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내 존재이유는 사진찍기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철학자들은 존재론과 인식론으로 철학적 질문을 한다. 존재론(存在論)은 사진은 무엇인가? 인식론(認識論)은 사진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라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항상 질문하며 산다. 과연 나의 행동은 올바른지 매일 질문을 하며 살지만, 그 질문은 죽을때까지 유효할지 모르겠다. 현대사회에 우리는 태어나서 사진으로 시작하여, 임종할 때 까지 사진으로 생을 마감한다. 한 사람의 인생의 모든 순간은 사진으로 기념되고, 사진으로 기억을 남긴다. 우리는 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으로 가득한 세상, 우리는 사진으로 소통한다. 나라가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사진은 만국 공통언어이고, 사진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의 수단이기도 하다. “나는 책에 둘러싸여서 인생의 첫걸음을 내디뎠으며, 죽을 때도 필경 그렇게 되리라.” 《말》, 사르트르, 민음사, 45P
사진가는 어떤 존재자인가? 사진을 창조하는 작가인지, 지각한 현실을 기록, 전달하는 사람인지, 한 사진가는 무엇을 재현하고자 사진을 찍고 있는지, 카메라를 둘러메고 여기저기 넋이 빠지게 찍어대는 사진 우리는 무엇을 사진찍고 있는 것일까.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어떤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일까. 거리의 사진가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서 존재한다. 나또한 사진을 찍는 행위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 무언가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현실에 저항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서 나의 존재의미를 느끼곤 한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 내가 무언가 해야할 일일 있고, 그 일을 행동에 옮기는 것, 그것이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괴롭고 힘들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이 나의 존재이며 나를 의미해주며, 그것이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사진을 찍으면서 나의 삶을 사유한다. “나는 오직 글쓰기를 위해서 존재했으며, ‘나’라는 말은 ‘글을 쓰는 나’를 의미할 따름이었다. 그런들 어떠랴, 나는 기쁨을 알았다.” 《말》, 사르트르, 민음사, 166P
나의 재능은 있는 것일까?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사람은 그 재능을 뽐낸다. 자신의 스타일을 사진에 만들어내고, 일정부분 감각이 있는 사진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런 사진적인 감각도 사실 그를 사진가로서 재주를 부리지만, 진정성있는 사진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유와 인내가 필요하다. 남들과 다른 시각, 남들과 다른 전시를 기획하는 것, 돈으로 처 발린 사진전, 그리고 대형으로 뽑은 사진, 비싼 돈을 들여 프린트한 사진들. 타고난 천재가 아닌 노력에 의한 땀의 결실은 다르다. 그 땀의 결과가 그리 재능이 없을지라도 그 과정은 참 중요할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 과정이 없다면, 누구도 그의 사진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선택되고 지명되었지만 재주가 없는 인간이다. 그러니 모든 성공이 나의 기나긴 인내와 불행으로부터 태어나리라. 나는 내게 아무런 특성이 없다고 다짐했다. 특성이라는 것은 도리어 사람을 옹졸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말》, 사르트르, 민음사, 201P
일기는 한 줄이라도 매일 쓰는 것이 일기다. 그런 일기를 그림이 되었든 사진이 되었든 나는 사진일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성실하게 매일 쓰다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일신우일신이란 말처럼, 매일 매일 보다보면 새로운 상황을 맞는다. 때론 무력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때론 공격적으로 반응하기도 하지만, 매일 매일 사진을 찍다보면 내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지만, 일상에서 어떤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철학적인 행위이다. 그만큼 사진을 찍는 순간은 철학적 단편의 순간이다. “한 줄이라도 쓰지 않은 날은 없도다.” “이것이 내 습성이요 또 내 본업이다. 오랫동안 나는 펜을 검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나는 우리들의 무력함을 알고 있다. 그런들 어떠하랴. 나는 책을 쓰고 또 앞으로도 쓸 것이다. 쓸 필요가 있다. 그래도 무슨 소용이 될 터이니까 말이다. 교양은 아무것도, 또 그 누구도 구출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산물이다.” 《말》, 사르트르, 민음사, 27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