는 감히 못 보여 주는 못된 짓을 하느님은 보시게 한답니다. 그들의 최고 도덕 관념은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들키는 거랍니다.    (P94-96)     

오셀로     잘 가게, 잘 가게. 더 알아내는 게 있거든 알려 주고 자네 처가 관찰토록 해 주게, 가 보게, 이아고.

이아고     장군님, 전 물러갑니다.

오셀로     내가 왜 결혼했지? 정직한 이 녀석은 드러내는 것보다 틀림없이 더 많이 —훨씬 많이— 보고 알아.

이아고      장군님, 이 일을 더 이상 뜯어보지 마시길 간절히 바라고 싶습니다. 시간에 맡기세요. 카시오가 그 자리에 앉는 건 적절하나 분명코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니까요. 그래도 잠시 그를 멀리해 보신다면 그와 그의 수단을 감지하실 것입니다. 부인께서 강하게 아니면 격렬히 조르면서 그를 환대 않는지 주목하면 거기에서 많은 게 보이실 겁니다. 그동안엔 이 몸을 걱정거리 캐묻기 좋아한다 생각해 주시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걱정이 되니까— 부인은 결백하다 여기시길 꼭 간청드립니다.

오셀로      내 처신은 걱정 말게.

이아고      다시 한번 물러가겠습니다.   (퇴장)

오셀로      이 친구는 정직성을 넘칠 만큼 지녔고 인간사의 본질을 학구적 기질로 다 안다. 그녀가 야생의 매라는 게 입증되면 그것의 발목 끈이 소중한 내 심금일지라도 난 그녀를 바람 따라 휙 날려 버리고 운에 맡겨 살게 하리. 아마 내가 검은 데다 안방 출입 한량들의 부드러운 사교술이 없기 때문이거나 내 나이가 황혼기에 들었기 때문에 —깊이 든 건 아닌데— 그녀는 떠났어. 난 상처를 입었고 그 위안은 증오심이 돼야 한다. 오, 결혼의 저주여, 섬세한 이것들의 욕망 아닌 몸만을 우리 가러 부르다니! 난 차라리 한 마리 두꺼비가 된 다음 동굴의 이슬로 살지언정 아끼는 물건을 남들이 쓰도록 한구석만 차지하진 않으리라. 근데 이건 천민들보다도 특전을 적게 받은 고관들의 재앙이고 죽음처럼 피지 못할 숙명인데 —우리가 잉태됐을 바로 그때 이 오쟁이 질 재앙은 운명으로 주어졌다.                (P98-100)     

이아고      오, 신은 용서하소서! 당신이 남자요? 영혼이나 의식이 있어요? 전 갑니다. 제 직위 받으세오, 오, 딱한 바보, 정직한 게 흠이 될 정도로 사랑을 하다니! 오 끔찍한 세상이다! 세상은 주목하라. 주목해. 사람이 바르고 곧으면 안전치 못하단다. 이런 교훈 주셔서 고맙고 지금부턴 사랑은 이런 화를 부르니 친구 사랑 않겠어요.

오셀로       아니, 멈춰라, 넌 정직해 보인다.

이아고       현명해야 하겠지요. 정직하면 바보고 위해 준 그 사람을 잃으니까.

오셀로       세상에 맹세코 난 아내가 정숙하다, 그렇잖다, 생각하고 네놈 말이 맞는다, 그렇잖다, 생각해. 증거를 찾고야 말 테다. 디아나의 안색처럼 깨끗했던 그녀의 이름이 이젠 내 얼굴처럼 검댕 칠로 시커멓다. 밧줄이나 칼이나, 독이나 불이나 숨 막히는 격류가 있다면 난 참지 않을 테다. 확신해 봤으면!

이아고        장군님, 격정에 휘둘리고 계시군요, 제가 그걸 일으켜서 정말 후회됩니다. 확신하고 싶으세요?                   (P105-106)   

  

오셀로      그럼, 그건 분명해, 그렇지만 참 안됐어, 이아고 —오, 이아고, 참 안됐어, 이아고!

이아고       그녀의 사악한 행동이 그렇게도 마음에 드시면 죄지을 면허를 주시죠. 당신만 안 아프면 다칠 사람 없을 테니까요.

오셀로        그녀를 산산조각 낼 테다! 나에게 오쟁이를 지웠어!

이아고        오, 더러운 짓입니다.

오셀로        내 부하 장교와!

이아고        그건 더욱더 더럽죠.

