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모뉴먼트와 사진
태어나서 백일, 돌사진, 그리고 입학과 졸업사진, 생을 마감할때는 영정사진으로 우리의 인생은 사진으로 시작하여 사진으로 끝이 난다. 사진으로 모든 순간들은 기억되고, 그 기억을 기념한다. 남녀가 만난지 백일이다, 우리는 생일과 그많은 기념일을 챙기고, 기념일을 자축한다. 기념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의미 없는 모뉴먼트(monument)는 존재할까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두며 순간을 기념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지 그것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그 기념에 대해 어디까지 의미를 두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사진가는 순간을 기념하고자 카메라를 든다. 풍경사진이든 인물사진이든 사진가는 자신의 사진으로 순간을 기념하고자 찍고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 ‘암살’의 독립군의 거사전 찍은 기념사진이라든지, 영화 ‘ing’에서 시한부 삶의 주인공 민아가 자신의 죽음을 알기 직전에 찍은 기념사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흔적(=영정사진)의 마지막 기념사진은 사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 기억을 사진이라는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은 이미지로 기억하게 만든다. 87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이한열 열사의 사진은 그 대표적인 사진 이미지일 것이다. 그 곳에 있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사진은 기억의 매체로서 남게 만든다. 마치 내가 그곳에 있었던 것과 같이.
거리에는 많은 기념물, 상징적인 대상물들이 있다. 한 예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이순신 장군상이나 세종대왕상 동상이 있다. 사회는 그들을 기리고 기념하기 위해서 놓여져 있다. 일상 속 모뉴먼트는 어떤 특정한 장소에 있음을 통해 그 의미를 강화시킨다. 거기 있음은 어떤 의미를 강화시키는 것일까? 우리는 시간과 장소를 통해서 수많은 의미를 기념한다. 역사사회적으로 기억되어야 할 의미를 우리는 기념물이란 형태로 남기게 되고, 사진이라는 것도 기억되어야 할 순간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같을 것이다. 기념물의 의미는 역사속에서 변화하고 그 의미또한 사회적으로 바뀔 것이다. 사진가는 수많은 대상중에서 한 대상을 선택하고 그 의미를 기념한다. 독일의 베허부부(Bernd and Hilla Becher)의 사진은 가스탱크, 냉각탑, 열두개의 급수탑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 부부 사진가는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진 건축물중 사라질지 모르는 구조물에 관심을 가지고 기록하였다. 이 대상물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모뉴먼트로서의 기능과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의 기념, 앗제가 기록한 파리의 풍경 또한 파리 거리에 대한 향수, 이 모든 것들이 기념이 아닐까하고.
동상이라는 기념물의 의미 말고도 우리는 여행이나 관광지에 가면 기념사진을 찍는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결혼식 원판 사진을 찍음으로서 내가 결혼식에 참석했다는 인증샷을 찍게 된다. 여행에서도 남는 건 사진뿐이고, 내가 그곳에 갔다라는 인증샷을 찍게 된다. 사진은 ‘거기있음’과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자신이 그 장소에 ‘거기있음’을 말하며, 자신에게는 그 장소를 다녀갔다는 것을 기념하고 타인에게는 그 장소에 ‘거기있음’을 인정해달라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할 것이다. 제3자인 타인은 그 당사자(사진을 찍은 이)의 ‘거기있음’과 존재를 알게 모르게 훔쳐보는 상황인 셈이다. 마틴 파(Martin Parr)의 관광사진은 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유명 관광지 앞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의 뒤에서 찍은 사진(파르테논 신전 앞에서)을 보면 그의 사진은 기념사진에 대한 의문을 질문한다. 그 연장선에서 그의 작업 ‘자화상 시리즈’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사진관에서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되어 사진을 찍는다. 그는 자신이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에 관하여 질문한다. 그것은 사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마틴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