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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Aug 23. 2024

러드야드 키플링의 <정글북>

애니메이션 <정글북: 마법 원정대>  2019년

<정글북>(2016), <정글북>(1994), <정글북: 모글리의 이야기>(1998), <정글북>(1997), <정글북>(2003), <정글북>(1967), <정글북>(1942)     

키를링의 <정글북>은 여러 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 소설집이다. 인도 설화 문학집인 ‘판차탄트라(Panchatantra)’와 인도에서 생겨난 이야기 ‘자타카(Jataka)’의 고대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한다. 모티브는 실존 인물 디나 사니차르(Dina Sanichar)이다. 1867년 사냥꾼들이 늑대 무리 사이에 있는 5~6살 정도의 아이를 발견해 고아원으로 데려왔다는 이야기다. 정글(Jungle)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모글리는 ‘개구리’라는 뜻이 있으며, 시오니산은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시오니 구역 및 도시에 있는 숲이다. 등장하는 동물은 모글의 양부모(?)인 늑대 부부, 모글리와 아켈라, 불곰 발리, 흑표범 바기라, 인도 비단뱀 카아 등이다.

날이 아주 따뜻한 시오니산의 저녁 7시. 아빠 늑대가 낮잠에서 깨어나 몸을 긁적이고 하품을 하더니 네발을 번갈아 기지개를 켜면서 발 끝에 묻은 졸음을 떨쳐 냈다. 엄마 늑대는 낑낑거리는 네 마리 새끼 위로 기다란 회색 주둥이를 떨군 채 누워 있었다. 달빛이 그들의 동굴 입구를 비춰 주고 있었다. 아빠 늑대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아흠! 또 사냥을 나갈 시간이네.” 아빠 늑대가 언덕 아래를 향해 막 달리려는 순간, 꼬리가 텁수룩한 작은 그림자 하나가 동굴 문턱을 넘어와서 낑낑거렸다. “오, 늑대의 우두머리시여, 행운을 빕니다. 그리고 고귀하신 자제분들에게도 행운과 희고 억센 이빨이 함께해 세상의 굶주린 자들을 절대 외면하지 않기를.”

자칼인 타바키였다. 인도 늑대들은 접시핥기 타바키를 경멸한다. 못된 장난을 치고 돌아다니며 이야기나 옮기고, 쥐를 잡아먹거나 마을의 쓰레기 더미를 뒤져 가죽 조각을 찾아 먹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타바키를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타바키는 곧잘 실성해 버리고, 일단 실성하면 자기가 누구를 두려워했는지 깡그리 잊어버린 채 숲을 내달리며 보이는 것은 죄다 물어뜯기 때문이다. 타바키가 제정신이 아닐 때는 호랑이마저 그를 피해 다닌다. 광기란 야생 동물에게 닥칠 수 있는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것을 광견병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데와니, 즉 광기라고 부르며 달아난다.                (P7-8)     


“인간이라니!” 아빠 늑대가 하얀 이빨을 모두 드러내면서 말했다. “하! 인간을 잡아먹어야 할 만큼 저수지에 딱정벌레와 개구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거로군요. 우리 구역도 그런가봐요!”

근거 없이 명령하는 법이 없는 정글의 법칙은 모든 짐승에게 인간을 잡아먹는 것을 금하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새끼들에게 죽이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인간을 죽일 때뿐인데, 그럴 때는 자기 무리나 부족의 사냥터 밖에서 사냥해야 한다. 이 법칙이 만들어진 진짜 이유는 인간을 죽이면 조만간 총을 들고 코끼리를 탄 하얀 인간들과 징과 폭죽, 횃불을 든 갈색 인간들 수백 명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글의 모든 이가 고통받는다. 동물들 스스로 그렇게 정한 이유는 인간이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약하고 가장 힘이 없기 때문이며, 인간을 건드리는 건 정정당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을 잡아먹으면 옴이 옮고 이빨이 빠진다는 말도 있는데, 그건 사실이다.                     (P10-11)     

“지켜야죠!” 엄마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이 아기는 발가벗은 채 밤중에 혼자서, 배가 몹시 고픈 채로 찾아왔어요. 그런데도 겁을 먹지 않았어요! 봐요, 벌써 우리 아기 하나를 한쪽으로 밀쳐 버렸잖아요. 그 절름발이 망나니는 이 아이를 죽이고 와인궁가 계곡으로 달아날 거고, 그사이 마을 사람들은 복수심에 불타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돌아다닐 거예요! 이 아기를 지킬 거냐고요? 지키고 말고요. 가만히 누워 있거라. 꼬마 개구리야. 오, 그래. 개구리라는 뜻으로 널 모글리라고 부르마. 모글리, 시어 칸이 너를 사냥했듯이 내가 시어 칸을 사냥할 때가 올 거야!”

