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헤어짐을 앞두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삼** 에게
겨울방학 잘 지냈니?
이제 오늘 하루가 지나면 우리 다시 모이는구나. 방학의 끝이라 얼마나 아쉬울지, 숙제를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키는 얼마나 컸을지, 마음은 또 얼마나 자랐을지, 혹시나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궁금하구나.
선생님은 이번 겨울 방학 동안 며칠 출근을 했었단다. 업무와 관련된 방학 중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러 갔었고, 보고할 사항이 있어 잠깐 학교에 들르기도 했어. 이 주 전쯤엔 교무실에서 근무를 했는데 그날은 출근하자마자 교실로 바로 갔었지.
'내가 이렇게 교실을 깨끗이 정리했던가?' 싶을 정도로 휑한 풍경이 너무 낯설더라. 너희들의 온기는 당연히 느껴지지 않았고, 흔적조차 몇 가지 되지 않아서인지 온통 냉랭한 기운뿐이었어. 마치 다른 교실에 잘못 들어온 것처럼 기분이 정말 묘했단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엔 개학맞이 교실 정리를 하러 갔었어. 청소도 하고 수업 준비도 했는데 신기하게도 왠지 모를 아늑함이 느껴지더구나. 교실 풍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 말이야. 그 사이 내가 적응을 한 걸까? 아니면 곧 너희들이 이 빈 공간을 가득 채워 줄 거라고 기대를 해서일까?
문득 일 년 전쯤 2월의 어느 날이 생각났어. 이 교실에 처음 들어온 날이었지. 1년 만에 돌아온 학교는 정말 많이 변해 있더구나. 교실도, 복도도, 운동장도, 건물 외벽도 마치 새것처럼 달라져 있어서 참 낯설었어. 휴직할 무렵, 50년이 지난 노후된 건물이라 대대적인 공사에 막 들어가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바로 이 공간에 첫발을 들였을 때,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었어. 너희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너희들의 대화를 못 알아듣는 건 아닌지, 과목도 교과서도 많아져서 정신없을 너희들이 3학년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말이야. 일 년 동안 해야 할 일이 빼곡하게 적혀 있던 업무 배정표, 너희들의 이름이 담긴 출석부, 그리고 3월이 되기 전 준비해야 할 담임 업무, 그걸 받고 얼마나 숨이 턱턱 막혔는지 몰라.
그런 상태로 만난 너희들이었는데! 너희들은 이 공간을 미소와 웃음으로 가득 채워 주었고, 조금은 특별한 친구들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있었지. 선생님이 우왕좌왕 헤매고 있을 때 오히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고, 앞뒤 상황을 잘못 알고 있을 때 오히려 지혜롭게 찬찬히 설명을 해 주었어. 그리고 5월의 어느 날, 학년 체육대회를 하며 세 개 반이 동시에 모였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지. 우리반 친구들이 또래에 비해 에너지가 넘치고, 성장이 빠르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이해하는 마음이 컸던 거였어.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게 마련이라서 고학년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빵빵 터지기도 했지만 너희들을 만나서 선생님이 참 행복했단다.
교실이란 공간이 익숙한 곳이어야 하는데 당당한 마음만 가득했으면 좋겠는데 나의 마음은 늘 널뛰기를 하더구나. 일 년 전쯤엔 두려움으로 큰 행사를 앞두고는 설렘과 걱정으로, 우리 반만의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는 기대감으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는 염려와 노여움으로. 때로는 따뜻한 집이 되어 주고 친구와의 비밀을 지켜주는 아지트가 되기도 하고, 곳곳에서 작은 파티가 열리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며 눈물을 훔치기도 하는 공간이기에.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만 가지의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던 곳에서 우리는 일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으니까. 근사하고 감사한 일들이 가득했어. 너희들에겐 이 공간이 어떤 의미였을까?
문득 우리의 만남은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이 이미 정해져 있잖아. 우리에게 남아 있는 11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다시 돌아오질 않을, 그리고 일 년이란 추억을 정말 아름답게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할 이 시간을! 겨울방학 전 너희들이 학급회의에서 정해 놓은 학기말 이벤트를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너희들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머물게 될까? 일 년의 시간에 무사히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아직도, 여전히 나의 머릿속은 물음표 투성이구나.
브런치 책꽂이에 꽂아 두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그러질 못했어. 내용을 뭉뚱그려서 아주 평범하게 이야기 몇 편만 남겨 두었단다. 얼굴 붉힌 일도, 글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많았지만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은 그보다 몇백 배는 더 있었는데 아쉬움이 가득하구나! 남은 기간 동안 새롭게 쓰일 우리들의 이야기는 브런치 서랍장에 잘 넣어 놓아야겠어. 그렇게 해서라도 너희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구나.
개학을 하루 앞둔, 헤어짐을 이 주 앞둔 마지막 연휴일에 너희들을 생각하며 몇 자 적어 보았어. 우리 남은 기간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추억 만들면서 이별의 날을 향해 아주 천천히 걸어가 보자.
곧 만나자!
2025년 1월 30일 목요일
삼**과 만날 시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