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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Aug 21. 2024

개브리얼 제빈의 <섬에 있는 서점>

영화 <더 스토리드 라이프 오브A.J.피크리>  2022년

아일랜드 서점

앨리스 섬의 유일무이한 순문학 공급처. 1999년 개점.

“인간은 섬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상이다.”          (P19)   

  

싫어하는 걸 말하면 어떨까요? 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종말물, 죽은 사람이 화자거나 마술적 리얼리즘을 싫어합니다. 딴에는 기발하답시고 쓴 실험적 기법, 이것저것 번잡하게 사용한 서체, 없어야 할 자리에 있는 삽화 등 괜히 요란 떠는 짓에는 근본적으로 끌리지 않습디다. 홀로코스트나 뭐 그런 전 세계적 규모의 심각한 비극에 관한 소설은 다 마뜩잖더군 —부탁인데 논픽션만 가져와요. 문학적 탐정소설이니 문학적 판타지니 하는 장르 잡탕도 싫습니다. 문학은 문학이고 장르는 장르지, 이종교배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는 경우는 드물어요. 어린이책, 특히 고아가 나오는 건 질색이고, 우리 서가를 청소년물로 어수선하게 채우는 건 사양하겠습니다. 사백 쪽이 넘거나 백오십 쪽이 안 되는 책도 일단 싫어요. TV 리얼리티쇼 스타의 대필 소설과 연예인 사진집, 운동선수의 회고록,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소설, 반짝 아이템, 그리고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뱀파이어물이라면 구역질이 납니다. 데뷔작과 칙릿, 시집, 번역본도 거의 들여놓지 않아요. 시리즈물을 들이는 것도 내키진 않지만 그건 내 주머니 사정상 어쩔 수 없고, 당신 편의를 봐서 말하는데, ‘빅히트 예정 시리즈’ 같은 건 그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안착하기 전까지는 나한테 말도 꺼내지 마쇼. 그리고 로먼 씨, 난 무엇보다 말이죠, 별볼일없는 노인들이 별볼일없는 자기 아내가 암으로 죽었다고 끼적거린 얄팍한 회상록들은 도대체 참을 수가 없더군요.         (P25)     


혼자살이의 고충은 자기가 싸지른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점이다.

아니, 혼자살이의 진정한 고충은 내가 속상하든 말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다. 서른 아홉 먹은 남자가 왜 어린애처럼 카레가 담긴 플라스틱 그릇을 벽에 내던졌는지 아무도 관심없다.            (P32) 

    

에이제이가 책을 사랑하고 서점을 하고 있긴 하지만, 딱히 작가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후줄근하고 나르시시스트이며 배려나 양식도 없고 대체로 불쾌한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책을 쓴 작가의 경우 괜히 책에 대한 좋은 감정까지 망칠까봐 되도록 직접 만나는 것은 피했다. 다행히도 그는 대니얼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첫 번째 책도 별로였다. 그렇다면 사람은? 흐음, 같이 있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즐겁다. 말인즉슨, 대니얼 패리시는 에이제이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 중 하나란 소리다.                (P53)

     

생각건대, 중년이 되니 물러진 것 같구나. 그러나 또한 생각건대, 근자의 내 반응은, 인생의 시기마다 그에 딱 맞는 이야기를 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해주는구나. 명심해라, 마야. 우리가 스무 살 때 감동했던 것들이 마흔 살이 되어도 똑같이 감동적인 건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책에서나 인생에서나 이건 진리다.         (P57)     


마야의 ‘세례식은 아닌 파티’는 핼러윈 한 주 전에 열렸다. 참석한 아이들 중 몇 명이 핼러윈 복장을 하고 온 것만 빼면, 진짜 세례명명식과도 저자 사인회와도 별다를 게 없는 파티였다. 에이제이는 분홍색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마야를 보고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뭔가 참을 수 없는 기운이 속에서 간지럽게 부글거리는 느낌이었다.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거나 벽이라도 쾅 치고 싶었다. 술에 취한 기분, 아니면 적어도 탄산이 들어간 기분이었다. 미치겠군. 처음엔 이런 게 행복인가 보다 했다가, 이내 이건 사랑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빌어먹을 사랑, 그는 생각했다.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감정인가. 그것은 죽도록 술 마시고 장사를 말아먹겠다는 그의 계획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제일 짜증나는 것은, 사람이 뭔가 하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결국 전부 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아니다. 제일 짜증나는 것은, 심지어 엘모까지 좋아졌다는 점이다.       (P98)  

