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욤귀욤 쪼꼬미들의 합창소리를 마주하다
월요일, 무사히 마쳤습니다. 기온이 갑자기 올랐기 때문일까요? 하루 종일 너무 피곤해서 혼났네요.
사실 지난주 수요일에 축구 경기를 관람했었거든요. 토요일은 성발라 팬미팅에 다녀왔고요. 주중과 주말에 이벤트를 치르고 나서인지 너무너무 힘드네요. 정말 하루하루 몸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슬...퍼...집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는 제대로 했어요.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거든요. 무겁고 힘든 마음은 덜어냈지만 그만큼 몸은 피곤해졌어요. 역시나 세상엔 공짜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조금 빡빡한 일정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2주 동안은 조금 더 힘들었었고요. 한숨 돌리게 된 이번 주부터 산책을 마음먹었어요. 그동안 집에 오면 쓰러져서 자다 깨고, 책을 조금 읽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했었거든요.
하지만 오늘도 역시 퇴근 후 피곤함이 몰려와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다행히 저를 밖으로 불러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요 아이들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환기를 위해 창을 활짝 열어 놓았었지요. 처음에는 노랫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7시가 넘어서였을까요? 귀욤귀욤 쪼꼬미들의 합창이 시작됐습니다. 전에 살던 보금자리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인 것 같아요. 귀요미들의 합창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요.
새 보금자리를 찾으면서, 지금의 아파트면 참 좋겠다 생각하면서 혹시나 하여 몇 번씩 단지를 서성였어요. 주말엔 밝은 대낮에, 평일엔 늦은 밤에, 산책을 하듯 아파트 단지 전체를 거닐기도 했었고요. 해는 잘 비치는지 밤낮의 주변 환경은 어떠한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유쾌하지 않은 이유로 이사를 하게 된 터라 너무 우울했었어요. 해가 잘 들어오고 아파트 동과 동 사이 간격이 꽤 넓었고,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3월에 계약을 했지요. 저희는 이전 집에서 빨리 나오고 싶어 했고, 새 보금자리의 전 주인은 집을 빨리 빼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덕분에 3개월 만에 이사할 수 있었고요.
계약 후에도 지금의 단지에 몇 번이나 왔는지 몰라요. 자포자기 상태였지만 그래도 뭐 하나라도 좋은 걸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발 내 이웃들이 정상적인 사람이길 바라기도 했고요. 새 보금자리를 쳐다보며 위, 아래층 집에 불이 들어온 걸 쳐다보며 얼마나 기도하고 또 기도했는지 몰라요.
그러던 어느 날, 아마 이맘때였을 거예요. 내편과 벤치에 앉아서 보금자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합창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설마? 이 합창 소리가 아파트 안에서 들리는 거라고? 말이 돼?"
둘 다 그렇게 생각했지요.
사실 지금 사는 동네는 동산과 들판이 이어진 '전원일기' 마을이었습니다. 인간들의 이기심 때문에 초록빛뿐이었던 아름다운 공간이 회색빛으로 물들어 버렸지요. 처음엔 이 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설 때 저주를 퍼부었었어요. 이곳은 저의 친환경 놀이터였거든요. 저는 옆 동네 살고 있었어요. 주말마다 친환경 놀이터를 누비며 걷고 또 걸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저주했던 그 회색빛으로 물든 땅 위에서 살고 있네요.
다시 아름다운 합창 소리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이런 이유로 합창 소리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들리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아니, 분명 아닐 거라고 확신했죠. 아파트 주변으로 초록빛 들판이 아주 적게나마 남아 있거든요. 하지만 노랫소리가 너무나 선명했기에 조심스럽게 걸어 보았죠. 설마? 설마? 무대가 아파트 안에? 생각하면서요.
아파트 단지 정 중앙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어요. 연못 중앙에는 두루미 형상의 구조물도 있었고요. 연못 옆에는 앉아서 혹은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제법 그럴듯하게 자리 잡고 있었지요. 합창 무대가 아파트 안에 있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 보금자리에 대한 두려움과 낯섦, 슬픔과 허무함이 단번에 날아가는 순간이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 귀요미들의 합창 소리가 저에겐 너무나 큰 위로와 위안이 되었지요.
그래서일까요? 봄마다 이 아이들이 등장할 때면 마음 한 켠이 뭉클해집니다. 창문 너머로 노랫소리가 들릴 때면 그 노랫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해지고요.
저는 사실 개구리란 존재와는 별로 친해 본 적이 없거든요. 좋아하지도 않았었고요. 그때의 그 노랫소리가 왜 그리 위로가 되었는지, 이곳에 이사 와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도 여전히 이 아이들이 나와줄 때면 참으로 행복해집니다.
정말 봄이 왔네요. 그들만의 사랑의 세레나데가 만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저에겐 설명할 수 없는 위로의 노랫소리로 다가오고요. 산책을 하며 조금 더 행복해졌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