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볼수록 많이 보인다는 말은 당연
작가들의 작품은 세상에 대한 다양한 외침이자 미술가로서 미술사에 대한 끊임없는 숙제를 해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관람객과 만나 유의미한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보는 안목과 작품을 보는 안목이 다르지 않다. 많이 볼수록 많이 보인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최근 몇 년 새 미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미술관에서도 역대로 많은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비엔날레도 한 장소에서만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여러 유휴공간을 활용해 최대 규모로 개최되고 있다. 2024 부산비엔날레는 4개의 장소에서 열리고 있고 광주비엔날레는 광주 전역에서 펼쳐진다. 지역마다 다양한 미술 축제와 미술시장도 넘친다. KIAF, FRIEZE를 비롯해 전국에 등록된 아트 페어만 해도 71개나 된다. 전에 없이 갤러리의 숫자도 늘어났고, 신생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공간에서 작가들이 직접 전시를 기획하기도 한다.
비엔날레는 '격년의' 라는 뜻으로 2년에 한번씩 대규모 국제 전시회다. 작품을 사고 파는 것은 아니며 주제를 통해 미술의 거시적 담론을 제시하는 전시이다. 다소 실험적이고 논쟁적이다. 오늘날 비엔날레 개최지를 일일이 외우기도 어려울 만큼 많지만 국제적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이탈리아), 휘트니 비엔날레(미국), 상파울로 비엔날레(브라질)를 3대 비엔날레로 꼽는다.1995년에 베니스비엔날레에는 마지막 국가관으로 한국관이 생겼다. 3대 비엔날레 뿐 아니라 5년에 한번씩 하는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 10년에 한번씩 하는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도 주요한 국제 전시이다. 한국에도 비엔날레가 정말 많다. 우선 1995년 창설한 광주 비엔날레, 1998년 부산 비엔날레, 2000년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등을 비롯해 10개 이상의 비엔날레가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관은 주제와 성격에 따라 소장품, 혹은 기획을 통한 전시를 개최하는 공간이다. 국공립, 사립 미술관이 있는데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면 그 미술관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소장품보다 어떤 전시를 개최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곤 한다. 한국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 덕수궁, 청주관) ,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을 비롯해 거의 각 지역마다 공립, 도립 미술관이 있으며, 사립으로는 아트선재센터, 삼성의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 금호미술관, 토탈미술관, 사비나미술관, 아트센터 나비, 코리아나 Space C, 송은아트센터, 한솔재단의 뮤지엄 산, 호림미술관, 종근당, 하이트, 에르메스코리아, 페리지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립 미술관이 있다.
각 기관들은 또한 작가들이 거주하면서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레지던시를 운영하기도 한다. 근래에는 많은 레지던시들을 관람객에게 개방하는 시기도 있으므로 작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 문화비축기지, 보안여관과 같이 다른 용도였던 공간을 실험적인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곳도 많다.
Gallery는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그러나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언제나 활짝 무료로 문이 열려 있으니 부담 없이 갤러리에 들러 작가들의 작품을 마음껏 보면 된다. 학고재, 국제, 현대는 현존하는 갤러리 중 한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 되었으며 한국 미술시장을 형성한 갤러리이다. 갤러리들이 모두 모여 작품을 한자리에서 판매하는 곳이 Art Fair이다. 아트페어는 한자리에서 많은 갤러리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갤러리들 끼리의 네트워크가 이루어 지는 장소이기도 한다. 갤러리 역시 작품판매의 목적과 더불어 자신들의 소속작가들을 홍보하고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보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공모도 활발하고 예술교육도 넘친다. 각 지자체, 도서관마다 미술 관련 강의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작가들이 생활하며 작업하는 레지던시를 일반에게 개방하기도 하며 예술을 더 가깝고 친근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일반인들도 예술에 대해 관심이 높아져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먼일로만 느껴졌던 예전에 비해 나도 한번 사볼까 하는 분위기가 높아졌다. 미술의 파이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주변에 미술 관련 정보가 넘치니 자연히 눈이 가게 된다.
미술 향유자가 늘어나고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다. 예술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입체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마다 예술을 사업의 한 모델로 생각하며 마케팅전략의 하나로 생각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예술을 상품으로 소비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은 생필품이나 가전제품처럼 생산과 소비의 관계가 필수적인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들도 공모 지원금만으로 자신의 작업세계를 이어나간다면 예술이 진정사회를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으로 반영할 수 없다.
예술을 하나의 소비재로 향유만 할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객관적 시선으로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고 세상의 다양한 관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 그러기 위해서 첫 번째 해야 할 일? 작품을 보러 가자. (eh)