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안에 일어난 일들

행복론

by 납작콩

공항 주차장 길목 그늘진 곳에서 만난 녀석들이다. 배를 바짝 아스팔트 바닥에 붙이고 납작하게 앉아있다. 처음에는 두 마리 모두 바닥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가니 한 마리는 서서 친구 주변을 서성인다. 그래도 멀리 날아가지는 않는다. 다른 한 놈은 아무리 내가 가까이 가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저 자세로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라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그 자리를 지나고 한 5분 정도 후에 다시 차로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해서 봤는데 그때도 아직 그 자리에 꼭 붙어있다. 다른 한 놈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간 듯했다.


어제까지 밤새 비를 퍼붓던 하늘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맑았다. 오늘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집안에 쌓여있는 재활용 쓰레기를 마차에 싣고 일반쓰레기와 음식쓰레기를 함께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나온 순간부터 고통스럽기까지 한 뜨거운 공기를 마주하며 땀은 비 오듯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종이, 비닐, 캔을 모두 분류해서 버렸던 몇 분 사이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공항에서 보았던 그 두 마리의 비둘기 녀석들도 이 무더위에 지쳐있었던 모양이다. 사람이 곁에 와도 피하지 않고 그늘진 아스팔트를 찾아 그렇게 배를 대고 앉아서 몸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던 걸 보니, 오늘은 정말 더웠던 것 같다.


남편이 출장을 갔다가 오는 날이라서 공항에 마중을 갔다. 비행기 시간이 연착되었는지 남편은 예정된 시간보다 20여 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그사이에 나는 주차장의 차 안에서 라디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최근 사게 된 여행 관련 책이다.


며칠 전 우연히 서점에 들렀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출판기념 작가 사인회를 하고 있었다. 그 작가는 평소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였다. 정말이지 꿈만 같던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부랴부랴 책을 사 들고 사인을 받으려고 쭉 늘어선 줄의 맨 뒤에 섰다. 전체 150명만 사인을 받을 수 있다는 그 행사에서 나의 번호는 147번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아니면 그냥 서점에 들르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런 기회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기적과 같았다. 그렇게 해서 사게 된 그 책 맨 앞장에는 그 저자가 써 준 덕담이 있다. 그 덕담을 보며 그 순간의 감동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구매한 책을 오늘도 어김없이 가지고 나왔다. 남편을 기다리는 차 속에서 책을 펴고, 라디오에서 흐르는 멋스러운 음악을 들으며 읽었다. 그리고 가끔 눈을 들어 하늘을 보기도 했다. 왼쪽 하늘을 보고 있는데 창밖에 잠자리 한 마리가 내 눈높이에서 날아오다가 다른 곳으로 간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지려고 하는지 하늘도 조금씩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노을로 물들어가는 하늘과 여행책과 잠자리 한 마리.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나의 마음을 벅차게 했던 책, 음악, 자연이 있어서 행복했다. 비행기 연착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너무도 소중한 순간이었다.

KakaoTalk_20220701_231419380.jpg 차 안에서 바라보았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