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이 어려워 진 이유? 뒤샹에게 묻자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저마다의 감각으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아티스트가 추구한 아름다움이 나에게도 똑같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올까?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1887-1968)이 남자 화장실의 변기를 구입해 R.Mutt라고 서명을 하고 전시회에 출품한〈샘(Fountain)〉(1917)은 ‘레디메이드’, ‘개념미술’이라는 말을 탄생시키며 미술사에 길이 남은 혁명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제 작품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천재의 재능을 지닌 작가의 손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작품에 개념을 부여하고 작품으로 임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시각미술의 역사에 대한 저항이자, 유럽의 미술 이데올로기를 고수하던 뉴욕 미술계에 뒤샹이 가한 일격이었다. 그러나 뒤샹은 변기가 형태적으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뒤샹은 변기 그 자체가 충분히 미학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뒤샹의 생각이야 어떻든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6달러(입회비 1달러, 참가비 5달러)만 내면 누구라도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는 전시였지만, ‘독립미술가협회(Society of Indepen-dent Artists)' 이사회는 변기가 저속하고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결국 전시에서 제외했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 1864-1946)가 찍은 사진 한 장만이 변기가 작품이었음을 증명했을 뿐이다.
당시에는 뒤샹의 변기가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우리 모두는 뒤샹의 변기가 미술사를 통째로 바꾸어 놓은 중요한 예술작품으로 가치를 두고 있다. 그러니 현대미술이 어려워진 데에 뒤샹의 탓을 좀 해도 되지 않을까? 예술가가 작품으로 지정한 것이 작품이라니 예술가의 생각을 읽어야 하고, 생각을 읽기 위해 그가 살았던 사회를 읽어야 하고 작가의 삶도 알아야 하는 총체적 세계를 읽어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R.Mutt라는 서명은 1907년부터 인기리에 방영했던 Muff&Jeff 라는 만화주인공에서 가져왔다는 이야기도 힜고 세라믹 소변기 제조회사 Mott Works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미술은 이후에도 계속 변하고 있다. 이후 세계대전을 거치고 모더니즘을 거쳐,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자본주의의 완벽한 승리와 함께 거대서사 보다 개인과 일상이 중요해졌고 아울러 젠더, 인종, 계급, 난민, 환경과 생태 등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미술의 주제가 되었다. 점차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작가의 작품들 역시 여러 가지 레이어를 포함하게 된 것은 당연할 것이다 (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