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사진가와 대상
David Thomas는 “사진은 두 가지 개념에 의해 존재의미를 부여받는다고 한다. 하나는 사진을 창조하는 작가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이 현실의 대상과 갖는 인과적 관계이다”1)라고 말한다. 사진가를 주체로 본다면 사진에 찍혀진 대상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피사체가 된다. 이 피사체인 대상과의 관계는 사진가인 주체와 모델이 객체와의 관계속에서 사진이 만들어진다. 많은 철학가들은 주체와 대상사이의 관계에서도 이야기한다. 그중 현상학은 대상을 향해 있는 의식으로서 대상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을 촬영하는 주체는 관찰자인 동시에 대상에게 있어서 타자이기도 하다. 사진가는 관찰자인 동시에 이방인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카메라의 시선은 어떠한가? 비참한 일상에 찌든 사람들이나 자신과는 현저하게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찍다보면 누구나 그들과 다른 나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광경을 목격하는 이방인의 시선을 감내한다는 것은 힘이 들기 때문이다. 평정심을 가지고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좋은 사진가가 갖추어야 할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연민을 가진다는 것은 내공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형식적 순수성이 아니라 도덕적 순수성을 가질려면 그러할 것이다. 왜냐하면 형식적 순수함은 코스프레된 연예인이나, 가면에 덧 씌워진 얼굴로 얼마든지 쉽게 포장되고 만들어진다.
1) Thomas. D. (1998): From the photograph to postphotographic practice: Toward a postoptical ecology of the eyes.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누군가와 공감하는 것이며, 그 누군가에 대한 배려다”(낸 골딘), “한 장의 사진에는 마음을 일깨우는 힘이 있다.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이세상 모든 사람이 서로 배려하고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날이 오기를... 그것이 내가 사진 찍는 이유다”(최민식) 낸 골딘과 최민식은 사진가가 대상을 촬영함에 있어서 대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말한다. 그들은 대상에 마주하고 있는 사진가의 배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주체인 사진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사르트르는 작가의 글쓰기를 ‘대자-즉자’의 결합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내 앞에 존재하는 대상은 나와는 다른 존재 즉자(卽自)적 존재이며, 나와의 관계에 따라서 관계맺어지는 대자(對自)적 존재이기도 하다.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사물인 경우, 우리는 오브제(object)로 이해되어진다. 사람이 감각을 통해 인식할수 있는 물건, 객체인 오브제는 사람의 인식하는 대상이 된다. 이들의 존재는 그 자체이지만, 사진가에 의해 의도되어지고 의미지어진다. 사진은 이미 존재하는 사물을 발견하는 “발견된” 오브제를 촬영하고 그것은 사진가에 의해서 재해석되고 재인식되어진다.
필립 뒤봐(Philippe Dubois)가 보기에 대상의 흔적인 사진은 대상의 존재를 증명한다. 하지만 뒤부아는 대상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과 사진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사진 매체의 윤리학, 기호의 미학, P85> 사진의 지표성과 의미의 문제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사진의 대상은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안다는 것은, 대상을 보고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진의 담겨진 대상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대상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인식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본 시각 이미지를 통해서 대상은 전달되어지고 부연설명을 통해서 인지하게 된다. 우리가 ‘보게 된 것’인 대상이 무엇인지, 우리가 사진을 통해서 무엇을 알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뒤바는 그의 저서 <사진적 행위>에서 “사진으로 찍는 것, 그것은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이다.”라는 드니 로슈(Denis Roche)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진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사진에서 이미지를 존재하게 하는 행위 밖에서는 더 이상 그 이미지를 생각할 수 없다.” 즉 사진은 이미지인 동시에 이미지-행위(image-acte)까지도 포함한다. 또한 사진은 “대상의 인화물이기도 하지만 이미지의 상황과 그것을 있게 한 원인 밖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무엇”이다. 뒤봐는 실재의 거울로서의 사진(모방적 담론), 실재의 변형으로서의 사진(코드와 해체의 담론), 실재의 자국으로서의 사진(인덱스와 지시의 담론)을 설명한다. 우리에게 대상은 어떻게 이해되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