“하지만 무리에서 뭐라고 할까요?” 아빠 늑대가 걱정했다. 

수컷 늑대가 결혼하면 무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은 엄연한 정글의 법칙이다. 그러나 새끼들이 제 발로 설 만큼 자라면 수컷은 새끼들을 무리 회의에 데려와야 하는데, 회의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다른 늑대들이 새끼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보름달이 뜰 때 열렸다.           (P15)    

 

모글리는 늑대 새끼들과 함께 자랐다. 물론 늑대 새끼들은 모글 리가 어린이가 되기도 전에 거의 성장했다. 엄마 늑대와 아빠 늑대는 모글리에게 할 일과 정글에 있는 것들의 의미를 가르쳤다. 풀밭 속의 작은 바스락거림 하나하나, 따뜻한 밤공기의 숨결 하나하나, 머리 위 올빼미의 낌새 하나하나, 박쥐가 한동안 나무에 매달려서 남긴 발톱의 각종 흔적, 그리고 연못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펄떡이며 일으키는 온갖 작은 물보라까지 빠짐없이 가르쳤다. 이것들은 사업가가 사무실에서 하는 일처럼 모글리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모글리는 무언가를 배우고 있지 않을 때에는 햇볕을 쬐며 앉아 낮잠을 잤고, 그러다 배를 채우고, 그러다 밤이 되면 다시 잤다. 몸이 더럽게 느껴지거나 더울 때에는 숲속 연못에서 헤엄을 쳤다. 꿀이 먹고 싶을 때에는 나무에 올라가 꿀을 땄다. 발루는 꿀과 개암 열매가 날고기만큼이나 좋다고 말했다. 나무를 타는 방법은 바기라가 가르쳐 주었다.                 (P21)     


모글리는 바기라와 함께 따뜻하고 컴컴한 숲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졸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자고, 밤에 사냥하는 바기라를 지켜보는 것도 더없이 좋았다. 바기라는 배가 고플 때면 닥치는 대로 먹잇감을 죽였고, 모글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 동물만큼은 예외였다. 모글리가 정글 물정을 알 만큼 성장하자마자 바기라는 늑대 무리가 황소의 목숨을 값으로 치르고 모글리를 샀기 때문에 절대 소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일러 주었다. “정글은 모두 네 거야. 그리고 넌 충분히 강하니까 모든 걸 죽여도 되지만 네 목숨을 구해 준 황소를 생각해서 절대 소를 죽이거나 먹어선 안 돼. 크든 작든 어떤 소도 말이야. 그게 정글의 법칙이야.” 모글리는 그 말을 철저히 지켰다.               (P22)    

       

“정글의 법칙이 뭐야? 우선 공격하고 그다음 짖는다. 그런데 너는 조심성이 없어서 다들 네가 인간이란 사실을 알아 보는 거야. 부디 현명하게 행동해. 아켈라는 벌써 수사슴을 사냥할 때마다 점점 더 힘들어해. 내 생각엔 다음번에 아켈라가 사냥감을 놓치면 아마 무리는 아켈라에게서 그리고 너에게서 등을 돌릴 거야. 그들은 바위에서 회의를 소집하겠지. 그러고는..... 그러고는..... 그렇지!” 바기라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골짜기에 있는 인간의 오두막으로 얼른 내려가. 거기서 인간들이 키우는 붉은 꽃을 가져오는 거야. 때가 되면 그게 나나 발루보다, 또는 너를 사랑하는 무리의 늑대들보다 더 막강한 친구가 될 거야. 붉은 꽃을 구해 와.”

바기라가 말하는 붉은 꽃은 불이었다. 정글의 어떤 동물도 불을 적절한 이름으로 부르지 못할 터였다. 맹수들은 모두 죽도록 불을 무서워하면서 그것을 묘사하는 온갖 방식을 지어낸다.

