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까지의 휴식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이른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다. 알람 소리를 들었지만 끄고 다시 잠이 들었던 나는 전화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전화번호는 02로 시작되는 번호였다. 보통 이렇게 시작되는 번호는 광고 전화로 인식하고 있었던 나는 의아해했다. ‘광고 전화가 이렇게 일찍 올 리가 없는데…’ 내가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전화벨 소리는 끊기고 조금 있다가 메시지 알람이 떴다. ‘무슨 일이지?’ 하며 메시지를 읽었다. 그 메시지를 읽으며 지난 토요일에 네이버로 건강검진을 예약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찍 울렸던 전화는 건강검진센터에서 온 예약확인 전화였다. 월요일 아침. 예전처럼 학교에 출근했다면 –물론 지금은 겨울방학 기간이지만-집에서 학교로 운전하고 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자고 있었다니. 많이도 바뀌어버린 나의 월요일 아침 모습을 돌아보았다. ‘예약확인 전화를 하신 분은 얼마나 일찍 출근하신 걸까?’라고 생각하며 갑자기 게으른 것 같은 나의 모습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아침을 시작으로 오늘 해야 할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 이사를 오면서 새로 했던 벽지가 지난해에도 두 번 정도 찢어져 버리더니 몇 주 전에는 거실 중앙의 벽지에도 금이 가 있었다. 그전에는 사람이 일부러 뜯지 않는 한 벽지가 스스로 찢어진 일은 없었기에 황당했다. 벽지를 담당했던 사장님께 전화해야 했다.
어젯밤에는 딸아이가 속이 안 좋다고 하더니 오늘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 아이를 위해서 미음을 끓여야 했다. 전화하셨던 친정엄마는 딸아이 얘기를 했더니 매실진액이 좋다고 하셨다. 엄마가 주셨던 매실진액을 다 써서 마트에 가서 매실진액을 사 와야 했다.
구정 때 시동생 가족들이 왔다 간 후에 작은 방 이불 정리를 하지 않고 미루었었다. 오늘은 그 이불을 정리해야 했다. 정리하다 보니 이불 옆선이 몇 군데 터져있었다. 터진 구멍이 더 커지기 전에 바느질해 두어야 했다.
집 전체 청소를 해야 했다. 화장실 청소, 빨래, 설거지, 냉장고 음식 정리, 반려견 콩이 배변 패드 정리 및 주변 청소, 쓰레기 정리 등을 해야 했다.
그 밖에도 여러 잡다한 일들을 많이도 했다.
오늘은 이러한 많은 일에 떠밀려 신체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지쳐서 기진맥진했다.
글을 쓰는 이 시간 드디어 라벤더 차의 진한 향을 맡으며 피아노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