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있던 화분들을 거실로 들여놓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작년 12월에 기온이 낮아지면서 실내에 두었다. 화분들에 물을 준 날을 표시하며 정기적으로 잊지 않고 물을 주었다. 난 물만 열심히 주었다. 화분 속 흙에 뿌리내리고 있는 식물들이 그 안에서 꿈틀대며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었는지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남편은 평소에 그들 하나하나를 만져주기도 하고, 잎의 건강 상태도 살피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다 오늘 남편은 나에게 꽃봉오리를 보여주었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기에 나무에서 꽃이 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렇기에 더욱 놀랐다. 그동안 소리도 내지 않고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쓴 고무나무를 애정이 어린 눈빛으로 보았다.
물을 주었을 뿐인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리도 성실히 해주는 고무나무를 보고 있으니 흐뭇했다.
오늘은 우리 식구가 모두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들이를 갔다. 저녁을 먹으러 갔던 식당에는 마치 시골 밥상에 차려진 반찬들처럼 투박하지만 맛있는 반찬들이 있었다. 마른 가지 무침, 어묵볶음, 무나물, 멸치볶음. 그리고 반찬들 중의 최고인 시원하고 적당히 익은 총각김치까지 골고루 잘 먹었다.
식사 후에 간 곳은 특별한 정원을 가진 카페다. 그 정원은 마치 캠프장을 연상할 수 있게끔 꾸며져 있었다. 넓은 정원 중앙에 있는 모닥불에서는 마시멜로와 군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게 해 두었다.
그 모닥불 주위에 우리는 모두 둘러앉아서 일단 군고구마를 장작 나무 안에 깊숙이 넣어두었다. 그리고 군고구마가 익어가는 사이에 긴 꼬치에 끼워져 있는 마시멜로를 익혀서 먹으면서 웃고 떠들며 얘기했다. 불에 익힌 마시멜로의 겉면은 바삭, 속은 촉촉한 것이 정말 달콤하고 맛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옷에 아직 베여 있는 모닥불 향을 맡았다. 그리고, 가족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마음 가득히 느낄 수 있었던 흐뭇함을 다시 한번 꺼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