“붉은 꽃?” 모글리가 되물었다. “땅거미가 질 때 인간의 오두막 바깥에서 자라는 거 말이죠? 가져올게요.”

“인간의 아이라 다르긴 다르구나.” 바기라가 자랑스레 말했다. “그것은 작은 단지 안에서 자란다는 걸 명심해. 하나만 재빨리 구해다가 필요할 때를 위해 잘 지켜라.”          (P27)      

여기서 소개하는 이야기는 모글리가 시오니 늑대 무리에서 쫓겨나기 얼마 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 무렵 발루는 모글리에게 정글의 법칙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몸집이 크고 진지한 그 늙은 갈색 곰은 이토록 영특한 제자가 생겨서 기뻤다. 어린 늑대들은 기껏해야 자기 무리나 부족에서 써먹을 정도까지만 정글의 법칙을 배우려 했고, 다음과 같은 사냥 노래를 외울 수 있게 되는 즉시 달아나 버렸기 때문이다. “소리 없는 발걸음, 어둠 속을 보는 눈, 굴속에서도 바람 소리를 듣는 귀, 하얗고 날카로운 이빨, 이 모든 것이 우리 형제들의 표식이지만, 혐오스러운 타바키와 하이에나는 예외라네.”  

그러나 인간의 새끼 모글리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흑표범 바기라는 자기의 귀염둥이가 잘 배우는지 보려고 어슬렁거리며 정글을 헤치고 가끔씩 찾아왔다. 모글리가 발루 앞에서 그날 배운 내용을 낭송하는 동안 바기라는 나무에 머리를 기대고 만족스레 가르랑거렸다.                 (P42)    

   

“잘 들어, 인간의 아이야.” 곰이 무더운 밤의 천둥처럼 우르릉거리며 말했다. “난 너에게 모든 정글 부족들의 법칙을 전부 가르쳤다. 나무에 사는 원숭이 부족의 법칙을 빼고 말이야. 그들에겐 법이라고는 없으니까. 그들은 추방자야. 그들은 자기 언어가 없어. 저 위 나뭇가지에서 귀 기울이고 엿보고 기다리면서 엿들은 훔친 언어를 쓰지. 그들의 방식은 우리 방식과 달라. 그들은 지도자가 없는 부족이야. 기억력도 아예 없어. 거들먹거리고 수다를 떨며 정글에서 위대한 일을 할 위대한 부족인 척 하다가도 개암 열매 하나만 떨어지면 깔깔 웃고는 모든 것을 잊어 버리지. 정글 부족인 우리는 그들과 결코 상종하지 않아. 우리는 원숭이가 물을 마시는 곳에서는 물도 마시지 않지. 원숭이가 가는 곳에는 가지 않고, 원숭이가 사냥하는 곳에선 사냥하지 않고, 원숭이가 죽는 곳에선 죽지 않지. 이날 이때까지 내가 반다르 로그 얘길 하는 걸 들은 적 있어?”

“아뇨.” 모글리가 소곤거리듯이 대답했다. 발루가 말을 마친 지금 숲속이 무척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P48)      

언덕 꼭대기에는 지붕이 없는 거대한 궁전이 서 있었다. 안마당의 대리석과 연못은 쪼개져서 울긋불긋 얼룩이 져 있었고, 왕의 코끼리들이 살았던 마당의 작은 자갈들은 그 아래 풀과 어린 나무들이 자라면서 들어 올려진 채 흩어져 있었다. 그 궁전에서 내다보이는 집들은 지붕 없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 마치 어둠이 채워진 텅 빈 벌집 같았다. 네 개의 도로가 만나는 광장에 서 있던 석상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돌덩이로 변해 있었고, 거리거리의 모퉁이에 있는 크고 작은 구덩이들은 한때 그곳이 공공 우물이었음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부서진 돔 지붕을 이고 있는 사원의 양쪽으로는 야생 무화과나무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원숭이들은 그곳을 자기들의 도시라고 불렀고, 숲속에 사는 정글 부족을 업신여기며 허세를 부렸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그곳의 건물들이 무슨 목적으로 지어졌는지, 그리고 그 건물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들은 왕의 회의실이던 홀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몸을 긁으며 벼룩을 잡거나 인간 흉내를 냈다. 아니면 지붕 없는 집들을 들락날락하며 석고 조각이나 낡은 벽돌 조각을 가져와 한구석에 모아 두곤 했는데, 그것들을 어디다 숨겨 두었는지 잊어버리고는 떼를 지어 서로 고함을 지르며 멱살잡이를 하다가도 느닷없이 장난을 쳤고, 왕의 정원에 있는 테라스로 내려가 소일거리로 장미나무와 오렌지나무를 흔들고는 떨어지는 과일과 꽃을 구경하곤 했다. 그들은 궁전에 있는 복도와 어두운 통로들, 수백 개나 되는 작고 컴컴한 방들을 죄다 들쑤시고 다녔다. 하지만 자기들이 무엇을 보았고 무엇은 보지 않았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해서, 한 마리씩 두 마리씩, 또는 무리지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서로 자기들이 인간이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P64-65)     