   

사람들은 정치와 신, 사랑에 대해 지루한 거짓말을 늘어놓지. 어떤 사람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한 가지만 물어보면 알 수 있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          (P113) 

    

“마침내 읽으셨다니 기쁜데요.” 어밀리아가 말했다. “아는 사람들마다 그 책을 읽어보라고 사정사정했는데 우리 어머니 외엔 아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라고요. 어머니도 선뜻 동하진 않았고.”

“때로는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까진 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법이죠.”   

“프리드먼 선생한테는 그다지 위로가 안 되겠네요.” 어밀리아가 덧붙였다.        (P119)  

   

어밀리아는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서 열었다.

“당신 거야.” 에이제이가 말했다. “그게.....”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어밀리아의 손을 두 손으로 덥석 잡고, 연극배우처럼 꾸며내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내려 애썼다. “결혼합시다.” 그는 거의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난 섬에 처박혀 있고, 가난하고, 애도 딸렸고, 수익이 점점 줄어드는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 당신 어머니가 나를 싫어하고, 작가 이벤트를 주최하는 일에는 영 젬병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이한 청혼이네.” 어밀리아가 말했다. “당신의 장점부터 시작해야지, 에이제이.”

“내가 말할 수 있는 거라곤.... 내가 말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린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거예요. 맹세코, 나는 내가 읽는 책을 당신도 같이 읽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밀리아가 그 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내 아내가 되어주세요. 당신에게 책과 대화와 나의 온 심장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에이미.”      

어밀리아는 그의 말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            (P193)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일들을 저지르고, 보통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P256)

“넌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을 필요가 있어.” 폴라가 말을 이었다.

“내가 왜요? 시대가 뭐 그리 대수라고?” 에이제이는 종종, 이 세상 최고의 것들은 죄다 고기에 붙은 비계처럼 야금야금 깎여나가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레코드 가게가 그랬고, 그다음엔 비디오 가게가, 신문과 잡지에 이어 이제는 사방에 보이던 대형 체인 서점마저 사라지는 중이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형 체인 서점이 있는 세상보다 더 나쁜 유일한 세상은, 대형 체인 서점‘조차’ 없는 세상이었다. 적어도 대형 서점은 약이나 목재가 아니라 책을 팔지 않는가! 적어도 그런 서점에는 문학 공부를 한 사람, 책을 읽을 줄 알고 사람들에게 책을 골라줄 수 있는 사람도 좀 있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런 대형 서점이 온갖 출판 쓰레기를 만 부씩 팔아치우는 동안 아일랜드 서점에서는 순문학을 백 부는 팔 것 아닌가!

“사람이 늙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술적으로 뒤처지는 거야. 에이제이.” 컴퓨터 산업에 이십오 년을 종사한 끝에 어머니가 건진 거라곤 알량한 연금과 그 신념 하나뿐이지, 에이제이는 신랄하게 생각했다.

에이제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시간을 들여 물을 마시고,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뇌가 두개골에 빡빡하게 끼인 느낌이다. 어머니가 모처럼 오셨는데, 함께 있는 시간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        (P262-263)    

 

에이제이는 범죄 섹션으로 걸어가서 서가에 꽂힌 책등을 쭉 훑어본다. 대체로 검고 붉은 바탕에 은박 혹은 흰색 글자가 대문자로 박혀 있다. 어쩌다 불쑥 형광색이 단조로움을 깬다. 에이제이는 범죄 소설은 모두 다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서 이 책은 저 책과 다른 걸까? 책이 저마다 다른 건, 에이제이는 결론을 내린다. 그냥 다르기 때문이야. 우리는 많은 책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우리는 믿어야 한다. 때로 실망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이따금 환호할 수도 있다.

