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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Feb 01. 2023

두렵다.

땅거미가 진 후 딸과 거리를 걸었다. 걷다가 광장 한쪽에 하얀 불빛들을 보고 가까이 갔다. ‘마치 별이 떨어져 있는 것 같아.’라는 딸의 말에 감성이 더 풍부해졌다. 하얀 불빛들은 땅속에 고정해 놓은 조그마한 조명들에서 비추어진 불빛이었다.      


밝은 불빛이 더 예쁘고 황홀했던 이유는 이미 주변이 어두워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인생길도 그런 것일까? 내가 감당해야 하는 아픔이 더 크면 클수록 내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 감사도 더 클 수 있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서 주위 사람들은 ‘내려놓음’의 진리를 깨닫는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내 계획과 욕심의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내려놓아야 할 분량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신께 원망하기도 했고 지금도 아직 나를 향한 신의 뜻을 찾는 중이다.     


평소에는 나에게 그렇게 강한 감정이 찾아오지 않는다.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을 때 느끼는 기쁨이라는 감정도 잔잔하게 마음을 채우곤 한다. 그러나 가끔 가지게 되는 두려움의 감정은 꽤 오래 지속되면서 나를 괴롭게 하곤 한다.      


유선경은 ‘감정 어휘’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무엇이 두렵냐고 물으면 그 실체를 답할 것이다. … 두려움을 없애려면 무섭고 불안한 그것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가끔 엄습해 오는 내 안의 두려움의 실체를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 분명히 알고 있다.     


나는 이 두려움의 실체를 회피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피하기보다는 대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도 이 두려움으로 마음이 힘들었지만, 글을 쓰며 두려움의 감정을 꺼내 보니 그래도 다뤄볼 만한 감정인 것 같아서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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