“발루가 반다르 로그에 관해 했던 말은 전부 사실이었어.” 모글리는 혼자 생각했다. “이들에겐 법칙도 없고, 사냥 외침도 없고, 지도자도 없어, 그저 바보 같은 말과 훔치고 도둑질하는 작은 손뿐이야. 그러니 내가 여기서 굶어 죽거나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전부 다 내 탓이야. 그래도 우리 정글로 돌아가려고 애써 봐야지. 분명 발루가 나를 때리겠지만, 반다르 로그와 어울려 바보 같은 장미 이파리를 찾아다니느니 차라리 그게 나아.”

하지만 모글리가 성벽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마자 원숭이들이 그를 잡아끌면서, 모글리에게 네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느냐며 나무라고, 고마워해야 한다면 그를 꼬집었다.        (P67)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 발루가 말했다. “우린 인간의 새끼를 다시 찾았잖아.”

“맞아, 하지만 모글리, 우리는 정말 많은 시간을 써야 했어. 즐겁게 사냥하며 보냈을 시간에 다치고, 털이 뽑히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등에 있는 털이 절반은 뽑혔지 뭐야. 무엇보다 체면이 깎였지, 잊지 마라 모글리. 왜냐하면 나, 이 흑표범이 어쩔 수 없이 카에게 보호를 요청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발루와 나 둘 다 그 굶주림의 춤에 어린 새처럼 멍청하게 넘어가고 말았어. 이 모든 게 네가 반다르 로그 족과 놀면서 생긴 일이야.”

“맞아요. 그건 사실이에요.” 모글리가 풀이 죽어서 말했다. “나는 못된 인간의 새끼예요. 그런데 내 뱃속이 몹시 슬퍼하고 있어요.”

“흥! 정글의 법칙에 뭐락 되어 있지, 발루?”

발루는 더 이상 모글리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정글의 법칙을 멋대로 바꿀 수는 없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슬픔은 결코 처벌을 막지 못한다. 하지만 바기라, 모글리가 아주 어리다는 걸 잊지 마.”         (P80)  

   

사제는 몸집이 크고 뚱뚱한 남자였는데, 흰옷 차림에 이마에는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사제가 문으로 다가왔다. 그 뒤로 적어도 1백 명은 되는 사람들이 나와서 모글리를 바라보고 떠들고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인간 부족은 예외라곤 모르네.” 모글리는 혼잣말을 했다. “회색 원숭이들이나 이들처럼 행동할 거야.” 그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사람들을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뭐가 두렵습니까?” 사제가 말했다. “저 아이의 팔다리에 난 흉터를 보세요. 저것은 늑대한테 물린 자국입니다. 저 아이는 정글에서 도망친 늑대 아이일 뿐이에요.”

물론, 새끼 늑대들이 함께 놀다가 종종 의도치 않게 모글리를 세게 깨문 적이 있었고, 그의 팔다리 곳곳에 하얀 흉터가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모글리는 절대 그런 것을 두고 물렸다고 말할 생각이 없었다. 진짜로 물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P86-87)   

  

<내 목숨을 구해 준 황소를 걸고 말하지만, 이렇게 떠드는 건 늑대 무리가 새끼를 살펴보는 것과 비슷하군!> 모글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 내가 인간이라면, 인간이 되어야겠지.>

사람들이 흩어지고 여자는 모글리에게 자기 오두막으로 가자고 손짓했다. 여자의 오두막에는 붉은 옻칠을 한 침대, 흙으로 만들어 신기한 무늬를 볼록하게 붙여 놓은 커다란 곡식 궤짝, 구리로 된 냄비 대여섯 개, 힌두 신상(神像) 하나가 놓인 작은 벽감이 있었고, 벽에는 시골 장터에서 파는 것 같은 진짜 거울이 걸려 있었다.               (P88)       


결국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인간이 인간의 말을 모른다면, 인간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금의 나는 정글에서 우리와 함께 있는 인간처럼 바보 같고 말도 못하잖아. 우선 이들의 말부터 배워야겠어.”