에이제이는 한 권을 골라서 친구에게 내민다. “이건 어때?”          (P287)   

  

수술 후, 그는 한 달 코스의 방사선 치료를 위해 격리병동으로 옮겨졌다. 방사선 때문에 면역체계가 무너져 면회가 허락되지 않았다. 니콜의 사망 이후 기간까지 포함해서, 이토록 외로웠던 적이 없었다. 술에 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사선을 쬔 그의 위가 알코올을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마야 이전의 삶, 어밀리아 이전의 삶이 이랬다. 인간은 홀로 된 섬이 아니다. 아니 적어도, 인간은 홀로 된 섬으로 있는 게 최상은 아니다.         (P296)  

   

아주 심플한 거야. 그는 생각한다. 마야, 그는 말하고 싶다. 이젠 다 알아. 하지만 그의 두뇌가 말을 듣지 않는다. 마땅한 말을 못 찾으면 빌려 쓰는 거지.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내 인생은 이 책들 안에 있어. 그는 마야에게 말하고 싶다. 이 책들을 읽으면 내 마음을 알 거야. 우리는 딱 장편소설은 아니야.

그가 찾고 있는 비유에 거의 다가간 것 같다. 우리는 딱 단편소설은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의 인생이 그 말과 가장 가까운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P301)     


“우리는 우리가 수집하고, 습득하고, 읽은 것들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여기 있는 한, 그저 사랑이야.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런 것들이 진정 계속 살아남는 거라고 생각해.”

(P303-304)     

서점 주인의 장례식 때, 모두의 머릿속에 든 궁금증은 아일랜드 서점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이 서점에 애착이 있었고, 그 애착은 에이제이 피크리가 상상도 못했을 만큼 컸다. 열두 살짜리 우리 딸애의 물어뜯는 손톱에 <시간의 주름>을 쥐어준 사람이 누구냐, 나한테 <렛츠 고 하와이> 여행가이드를 판매한 사람이 누구냐, 취향이 아주 까다로운 우리 이모한테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면 분명 마음에 들거라고 주장한 사람이 누구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더욱이, 그들은 아일랜드 서점을 좋아했다. 그들이 항상 충성도 높은 고객은 아니었지만, 가끔은 전자책도 사고 온라인 쇼핑도 하긴 했지만, 그들은 자기네 동네 소개에 번화가 한가운데 아일랜드 서점이 있고, 이 서점은 페리에서 내린 후 두번째 혹은 세번째로 들르는 명소라고 나오는 게 좋았다.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마야와 어밀리아에게 다가와, 물론 각자 개별적으로 소곤거렸다. "에이제이를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서점을 운영할 누구 딴 사람을 찾을 거죠?"           (P305-306)  

   

