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TC-학교 상담
작년 8월 5일 이곳 광저우 티엔허 (广州天河)에 왔으니 다음 달 5일이면 벌써 여기 온 지 8개월이 되어 간다.
연일 40도가 넘는 한 여름에 와서 처음에는 습기와 더위. 소음 때문에 지옥 체험을 하러 온 듯했다. 제습기를 틀어두면 방마다 매일 물이 한통 가득이었다. 모든 것에서 양고기 집에서 나는 듯한 독특한 열대 향료 냄새와 남자들 특히 택배원들 (快递)의 쉰 땀냄새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다 10 월부터는 비도 적게 오고 제법 시원한 바람도 불어 주었고 한국에서 맹추위가 기승을 떨어 되어도 여긴 늘 비현실적일 정도로 화려한 꽃들이 계속 피었다.
열대 우림 속 나무같이 키 큰 아파트 나무들이 비 올 때마다 어딘지 모를 곳에 숨어서 끝없이 밀려오는 적군 같이 지겨웠는데, 가을이 되니 키다리 장병 같이 멋져 보였다.
적응하기만 하면 어딘들 살만한 법.
어제(3월 26일)는 아이들 학교 부모상담 다녀왔다. 아이들은 이곳 영국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지난해 8월 21일, 1학기를 시작했고, 올해 1월 초 2학기 시작, 4월부턴 3학기가 시작된다.
매 학기 끝날 즈음에 부모 상담이 있다. 상담은 이틀에 걸쳐서 진행되는 데 담임과 메일로 사전 약속시간을 잡으면 된다. 큰 애 담임과의 약속 시간이 두시인데 좀 일찍 도착해서 EAL 교사부터 만났다. 1학기엔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첫날 상담을 했더니 사람들이 많아서 담당 교사들과 상담할 때 뒷사람들이 기다린다는 부담감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둘 째날이라서인지, 2학기 여서인지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우리는 여유 있게 교사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EAL-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영국·아일랜드에서 영어가 제1언어가 아닌 아동에게 가르치는 영어를 가리킴.
담임교사는 아이들 교실에서 상담을 하고 그 외 방과 후 수업 과목 교사들은 체육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EAL교사는 연신 amazing! 하면서 우리 아이가 너무 잘해 내고 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1.2.3.4.5. 단계에서 가장 높은 5단계라고 했다. 아이가 할머니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서. 나에게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했다.
그동안의 모든 수고를 보상받은 듯했다.
중국어 교사를 만났을 때도 너무 잘하고 있다면서 할머니가 숙제를 도와준다고 아이가 말했다고 하셨다.
나도 중국어 배운 지 몇 달 안 된다.
같이 공부하고 있으면서 숙제를 도와주니 부족한 게 많다고 했더니 놀라워하셨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준다.
한국에서 살 때 문화 센터 다니면서 영어, 중국어, 요리 등.
이것저것 배워 두었던 것이 이곳에 와서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이야.
체육 선생님과도 이야기했는데 적극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했고.
음악 교사는 지금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는데 잘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assembly 가 있을 거라고 했다.
이 학교에서는 주제별로 수업을 한 후 한 학기 가 끝나거나 그 주제가 끝나면 학부모를 불러 모아서 보여 주거나 공연을 하고 있다.
그런 퍼포먼스를 이 학교에선 assembly라고 한다.
그곳에서 아이들 공연도 보고 아이들이 직접 자기 작품과 다른 아이들의 작품을 부모들에게 설명한다. 그 속에서 부모들은 내 아이들과 친한 아이가 어떤 아이 인지 볼 수 있고, 아이들의 부모들과도 친교를 나누기도 한다.
큰 애와 작은 애 캠퍼스가 달라서 큰 아이 상담을 마치고 작은 애 캠퍼스로 가서 담임과 EAL교사와 상담을 했다. 우리 작은 아이도 너무나 잘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수학이 우수하다고 했고.
아이들이 작년 8월에 왔을 때는 간단한 인사말도 못하고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한 것을 교사들은 다 알고 있다.
1학년이 끝나는 6월 이면 EAL도 끝내도 되겠다고 했다. 큰 아이는 사실 진작에 EAL과정이 끝났는데 담임의 배려로 컴퓨터 수업 때 일찍 끝내고 EAL수업을 받도록 배려해 준 것이었다.
수업은 현재 교실에서 공부하는 주제를 보완하기 때문에 아이가 교실 수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EAL과정을 끝내야 바이올린이나 중국어. 피아노 등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을 마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자난 해 9월 초 처음 왔을 때, 말도, 글자도 안 되어 ㅡ난 바보야 ㅡ 하면서 울면서 학교 가기 싫어했던 아이들이었다.
딸도 나도 국제 학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고, 막연하게 아직 어리니 금방 적응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천만의 만만의 콩떡이었다.
우리보다 2년 전에 온 아이들도 아직 EAL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많이 봤을 때,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대견하다.
이곳 학원비와 개인 과외비는 한국에서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비싸고 한국처럼 차량 지원 안 되어 부모들이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한다.
어떤 아이들은 국제 학교를 포기하고 광저우 한국 학교로 옮기기도 한다.
너무 기대 마세요. 재미있게 놀다 오면 된 거예요. 주변 주재원 부인들이 위로해 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될까?
영어가 안 되니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도 한국인 친구들과만 보내고 집에 와서 놀이터에서도 한국인들과만 놀뿐이다. 중국이라 하교해도 들리는 건 중국인들의 말 밖에 없으니.
울고 싶을 정도로 암담했었다.
작년 왔을 때 첫째는 만 7세 ㅡ한국에서 겨우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왔는데
영국 학교에선 3학년으로 입학했다.
한국 공부가 힘들고 외국 학교 공부는 대충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눈높이수학 했으니. 수학은 쉬울 거라 생각했고 phonics 도 좀 했으니 대충 따라가려니 생각한 것도 오산이었다.
수업 내용이 너무 어려워 한국에선 몇 학년에 하나 알아보니 수학, 과학 그대로 3학년 과정이었다. 결국 우리 큰 애는 1년 6개월 과정을 건너뛴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해 내었다.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내가 한 노력은 신사임당 상을 받아도 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고 자부한다.
그 스토리가 너무나 장황하기에 차차 정리해서 올려 보겠다.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자.
EAL 이야기였지.
이 수업은 1학기에 1인당 200만 원.
만만 찮다. 두 명이니 1200만 원.
이런 수업료는 회사에서 지원해 주지 않아 부모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딸에게 도움 이 되었다 생각하니 나 스스로도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