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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Jan 31. 2023

부드럽다.

저녁 식사 후에 영화를 한 편 봤다. 영화는 암 투병을 하고 있던 여인의 삶을 다룬 영화다. 그 여인은 아내이며 엄마이다. 앞으로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며 그 여인은 자신의 아이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그들을 향한 진심을, 사랑을 매 순간 전한다.      


지인들이 준비한 무대에서 그녀는 그러한 자신의 진심이 그대로 표현된 노래를 부른다. 그녀의 시선은 관중석 중앙에 앉아 있는 딸아이에게 집중되어 있다. 노래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남편은 관중석 옆 통로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사진을 찍어준다. 마치 수돗물을 틀어놓은 것처럼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흐른다.      


나도 그 순간 같이 울었다. 꽤 오래 눈물을 흘렸다.     


겨울이 되면서 피부가 쉽게 건조해진다. 건조해지는 건 나의 피부만이 아닌 것 같다. 내 감정도 건조해져서 경직되어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내가 진짜 내가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주위의 기대에 따라서만 반응하곤 한다.      


오늘은 유난히 그런 나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얘기하다가도 다른 사람과 통화할 때면 너무 지나치게 조용해지는 나의 목소리를 나 자신이 듣게 되었다. ‘나는 왜 이러는 것일까?’ ‘좀 더 자신감 있으면 안 되는 것인가?’ 목소리가 작아지니 덩달아 자신감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내가 답답하고 싫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오늘 유난히 위축되고 건조해져 있던 감정으로 본 영화 한 편은 나에게 단비 같았다. 마른땅에 비가 와 촉촉해지듯이, 영화를 보며 흘린 눈물로 나의 감정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눈물을 흘리고 나서 훨씬 마음의 긴장이 풀렸고 자신감도 회복되는 것 같다. 요즘 눈물이 많아지긴 했지만, 오늘은 눈물이 정말 필요했던 것 같다.      


눈물, 고마운 친구.      


글을 쓰다 보니 왠지 나의 감정이 건조해질 때의 해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알면 이미 반은 된 것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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