"새 주인이 나타나서 서점을 계속 하길 바랐는데. 하지만 사실 에이제이와 마야와 어밀리아가 없는 아일랜드 서점은 예전 같지 않을 거야. 어차피. "  램비에이스가 말했다. "똑같은 마음일 수가 없지." "그러게." 이즈메이가 말했다. "속상해. 아마 포에버21 같은 게 들어올걸." "포에버21이 뭐야?" 이즈메이는 램비에이스를 놀렸다. "어떻게 포에버21을 모를 수가 있어? 당신이 맨날 읽는 그 영어덜트 소설에 한 번도 안 나왔어?" "영어덜트 소설은 그런 게 아냐." "의류 체인 매장이야. 사실 그 정도면 운이 아주 좋은 거지. 어쩌면 은행으로 바뀔지도." 이즈메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약국이나." "아니면 잠바주스?" 램비에이스가 말했다. "나 잠바주스 좋아하는데." 이즈메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웨이트리스가 테이블 앞에 멈춰 섰고, 램비에이스는 그릇을 좀 치워달라고 손짓했다. "당신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 램비에이스가 말했다.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아, 이즈메이. 나 되게 웃겼던 거 알아? 난 에이제이를 만나서 아일랜드 서점에 다니기 전까진 거의 책을 안 읽었어. 어릴 때 선생들이 내가 읽기를 너무 못한다고 하는 바람에 그쪽으론 습관을 들이지 못했거든." "애한테 넌 독서를 싫어하는구나 하면 애는 그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지." 이즈메이가 말했다. "국어는 거의 C를 받았어. 근데 에이제이가 마야를 입양하고 나서 그들의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서점에 갈 핑게가 필요했고, 그래서 에이제이가 주는 책은 뭐든 읽어치웠던 거야. 그러다 보니 책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지." 이즈메이는 더욱 격렬하게 흐느꼈다. “몰랐는데, 내가 진짜 서점을 좋아하더라.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직업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잖아. 앨리스 섬을 들르는 수많은 사람들, 특히 여름에 말이야. 휴가중인 영화 쪽 사람들도 보고, 음악 쪽 사람들이나 언론 쪽 사람들도 보고. 근데 세상에 책 쪽 사람들만 한 사람들이 없더라고. 신사 숙녀들의 업종이지. … 서점은 올바른 종류의 사람들을 끌어당겨. 에이제이나 어밀리아 같은 좋은 사람들. 그리고 난, 책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 얘기를 하는 게 좋아. 종이도 좋아해. 종이의 감촉, 뒷주머니에 든 책의 느낌도 좋고. 새 책에서 나는 냄새도 좋아해.”              (P307-308)

     

“당신 진짜로 하고 싶은 거 확실해? 우리가 뭐 한창 청춘도 아니고.” 이즈메이가 말했다. “겨울 없는 곳은 어쩌고? 플로리다 말야.”

“늙어서 가면 되지. 아직 그 정도로 늙진 않았어.” 램비에이스는 잠시 말을 끊었다. “난 평생을 앨리스에서 살았어. 내가 아는 유일한 곳이지. 좋은 동네고, 이곳을 쭉 그렇게 살리고 싶어. 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잖아, 이즈메이.”

서점을 이즈메이와 램비에이스에게 넘기고 얼마 후, 어밀리아는 나이틀리 프레스에서 퇴직하기로 했다. 곧 있으면 마야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테고, 잦은 출장에 질리기도 했다. 그녀는 메인 주의 대형마트 서적 구매 담당 자리를 얻었다. 출판사를 떠나기 전, 어밀리아는 전임자 하비 로즈가 했던 대로 자신이 관리하는 모든 거래처에 관한 보고서를 썼다. 그녀는 아일랜드 서점을 맨 마지막으로 남겨 놨다. 

'아일랜드 서점.' 그녀의 전달사항은 이렇다. '소유주:이즈메이 패리시(전직 교사)와 니콜라스 램비에이스(전직 경찰). 램비에이스는 직판의 달인으로, 특히 범죄문학과 영어덜트 소설 분야에 강함. 고등학교에서 연극부를 담당했던 패리시는 A+급 작가 이벤트 주최자로 믿을 만함. 매장에는 카페와 극장이 있고 온라인 노출도 훌륭함. 이 모든 것은 전 주인 에이제이 피크리가 닦아놓은 단단한 기초 위에 이룩되었는데, 피크리의 취향은 문학 쪽에 경도되어 있었음. 여전히 문학을 크게 취급하고 있으나, 주인 내외는 자신들이 팔지 못할 것은 들여놓지 않음. 나는 진심으로 아일랜드 서점을 사랑한다. 나는 신을 믿지 않고 종교도 없다. 하지만 내게 이 서점은 이승에서 교회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곳은 신성한 곳이다. 이런 서점들이 있는 한, 출판업은 오래도록 이어져갈 거라고 확언한다. ----어밀리아 로먼.'  어밀리아는 마지막 몇 문장에 살짝 민망함을 느끼고 '주인 내외는 자신들이 팔지 못할 것은 들여놓지 않음.' 이후로 다 삭제해 버렸다.              (P3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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