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사진의 역할
기록으로서의 사진의 역할과 예술작품으로서의 사진의 역할, 광고나 홍보로서의 사진의 역할은 다르겠지만, 사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본다. 나의 사진은 어떤 역할을 가지는가. 사진은 카메라와 렌즈로 찍는 기능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진이란 도구를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라는 기능적인 면 이전에, 사진찍는 이가 어떤 의도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또한 중요하다. 문학하는 사람은 연필로, 그림하는 사람은 붓으로, 사진하는 사람은 사진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진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될 때도 있다. 단지 취미로 시작한 사진은 카메라의 종류별로 수집하는 수집가에서, 기계적인 취미에서 시작하여 기계적인 매커니즘은 나의 예술작품의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진기술은 영감(inspiration)이나 비전(vision) 그리고 메시지(message)를 위해서 나는 어떤 고민을 했는지 되집어 본다. 노출을 자동으로 처리해주고, 초점을 맞추는 것도 자동촛점으로 기계적인 발전은 더욱더 이러한 고민들을 확장시켜주고, 나의 사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발전하게 된다.
훌륭한 카메라는 이제 훌륭한 사진의 필수조건이 아니다. 어떤 카메라로 촬영을 하든, 어떤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든 이제 중요한 것은 사진이 자신에게서 어떤 의미로 작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진짜 사진은 무언가(느낌feeling)를 말하는 것이고,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는 가에 달려 있을지 모르겠다. 기술은 모든 것이 아니고 궁극적인 목적도 아니다(Technique is not the Be-all and End-all). 메시지보다는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고자하는 사진가도 있다. 캐나다 사진가 조쉬 화이트(Josh White)는 자신의 느낌(Feeling)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느낌, 또는 아무 이유없이 사진을 찍고 싶을 때, 그 순간을 포착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사진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닐수 있다. 사진은 단지 사진가의 감정을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무엇을 말해야 하고 어떻게 말해야 하나?(What do you have to say and How would you say it?)
1990년 11월 4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최민식 선생의 글을 보자. “.... 우리 사진계에서 오늘날 판을 치고 있는 것이 형식미인 겉치장인데 그곳에서 민중의 고뇌와 아픔을 추구하는 나의 사진이 환영받을리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빈부차와 부조리, 특히 도시빈민 농촌문제등 사회적 고뇌를 예술적 진실로 묘사하는 사진의 사상을 찾는 일은 이 시대를 사는 예술가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현실은 소외된 삶을 다룬 사진, 즉 빈민 노동 농촌 현실 공해등을 다룬 것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 사진은 거의 볼수 없었다. 내용없이 장식하거나 미화시키는 사진,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로 삶을 멀리하는 것만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거지라고 부르지 말자. 이 사회에서 소외된 그들이 단순히 행색이 초라하고 가진게 없다고 해서 거지라고 불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들의 가난과 고통은 오히려 정부를 비롯해서 사회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진의 사회적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사진은 사진 그 자체로 말할 뿐이다. 나는 호화주택에서 밀수보석으로 사치스럽게 사는 자들보다 가난한 자의 행복만큼 진실한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의 사진은 모든 가난한 사람들의 무한한 행복을 위하여 바쳐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진은 관념이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다. 그릇된 권위에 대한 도전이며 인간 사회의 창조에 보탬이 될 때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나의 사진에 부여된 사명의 하나가 진실과 사랑임을 명심하고 있다. 내 한 사람의 행복보다 가난한 이웃과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 의미있는 삶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가난’은 나에게 주어진 영원한 주제가 되었다. 진실은 위대하다. 거기에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고 억압과 거짓의 신전을 무너뜨리는 강한 힘이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피폐한 우리의 농촌과 도시빈민, 시들어가는 어촌, 공해등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나의 사진 작업은 심장의 고동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쉼없이 계속될 것이다...” 최민식선생의 글을 보면 그의 사진관과 사진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의미의 사진을 찍고 있으며, 나의 사진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사진의 놀라운 힘은 모든 이들에게 번역할 필요도 없이 곧 바로 전달된다는데 있다. 사진은 인간 존엄성의 가장 순수한 표현일 수 있으며, 그것의 범세계적인 언어이자 비평적 거울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진으로 보여지는 인간의 존엄성을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사회의 진보와 변화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 <World press photo This Critical Mir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