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맞은 줄 알았는데...
2025년 6월 13일(금) 아침 일기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4시 30분이었다. 금요일이니까! 주말이니까! 생각하며 다른 날보다 훨씬 늦게 잠들었었다. 오후 늦게까지 마신 커피 때문인지 잠까지 설쳤다. 그런데 꿈까지 꾸다니!
지금 살고 있는 보금자리인 듯했다. 거실 창밖으론 높은 건물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아주아주 멀리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있었다.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어떡해! 어떡해!' 생각하면서 그저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편도 함께 있었다. 검은 먼지 구름이 순식간에 세상을 덮었다. 눈앞에서 도미노처럼 건물이 무너졌다. 근데 나와 내편은 도망가지도 않았다. 그냥 극장 스크린을 통해 재난 영화를 보듯 서서 보고만 있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동안 온 세상이 새카매졌다.
'로또네!'
꿈속에서도 생각했었다. 그냥 믿도 끝도 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새카맣던 세상은 순식간에 탈바꿈되어 갔다. 구석기시대에서부터 산업혁명을 거쳐 지금의 디지털 세상을 맞이하고 있듯이. 필름을 아주 빠르게 돌리며 재생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을 떴다.
'로또네!'
변함이 없었다.
4시 30분, 얼른 휴대전화를 열어 '화산 폭발 꿈'을 검색했다.
'근심, 걱정이 많은 상태를 암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하길 바람!'
망했다. 로또 꿈이 아니었다.
사실 올해가 무척 힘들다. 일터에서도 그렇고, 나 자신에게도 혼란스러운 일 투성이다.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지 무기력해지고, 행동은 굼뜨다. 실수도 많다. 자존감은 땅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아침을 먹으면서 잠시 유튜브를 틀어 놓는데 요즘 관심 분야, '은퇴 후 생활', '퇴직 후 잘 사는 법' 관련 영상이 눈에 띈다. 더불어 심리 관련 영상도. 마침 '자존감 낮아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란 제목의 영상이 떠서 바로 클릭을 눌렀다.
기가 막히게 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었다.
무기력 → 우울증 → 실수 → 자존감 하락
마음 상태가 중요하는 걸 알고는 있다. 그래서 마음을 어떻게 먹는 것이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는 있는데 그게 내 맘대로 안 된다. 거듭해서 마음을 다지고, 루틴을 지켜내고, 다시 활기 있어지고! 그 분명한 사실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요즘 내가 나와 안 맞는 걸까?
체력이 달리는 걸까?
그런 생각도 해 본다. 물론 둘 다일 수도.
세상과의 작별을 택하는 사람을 보고 종종 이런 이야기가 들린다.
'단 한 명의 누군가 있었더라면!'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가 마주한 '상황'에 따라 곁에 단 한 명이 아니라 열 명이 있어도 소용이 없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사실 '단 한 명'이 아니라 '단 한 컷의 소중했던 기억'만으로도 '추억이 담겨 있는 남들이 보기엔 아주 작고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 하나'만으로도 그 순간을 모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맘먹은 대로'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무엇도 소용없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러니 걱정 마세요!
이번에 공저 책 출간 소식을 전하며 그동안은 해 보지 않았던 신선한 이야기들이 가족 카톡 방에서 오갔다.
"너 옛날에 그런 적 있었다며! 엄마가 이야기해 주더라!"
'우와 엄마가 그 스쳐 지나갔던 일을 기억하다니!'
"그때부터 관심 있었네!"
"난 네가 **하는 게 너무 신기해. 어떻게 네가! 네 성향상 진짜 힘들 텐데!"
-다섯 자매 중 세 명이 같은 직종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한다. -
'역시 가족은 가족이구나. 이렇게 서로를 잘 알고 있다니!'
감동의 순간이 참으로 많았다.
그런데 그 말이 참으로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다.
"난 네가 **하는 게 너무 신기해."
덕분에 그동안 정말 내가 일과 맞지 않았던 걸까 아주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마 작년 같았으면 '뭔 소리? 하고 지나쳤을 텐데, 올해라서 맘에 걸리는 듯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 때 푸르딩딩했던 시절에는 절망과 우울감에서 허우적댔다. 그 바다에서 아주 오랫동안 머물다가 겨우겨우 헤엄쳐 나왔고 그 후유증은 꽤나 컸다. 이제는 절망과 우울감에 빠지지는 않는 것 같다. 대신 무기력이 찾아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상황을 잘 견뎌 내면, 나는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란 사실을.
비록 로또 꿈은 아니었지만 깊은 위로를 받았다. 아, 이렇게 내가 나를 알아주고 있구나. 너 지금 힘든 거 맞다고, 내가 알고 있다고 그렇게 내가 나에게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꿈의 끝부분이 길몽으로 풀이되어 있어서 조금 힘을 내 본다. 화산 폭발로 인해 깜깜했던 세상이 순식간에 탈바꿈했던 그 부분, 지금의 힘든 상황에서 조금씩 해결점이 보인다는 꿈 풀이에서.
사실 그냥 개꿈일 수도 있다. 꿈 풀이를 잘못 찾았을 수도 있다. 나도 사람이고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고 하니까! 꼬여있는 실타래가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나를 알아주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의 이 무기력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의 작은 실을 보았기에. 꼬여있는 실타래는 계속 그렇게 마냥 내 곁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본 그 작은 실로 아주 작은 무언가의 테두리라도 표현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기에.
마음에게 전하고 싶다.
'고마워, 나를 위로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