모글리가 늑대들과 지내며 정글에서 수사슴이 덤비려 할 때 내는 소리나 어린 멧돼지의 꿀꿀거림을 흉내 내는 법을 배운 것은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메수아가 낱말 하나를 발음하자마자 모글리는 거의 완벽하게 흉내 냈고, 날이 저물기 전에는 오두막 안 많은 사물의 이름을 배울 수 있었다.                      (P89)      

달이 막 기울기 시작했을 때 모글리와 두 늑대는 회의 바위가 있는 언덕에 도착해서 어미 늑대의 굴 앞에 멈춰 섰다. “엄마, 인간들이 무리에서 나를 쫓아냈어요. 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어 칸의 가죽을 가져왔어요.” 모글리가 소리쳤다. 엄마 늑대가 새끼들을 뒤에 달고서 꼿꼿하게 걸어 나왔고, 호랑이 가죽을 보자 눈을 빛냈다. 

“그가 네 목숨을 노리고 이 굴에 머리와 어깨를 들이밀던 날, 내가 장담했단다. 작은 개구리야. 사냥꾼은 사냥을 당할 거라고 말이다. 잘했다.”

“작은 형제, 잘했어.” 덤불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없어서 정글에서 외로웠어.” 바기라가 맨발의 모글리에게 달려왔다. 그들은 함께 회의 바위에 기어 올라갔다. 모글리는 옛날 아켈라가 앉곤 하던 평평한 바위 위에 호랑이 가죽을 펼쳐 놓고, 대나무 조각 네 개로 고정시켰다. 아켈라는 그 가죽 위에 몸을 엎드리고는 회의를 소집하던 예의 외침 소리를 냈다. “보시오, 똑똑히 보시오. 늑대들이여!” 모글리가 처음 그곳에 왔을 때 냈던 바로 그 외침이었다.           (P110)  

    

“잘 보시오, 늑대들이여. 내가 약속을 지켰습니까?” 노래를 마친 후 모글 리가 물었다. 늑대들이 짖었다. “그렇다.” 그리고 털이 너덜너덜해진 한 늑대가 울부짖었다.

“다시 우리를 이끌어 주시오. 아켈라여. 다시 우리를 이끌어 주시오. 인간의 아이여. 이 무법의 상태는 이제 지긋지긋하오. 우리는 다시 한번 자유 부족이 되겠소.”

“안 될 말이지.” 바기라가 그르렁거렸다. “그렇게는 안 될거요. 배가 부르면 다시 광기가 당신들을 덮칠 테니까. 자유의 부족이란 이름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자유를 위해 싸우시오. 그러면 자유를 얻을 것이오. 빌어먹을 늑대 들 같으니.”

“인간 무리와 늑대 무리는 나를 쫓아냈다.” 모글리가 말했다. “앞으로 나는 정글에서 혼자 사냥할 것이다.”

“우리가 너와 함께 사냥할 거야.” 네 마리 새끼 늑대가 말했다.

그렇게 해서 모글리는 그날부터 그곳을 떠나 정글에서 네 마리 새끼 늑대와 함께 사냥했다.           (P111)       

소설 <정글북>은 늑대 소년 모글리 이야기 세 편과 나머지 동물 이야기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편의 모글리 이야기(모글리의 형제들, 카의 사냥, 호랑이다! 호랑이!) 외에 다른 네 개의 단편들에는 하얀 물개 코틱, 몽구스 리키 티키 타비, 코끼리 칼라 나그, 캠프 동물들 이야기이다. 그 외 키플링의 대표작으로는 소설집 <킴>(1901), 단편 <왕이 된 사내>(1888), 시 <궁가 딘>(1890), <만달레이>(1888)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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