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취미와 예술
취미와 예술은 무엇인가? 나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인지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인지, 그 구분은 안되지만 뭔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력서에 보통 취미와 특기란이 있는데 지금도 무엇이 취미이고 특기인지 난감할때가 많다. 취미는 음악감상, 특기는 사진찍기라고 쓰기에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책읽기라고 쓰기에도 이상하고.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예술이고, 비전문가들이 하는 것은 취미인가? 돈이 되는 일을 하면 예술이고, 돈이 안되는 예술을 하면 취미인가? 작품을 꼭 팔아야만 예술인가? 전시장에 전시를 해야지 예술작품인가? 취미로 시작했지만, 수집광은 어느새 오타쿠[otaku, 御宅]가 되었고, 이젠 전문가가 되었으니 한 예술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취미와 예술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처음 질문하는 것은 DSLR을 사고 싶은데 어떤 기종으로 사야되느냐고 하는 질문이다. 그러면 말한다. 본인이 살수 있는 가격에 맞춰 카메라를 사시라고. 50만원대 보급형 카메라, 100만원대 중급형 카메라, 300만원 이상 고급형 카메라 종류별로 있으니 본인 부담이 가능한 카메라로 시작하시라고 말이다. 사실 카메라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중요할수도 있다. 본인이 어떤 작품을 만드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략 골라달라고 하면 난감할 때가 많다. 주제에 따라선 핸드폰으로 촬영해도 DSLR 못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핸드폰의 기능은 점점 발전한다. 똑딱이 카메라시장에도 위협적이다.
취미로서의 여행, 관광, 운동, 영화, 미술감상, 그림그리기, 사진찍기, 연극감상, 음악감상, 먹고 마시기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사진 찍는다는 것, 사진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소통의 도구로써 작용한다. 다른 시각적 이미지들처럼 말을 거는 사진은 언어의 역할을 하게 된다. 취미란 무엇인가? 과연 나의 사진은 취미생활인가? 독일 철학자 칸트는 취미를 ‘미를 판단하는 능력’이며, 그것은 대상의 표상과 우리의 주관 및 주관의 쾌, 불쾌의 감정과의 관계에 근거하는 것이고, 미적 판단은 곧 취미판단(Geschmacksurteil))이라 했다. (제롬 스톨리쯔, 미학과 비평철학, 이론과 실천 365p) 보편적으로 판단하려는 칸트 또한, 취미는 주관적이다. 좋은 취미를 가지든, 나쁜 취미를 가지든 취미는 가지가지이다. 이발소 벽면에 걸려있던 그림이나 사진, 유명한 작품의 모작이기도 한 것을 보면서, 취미에 대해 생각해보면 ‘키치(kitsch)’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B급 예술인지, 싸구려 키치인지 판단은 혼란스럽다. 움베르토 에코는 “키치는 오히려 미학적 체험이라는 외투를 걸친 채 예술이라도 되는 양 야바위치면서 전혀 이질적인 체험을 슬쩍 끼워 넣음으로써 감각을 자극하려는 목표를 정당화하려고 하는 작품”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현대사회는 취미와 키치 그리고 예술이라는 경계가 모호할지 모르겠다. 전시장에 옮겨진 변기를 뒤샹은 샘이라는 작품이라고 말하며, 오줌속의 예수를 사진작품이라 한 세라노(Andres Serrano)의 작품을 보면서 난감하게 바라보게 된다. 예술이라는 허황된 껍데기에 고도의 사기를 치는 예술가는 전문적으로 자신의 취미를 적극 발전시킨다.
다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취미를 하는 것인지, 예술을 하는 것인지? 대단한 예술작품이라도 하는 것처럼 뻐기는 사람보다는 취미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 나을지 모르겠다. 돈의 노예가 되어 예술작품이라 팔아 생계를 하기 보다는 차라리 취미로 예술활동하는게 속 편할지 모르겠다. 나는 어디에 위치해있을까. 돈 버는 것 따로 내가 하고 싶은 것 따로. 아니면 돈도 벌고 취미생활도 하고 예술활동도 하고. 어쩌면 일상이 예술이고 우리는 모두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의 작품인지 아마츄어의 작품인지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중요한 것은 예술가는 일관성있게 자신의 작업을 드러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숙고한다는 점이다. 그 노력과 에너지는 창작의 과정을 통해 예술작품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