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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Feb 10. 2023

후련하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들다. 각종 시험 응시를 위한 원서접수, 학교 입학을 위한 원서접수, 취업을 위한 서류 접수, 기숙사 지원을 위한 온라인 접수, 수강 신청…. 내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많은 접수와 신청들. 정해진 마감 시간에 대해 나는 특히나 더 긴장하고 그 기한을 놓칠까 봐 불안해한다. 그런데 만약 기한 내에 해야 하는 일들 여러 가지가 내 앞에 놓여있을 때는 신경이 매우 예민해져 있다.    

  

제 작년 어느 때인가 중요하게 기한을 지켜서 해야 하는 일이 유난히 많았던 때였다. 그때 나의 곁에 항상 있던 것이 있다. 다이어리다.      


매년 새해가 시작되기 전 연말에는 서점에 진열된 새해 다이어리들을 보는 재미에 흠뻑 빠지곤 한다. 갖가지 종류와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보고 사는 일은 매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남들 하는 것처럼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고 덩달아 내 삶도 멋있게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하곤 했었다. 그러한 다짐은 며칠 가지 못하고 빈 다이어리로 남겨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제 작년 그 어느 때부터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의 타임라인이 너무 중요해져서 필사적으로 적기 시작했다. 예쁜 것도 필요 없었다. 그저 날짜별로 구분된 빈칸에 그날그날 꼭 잊지 말고 해야 할 일을 열심히 적으며 여러 정해진 마감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다이어리에 적기 전에는 내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일의 목록과 마감 기한이 뱅뱅 맴돌며 나를 몹시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머릿속의 복잡한 일들을 다이어리에 적어 놓으니 내 머릿속은 무언가 후련해지는 듯했다.      


마치 내 무거운 짐을 맡아주는 든든한 벗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때부터는 연말에 주저함이 없이 내가 항상 쓰던 형식의 다이어리를 구매한다.      


어쩌다 보니, 다이어리 얘기를 하게 되었다. 사실, 1월 말부터 2월에 걸쳐서는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 아이들 일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나의 일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기한 내에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번에는 기한을 놓치는 일이 있어 당황하기도 하고 더 좋은 대안을 찾게 되어 감사기도 하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의 나는.

기한이 정해져 있었던 많은 일로 복잡했던 마음이 풀리어 시원하다.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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