오셀로        독약 좀 갖다주게, 이아고, 오늘 밤에, 난 그녀와 길게 얘기하진 않을 거야. 그녀의 몸과 미모에 다시 마음을 빼앗기면 안 되니까, 오늘 밤이야, 이아고,

이아고           독약으로 하지 말고 침대에서 목을 조르시죠. --그녀가 오염시킨 바로 그 침대에서요.

오셀로           좋아, 좋아, 그 정당성이 마음에 들어, 아주 좋아!

이아고           그리고 카시오는 제가 처치하게 해 주시고, 자정쯤 더 알려 드리지요.    (P131) 

    

오셀로       이건 이유 있단다, 이유가 있단다. 내 영혼아, 저 순결한 별들에게 밝히진 않겠지만 이건 이유 있단다. 그래도 난 피를 흘리거나 눈보다 더 희고 설화 석고 묘상처럼 매끄러운 그 살결에 흠을 내진 않으리라. 그래도 죽어야 해. 많은 남자 속일 테니, 불을 끄자 그리고 그다음 불을 끄자! 타오르는 불꽃아, 내가 너를 꺼 버려도 그 일을 뉘우치면 너의 그 옛 빛을 되살릴 수 있단다. 하지만 빼어난 조물주의 절묘한 걸작인 네 빛을 한번 끄면 그 빛을 다시 살릴 프로메테우스의 열기가 어딨을지 모르겠다. 이 장미를 꺾으면 성장의 활력을 다시 주진 못할 테니 시들 수밖에 없다. 나무에서 냄새 맡자. 오, 향기로운 숨결이여, 정의의 여신조차 설득당해 칼을 꺾을 만하구나, 다시, 다시, 죽어서도 이렇다면 난 너를 죽인 다음 사랑할 것이다. 또다시, 이게 마지막이다.         (냄새 맡고 키스한다.)

이런 맹독 향기는 없었어. 난 울어야 하지만 내 눈물은 잔인하다. 이 슬픔은 천벌로서 사랑과 아픔을 함께 주네, 깨는구나.

데스데모나      누구예요? 오셀로?

오셀로          그렇소, 데스데모나.                   (P162-163)    

 

오셀로       오, 바보, 바보, 바보다!

카시오       그 밖에도 로데리고는 자신의 편지에서 경계 중인 저에게 대들게 한 일로 이아고를 호되게 꾸짖는데 그 건으로 전 쫓겨났지요. 또한 죽은 것처럼 보인 지 한참 뒤인 바로 지금 이아고가 자기를 해쳤고 부추겼다 말했어요.

로도비코      이 방을 나서서 함께 가야 되겠소. 당신의 권한과 명령권을 박탈하고 카시오가 키프로스를 통치하오. 이놈에겐 고문은 심하나 오랫동안 살려 놓을 교묘하고 잔인한 방법이 있다면 쓰게 할 것이오. 당신은 베네치아 정부가 이 과오의 실상을 알아낼 때까지 엄중히 가둬 둘 것이오. 자 그를 데려가라. 

오셀로        잠깐만, 당신들이 가기 전에 한두 마디, 난 정부에 공헌이 좀 있고 그들도 아는 바요. 그 일은 그만두고. 부탁인데 당신이 이 불행한 행위들을 편지로 보고할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말하시오. 무엇을 줄이거나 악의로 적지도 마시오. 그러면 당신은 분별없이 너무 많이 사랑했던 사람을 질투를 쉽게 하진 않지만 하도록 만들면 극도로 혼란되는 사람을, 제 손으로 자기네 부족보다 더 값진 진주를 던져 버린 비천한 인도인 같은 자를, 차분한 두 눈은 기분 따라 쉬 녹진 않지만 아라비아 나무가 약용 진액 흘리듯 눈물을 줄줄 쏟는 사람을 말해야만 할 것이오, 그렇게 적으시오. 거기에 덧붙여 한번은 알레포 시에서 머리에 터번 두른 심술궂은 터키 놈이 베네치아인을 때리고 그 나라를 욕했을 때 내가 그 할례 한 개새끼의 목을 잡아 찔렀다고 하시오. —이렇게!     (자신을 찌른다.) 

로도비코          오, 피비린 마침표다!

그라티아노        모든 말이 헛되구나.

오셀로            죽이기 전에도 키스했지, 이 길밖에. 자살하고 키스하며 죽을 수밖에 없다. (데스데모나에게 키스하고 죽는다.)

카시오            의기가 높았던 분이라 이걸 염려했지만 무기가 없다고 생각했소.   

  (P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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